블록트레인 점유율 확대…물류기업들 혜택축소로 ‘계약연장 고민’
●●●철도물류 실적은 지난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큰 폭으로 떨어진 뒤 예전의 명성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비교적 다른 물류부문의 물동량 실적이 견조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음에도 철도물류시장에선 여전히 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게다가 정부가 철도물류 활성화를 위해 의욕적으로 추진한 전환교통보조금제도도 도입 취지에 맞지 않는 지급 규정 등으로 물류업계의 외면을 받고 있어 아쉬움을 사고 있다. 기대를 모았던 부산 신항 배후철도망 개통도 아직까지 이렇다할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철도물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철도 컨테이너 수송실적은 20피트 컨테이너(TEU) 93만4127개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2009년의 79만9629TEU에 비해 16.8% 성장한 것이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전 최고치였던 2008년의 112만6755TEU에 비해선 아직까지 크게 못 미치는 실적이다. 금융위기 이전의 고점 수준과 비교하는 것이 애초부터 무리라고 볼 수도 있지만 2010년 실적이 2005년보다도 낮다는 사실은 현 정부 들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녹색물류 활성화 정책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특히 지난해 우리나라 항만 물동량이 두 자릿수로 성장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부산항도 금융위기의 후유증을 깨끗이 털어내며 최고기록을 다시 쓴 것으로 보고되면서 철도 물동량의 제한적인 상승폭은 상대적으로 더욱 근심의 시선을 받기에 충분하다.
지난해 전국 항만이 처리한 컨테이너 처리실적은 1930만7천TEU를 기록, 2009년의 1634만1천TEU에 비해 18.1% 늘어났다. 특히 이전 최고치였던 2008년의 1792만7천TEU를 140만TEU 가량 웃도는 역대 최고실적이다. 또 우리나라 전체의 73%를 점유하고 있는 부산항의 컨테이너 처리량은 1418만3천TEU를 기록, 역대 최고기록을 갈아 치웠다. 광양항도 14.5% 늘어난 207만3천TEU를 처리, 개항 이래 최초로 200만TEU 고지를 넘어섰다. 인천항은 17.9% 늘어난 186만TEU로, 역시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부산 신항 배후철도 ‘활성화는 글쎄’
철도 물류의 상대적인 부진은 우선 부산 신항 활성화 및 지방항만들의 성장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최근 철도물류 성장의 최대 걸림돌은 철도물류망이 갖춰지지 않은 부산 신항의 본격적인 가동이었다.
2009년 5월 한진해운신항(HJNC)이 개장한데 이어 지난해 2월엔 현대상선부산터미널(HPNT)이 문을 열면서 양대 국적선사들을 비롯해 CKYH얼라이언스 소속선사인 대만 양밍라인과 일본 케이라인 중국 코스코, 뉴월드얼라이언스(TNWA) 소속선사인 일본 MOL과 싱가포르 APL 등이 뱃머리를 신항으로 돌렸다.
세계 유수 선사들의 잇따른 노크로 신항 물동량은 지난해 크게 늘어났다.
지난 한해 부산 신항이 처리한 물동량은 548만TEU로, 부산항 전체 물동량의 38.6%를 점유했다. 앞으로도 선사들이 신항 이전을 본격화할 계획이어서 신항 물동량의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신항 배후철도는 지난해 11월에서야 신항 북컨테이너터미널과 밀양을 잇는 44.8㎞ 구간이 개통해 때늦은 행보를 보였다. 부산 신항이 개장한 지 무려 5년 가까이 흐른 후다. 그동안 물류회사들은 신항에서 처리되는 화물을 철도로 수송할 경우 부산 북항까지 트럭으로 셔틀운송해 와 부산역에서 옮겨 싣는 수고를 감수해야 했다.
부산신항배후철도 개통으로 부산 신항과 수도권·중부권을 연결하는 철도수송체계를 갖추긴 했지만 문제는 여전하다. 정부와 코레일측은 신항 철송장이 14만5천㎡(약 4만4천평)의 면적에 선로 56개선을 확보해 연간 57만3천TEU의 물동량을 처리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신항 물동량의 20%에 달하는 규모다. 코레일은 부산 신항 철도운송 분담률을 2015년까지 14%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워 놓은 상태다.
하지만 이번에 개장한 신항 북측 철송장은 넓은 면적에도 불구하고 정작 컨테이너를 쌓아 놓을 CY(컨테이너 장치장)가 부족해 컨테이너 하역이 사실상 어렵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다. PNC가 온도크(부두내) 철송장 개념으로 개발한 것을 코레일이 임대해 운영하고 있는 터라 CY 부지를 넓게 확보하지 못했다. 부두에 장치돼 있는 컨테이너를 철도 운행에 맞춰 싣고 내리는 이른바 직상하차 운영방식으로 개발한 까닭이다.
결국 컨테이너를 트랜스퍼 크레인 사이 빈공간에 쌓아 둘 수밖에 없어 컨테이너 트레일러 등 셔틀차량 운행에 어려움이 크다고 물류업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배후철도망이 개통됐다지만 활성화를 기대하기 힘든 대목이다. 이에 대해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신항 철송장은 PNC에서 부두에 딸린 철도시설 개념으로 개발한 것”이라며 “온도크(부두내) 방식으로 개발된 철송장이기 때문에 부두지원 기능으로 운영을 효율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류업계는 이에 더해 평택항이나 인천항 등 최근 몇 년 사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지방항도 철도물류 부진의 주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원거리 수송에 능한 철도의 속성상 수도권에 인접한 항만의 약진은 곧 철도물량의 이탈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철도지원책은 ‘단골손님 홀대 정책’
이런 가운데 정부와 코레일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전환교통보조금제와 녹색철도 화물마일리지 제도에 대한 물류업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어 주목된다. 정부와 코레일은 지난해 7월부터 철도와 연안해운에서 전환교통보조금제도를 도입했다. 철도분야에선 25억원의 사업비가 지원됐다. 정부적인 지원을 통해 철도물류 활성화의 기틀을 다지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정작 물류업계는 성공적이지 못한 정책이라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너무나 까다로운 ‘기준물량’ 때문이다. 정부는 전환교통보조금제도에 ‘직전연도 물량’과 ‘지난 3년간 평균 물량’ 중 높은 수치를 정하는‘기준물량’ 개념을 도입했다. 기준물량을 토대로 물류기업들이 목표물량을 제시하면 이를 토대로 보조금을 지급하게 된다. 하지만 2009년 물량이 금융위기 여파로 곤두박질쳤던 상황에서 사실상 기준물량은 ‘지난 3년간 평균물량’이 될 수밖에 없다고 물류기업들은 지적했다.
2007년과 2008년이 철도물류의 최고점을 찍었던 해였다는 점에 비춰 기업들이 기준물량 이상을 달성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결국 지난해 한국철도물류협회를 중심으로 물류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컨테이너수송부문에 참여했으나 코레일과 협약을 맺은지 2달 만에 모두 해지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운송사들이 두달 연속 목표물량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부 운송사는 자체적으로는 목표물량을 넘겼지만 컨소시엄에 묶여 계약 해지 대열에 합류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와 코레일은 1차 기업들과의 계약해지 후 사업자를 재공모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로지텍과 범한판토스 현대해운 하나로티엔에스 등 철도물류기업이 아닌 국제물류주선업체들을 선정함으로써 다시금 업계의 원성을 샀다. 1차 계약이 틀어진 후 기존 철도물류기업 중 전환교통보조금 협약을 다시 맺은 곳은 세방과 국보 천일정기화물 삼익물류 등 단 4곳이다. 철도물류기업의 계약기간은 올해 2월까지인 반면 국제물류주선업체들과의 계약기간은 연말까지 1년간이다.
물류기업들은 이를 두고 ‘단골 손님 홀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국제물류주선업체들의 경우 지금까지 물류기업들을 통해 철도를 이용한 물류를 진행해 오다 코레일과 직접 계약하고 자체적인 철도물류를 진행하는 것인 만큼 새로운 철도 물동량 창출도 아니라고 물류기업들은 강조했다. 자신들이 진행해왔던 기존 물량의 수평이동이란 설명이다. 연장선상에서 국제물류주선업체들의 경우 종전까지의 철도물류 실적을 산정할 수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코레일측은 이들 기업이 철도물류기업과 거래해온 물량을 추출해 집계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코레일의 주장처럼 물량 집계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철도물류기업들이 그간 화주(국제물류주선업체)의 별도 요청 없이 자체적으로 육송과 철도 중 하나를 결정해 수송을 진행해왔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시범사업을 마치고 올해는 30억원의 사업비를 책정해 4월부터 전환교통보조금제도를 정식 시행할 계획이다. 물류기업으로부터 기준물량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등 그동안 불거진 문제점들을 보완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이를 두고 물류기업들은 최선의 철도물류지원책은 ‘운임할인’이라고 잘라 말한다. 기준물량을 정해 놓고 그 선을 넘어서는 물동량에 대해서만 보조금을 지원해주는 것은 물량이 많은 이른바 덩치 큰 철도물류기업들에겐 오히려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100만TEU를 수송하는 업체와 10만TEU를 수송하는 업체가 똑같이 10%를 늘렸다고 했을 때 늘어난 증가분이 10만TEU와 1만TEU로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차치하고 기존 100만TEU의 물량은 철도물류에 기여한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국토부가 보조금 사업비 전액을 코레일에 몰아준 뒤 철도운임 할인에 쓸 수 있도록 해달라고 물류업계는 지적한다.
운임할인이 안될 경우 차선책으로 기준물량을 ‘전년 물량’으로만 한정해 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이전까지 철도물류 실적이 없는 기업에 대해선 1년간 보조금 지원에서 제외토록 해 기존 업체들과의 형평성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이 같은 물류업계 주장에 대해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보조금제도의 사업비 중 코레일의 자체예산도 들어가기 때문에 코레일에 몰아 줄 경우 전체 정부지원금은 당초 사업비보다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현실성이 없다”고 못박는 한편 “기준물량에 대해선 물류업계의 의견을 조회한 뒤 내부심의를 거쳐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존 할인 제도만 없앤 꼴”
물류기업들은 또 코레일이 전환교통보조금과 녹색철도 화물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하면서 기존 철도운임할인을 모두 없앤 것도 불만이다. 코레일은 볼륨인센티브와 증수송인센티브를 운영해 오다 작년 폐지했다. 볼륨인센티브가 철도 이용금액의 0.4%를 되돌려주는 혜택이었다면 증수송 인센티브는 철도물동량이 전년 대비 5% 늘어날 때마다 운임을 0.5%씩 할인해 주는 것으로 최대 할인 폭은 2.5%까지였다. 증수송인센티브의 경우 100억원 규모의 철도물류를 진행하는 업체가 최대치 2.5%를 할인받는다고 가정할 때 2억5천만원의 혜택을 볼 수 있었다.
이와 비교해 녹색철도화물마일리지 제도는 철도수송물량을 CO₂ 배출량으로 환산한 뒤 마일리지화해 운임을 할인해주는 제도로, 탄소배출량 1kg당 기본 3원을 1년간 적립해 이듬해 사용할 수 있다. 물류기업들은 마일리제 제도에 의한 할인효과가 기존 볼륨인센티브의 할인폭인 0.4% 수준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결국 기존 인센티브제도 중 ‘증수송 할인’만 폐지된 셈이 됐다.
한편 지난해 철도물류 성장곡선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도입 7년째를 맞은 블록트레인(전세형화물열차)은 전체 철도물량에서의 점유율을 더욱 확대하며 승승장구하고 있어 주목된다.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해 블록트레인 물동량은 32만1885TEU로, 2009년의 24만5444TEU에 비해 31%나 급증했다. 이전 최고치였던 2008년의 26만8823TEU보다도 많은 사상최대 실적이다. 점유율도 2009년의 31%에서 34%로 확대됐다.
블록트레인 성장의 배경엔 코레일의 적극적인 노선개척이 자리잡고 있다. 블록트레인 노선 수는 2009년 10개노선 18개열차에서 지난해 14개노선 26개열차로 늘었다. 부산 신항 배후철도망 개통과 함께 2개 노선이 늘어났으며 부산진역과 약목구간을 연결하는 노선도 2곳이 새로 생겼다.
하지만 물류업계 내부에선 철도물류 지원책이 계속 뒷걸음질 칠 경우 블록트레인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한다. 철도물류기업 한 관계자는 “블록트레인에 운영되는 탄력운임할인율이 10%에서 9%로 1%포인트 축소되면서 블록트레인 계약의 연장을 고민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며 “현재와 같이 기존 물류기업들에 대한 혜택이 줄어들 경우 계약기간이 끝나는 7월 이후 해지하는 업체가 잇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경희 차장 khlee@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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