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04 14:45

기획/ 건화물선시장 중소형선 부진에 ‘애타네’

성수기 왔지만 파나막스 시장 하락세
케이프 호조에도 BDI ‘횡보’


●●● 부정기선 시장의 성수기는 언제 올까? 4분기 이후 전통적인 성수기로 진입할 것이란 시장의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최근 건화물선운임지수(BDI)는 2000포인트대에서 지루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2678로 10월을 마무리했던 BDI는 11월 들어선 2600대 초반까지 하락했다. 이달 2일 현재 BDI는 2600을 찍었다. 2600포인트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달 11일 이후 처음이다. 지난달 중순 이후 2700대를 맴돌며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BDI는 지난 9월 초 반짝 상승세를 나타냈었다. 9월10일엔 2995를 기록, 3천포인트대 입성을 눈앞에 두는 듯 했다.

하지만 3천포인트 돌파에 실패한 뒤 성수기로 기대를 모았던 4분기 들어선 오히려 상승 탄력을 잃은 느낌이다. BDI 3천포인트대는 선사들이 채산을 맞추는 BEP(손익분기점) 역할을 하기 때문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해운업계는 지난 7월 BDI가 연중 최저치로 떨어질 때만 해도 곡물시즌이 시작되고 겨울철 석탄 수요가 늘어나는 4분기를 성수기 진입의 키워드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기대는 물거품으로 끝나고 말았다.

BPI 2천선 초반에서 등락

최근 BDI의 횡보는 중소형 선박 시장의 부진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7만t(재화중량톤)급 안팎의 파나막스운임지수(BPI)는 지난 9월16일 3000포인트대가 무너진 뒤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10월20일엔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2172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이후 2400포인트대까지 올랐다가 다시 하락해 11월2일 현재 2313을 기록했다. 5만t급 안팎의 수프라막스운임지수(BSI)는 2일 현재 7월21일(1692) 이후 최저치인 1705를 찍었다. 파나막스와 수프라막스 선박의 일일 평균 용선료는 1만7천~1만8천달러대를 기록 중이다.



반면 케이프사이즈운임지수(BCI)는 지난달 7일 4천포인트를 넘어선 이후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BCI는 지난달 27일 4461로 지난 6월9일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이달 2일 현재 4165로 소폭 하락하긴 했지만 BPI나 BSI에 비해선 여전히 준수한 성적표다. 케이프사이즈 선박의 일일 평균 용선료는 4만2천달러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일부 구간에선 6만달러대로 거래되고 있다.

케이프사이즈 선박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중국의 철광석 수요가 다시금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 해관(세관)에 따르면 중국의 9월 철광석 수입량은 5260만t을 기록해 8월 4460만t에서 18% 증가했다. 지난 4월 이래 최대치다. 중국내 인프라 투자가 늘고 주택개발이 늘어나면서 철강 수요도 높아진 까닭이다.

중국 철광석 수입량은 지난 3월 5900만t으로 정점을 찍은 뒤 내림세를 거듭했다. 특히 8월엔 전달 대비 13%나 줄어들기도 했다. 하지만 9월 들어 모처럼 강한 상승세를 보이며 케이프 시장에 신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철광석 가격이 4분기 들어 10~15% 하락한 t당 130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어 앞으로도 철강업체들의 수요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 정부가 철광석 수출중단을 검토 중이란 보도가 나온 뒤 수요자들이 철광석 수입선을 바꾸면서 톤·마일이 늘어난 것도 시황 개선에 힘을 실었다.

수요 대비 공급량 급증

대형선박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소선박 시장이 부진한 이유는 수요 성장을 웃도는 공급 증가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올해 들어 4분기 성수기를 타깃으로 선사들이 신조선 도입에 열을 올린 까닭이다.

대형선사 관계자는 “4분기 들어 북미 지역 곡물 출하로 시황 상승을 기대했지만 현재의 시황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며 “시황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공급 증가 때문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파나막스와 핸디막스(수프라막스) 신조 인도량은 788만t 1028만t으로 1년 전에 비해 94% 101% 늘어났다. 막대한 공급량 앞에 전통적인 성수기도 맥을 못추고 있는 셈이다.

증가율로 따지자면 케이프사이즈 선박은 이들 선형을 훨씬 웃돈다. 같은 기간 신조 케이프사이즈 선박 인도량은 2270만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0%나 늘어났다. 하지만 케이프 시장의 경우 중국발 철광석 수요가 늘어나면서 공급 증가 압력을 어느 정도 상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BCI의 상대적인 강세에도 불구하고 BDI가 2천포인트대 중후반에서 머물고 있는 이유는 BDI 산정방식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발틱해운거래소는 지난해 7월 BCI 등의 하위 지수를 반영해 산출하던 BDI 산정방식을 용선료를 직접 반영해 산출하는 식으로 변경했다. 산정방식 변경 전까지 BDI는 BCI의 변화에 크게 동조하는 모습을 보여 왔으나 변경 이후 BCI의 무게감은 줄어든 반면 BPI나 BSI의 비중은 커졌다.

중소형 선박 시장의 부진은 국적 선사들의 영업실적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STX팬오션이나 대한해운 등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내 벌크선 전문선사들은 파나막스 이하 선박의 비중이 매우 높은 편이다.

대한해운이 최근 유상증자나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등의 방법으로 1700억원대의 자금조달에 나선 것도 최근 중소형 선박 시장 부진으로 수익구조가 악화됐기 때문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 중소선사 관계자는 “성수기를 맞아서 (시황이) 올라갈 줄 알았는데 여전히 안 좋은 상황”이라며 “운임은 10% 이상 하락한 반면 유가는 올라가고 있어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전망, “케이프 하락 vs 파나막스 상승”

최근의 시황 흐름이 중소선박의 부진, 대형선박의 상승으로 요약되지만 향후 전망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해운시장 관계자들은 내년 이후 케이프사이즈 시장은 하락세로 꺾이는 반면 파나막스 시장은 상승세를 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해운선물시장(FFA) 운임에서 이 같은 인식을 엿볼 수 있다. 발틱해운거래소에 따르면 FFA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내년치 운임은 케이프사이즈의 경우 2만5천~2만6천달러대를 형성하고 있는 반면 파나막스 선박은 2만달러대 초반을 나타내고 있다. 케이프사이즈 선박 용선료는 현재보다 40% 이상 하락한 반면 파나막스 선박은 소폭 오른 것이다.

케이프사이즈 선박 시장의 부정적인 전망은 내년 쏟아져 나올 공급량을 근거로 한다. 클락슨에 따르면 내년 건조 예정척수는 케이프사이즈 299척 파나막스 349척 핸디막스가 362척 핸디사이즈 411척인 것으로 파악된다. 취소 및 건조지연 등으로 실제 건조량은 대폭 감소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내년 케이프사이즈 건조량은 올해와 비슷한 180~200척 수준으로 예상된다.

중견 선사 관계자는 “내년 케이프사이즈 선박량은 보수적으로 잡아도 20%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반면 파나막스 선박 증가율은 10%대 초반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며 “케이프사이즈는 내년에 선박이 가장 많이 나올 것으로 보여 시황이 지금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요 측면에선 “철광석은 하반기 들어 중국발 깜짝 수요가 있었지만 내년엔 그런 효과가 없을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석탄은 중국과 인도가 화력발전 물량을 늘리고 있어 수요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조한 시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장기수송을 늘리려는 선사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이 가운데 최근 세계 최대 우드펄프회사인 브라질 피브리아와 5조원 규모의 수송계약을 체결한 STX팬오션의 행보가 특히 눈에 띈다.

지난해 9월 세계 최대 철광석 생산회사인 브라질 발레와 7조원 규모의 장기수송계약을 체결한 지 1년여만의 낭보다. 우드펄브수송시장은 노르웨이 기어벌크나 그리크스타, 웨스트팔 라르센 등 유럽계 선사들이 장악하고 있다. 일본 NYK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STX팬오션은 이번 수송계약으로 우드펄프수송 시장 순위가 세계 25위에서 4위로 급부상했다.

한편 대우로지스틱스가 해운선사로는 세 번째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인가받아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 중앙지방법원 파산5부는 지난달 29일 대우로지스틱스의 기업회생계획안을 회생담보권자 95.1% 회생채권자 81.46%의 찬성으로 인가했다.

대우로지스틱스는 전체 채무액 3600억원을 2019년까지 10년간 변제할 계획이다. 500억원 규모인 회생담보권은 내년까지 모두 갚고 회생채권은 현금변제와 출자전환 형태로 2019년까지 순차적으로 갚아 나간다는 구상이다.

이로써 법정관리를 신청한 해운기업 5곳 중 3곳이 이를 인가받아 회사 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지난 2월 처음으로 삼선로직스가 회생계획절차를 인가받았으며 7월 티피씨코리아도 채권단의 찬성으로 무사히 인가를 받았다.

반면 지난해 8월 법정관리를 신청한 세림오션쉬핑의 경우 회생절차 폐지가 결정됐으며 올해 5월 법정관리를 신청한 봉신은 법원의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이경희 차장 khlee@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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