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10-23 15:10
경기 침체로 내수시장 신규수요“뚝” 끊어졌다
IMF이후 설비 신축 등 전면 보류로 판매량 최악
물류기기 시장 내년 지나야 회복…기기업계 전망
이보다 더 불황일 수는 없다. 최근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물류기기
업계중
지게차, 랙설비, 대차, 파렛트, 컨베이어 등 중요 물류기기업체들의 올 한
해동안 영업 실적은 과연 어느정도나 될 것인가. 우리나라 물류기기업체들
의 금년도 영업활동을 현장에서 직접 뛰고 있는 일선 책임자을 통해 정리해
보기로 한다.
우선 지난해 말 불어닥친 IMF라는 경기침체의 결정타가 물류기기 어느 업종
을 마다 않고 영향을 준 결과. 물류기기 생산 및 판매업체들의 영업은 말로
설명하기 조차 힘들정도라는 게 대부분의 기기업계 종사자들의 지적이었
다.
지게차 시장
연 2,000억시장,10월까지 550억에 그쳐
중소업체 T사의 H팀장.
그는 요즘들어 회사 출근 하기가 상당히 부담스러울 정도로 발걸음이 무겁
다. 지게차 판매 영업을 책임지고 있는 그로서는 올해 월간 판매량이 몇 대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몇 십대도 아닌 바로 몇 대(?) 말이다. 금년도
영업실적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을 받자 마자 한 숨부터 내 쉬면서 어디
나가서 판매를 위한 주문 상담조차 할 때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설명이다.
뭐 상담건이라도 있어야 판매를 해 볼 수 있지 않느냐는 투다.
그는 중소 물류기기업체라면 어느 종류의 기기 판매업체라도 사정은 아마
비슷할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중소업체 보다 다소 사정이 나은 편인 대기업의 경우도 어렵기는 매 한 가
지인 듯 하다. 월간 지게차 판매량이 8백대 가까웠던 작년까지는 영업하기
가 그나마 좋았다는 D사의 C차장. 우리나라 30대 대기업을 상대로 최대의
지게차 판매실적을 보이고 있는 이 업체의 영업책임자인 그도 금년처럼 정
말 힘든 해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올 들어 월 평균 2백여대정도 판매에 그쳐 작년의 1/3~1/4수준으
로 크게 떨어진 판매실적을 보이고 있지만 사정은 다른 업체보다 그나마 낫
다는 편. 이 회사는 4~5년전부터 딜러제를 도입, 한번 거래한 업체들은 절
대 놓치지 않는 책임있는 프로정신으로 뛰고 있다. 하지만 지게차 신규 판
매시장이 워낙 죽어 기존 고객들 조차 잃을까봐 걱정이다.
신규상담 없고 기존고객 관리에 전전
현재 국내지게차 시장의 점유율은 대기업 3사가 전체시장의 약 90%선을 점
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D사가 전체의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
S,H 2개회사가 각각 20%안팎이다.
관련 업체에 의하면 지게차시장의 내수규모가 작년의 경우 약 1천9백억~2천
억 원. 그러나 올 해는 10월말까지 약 5백50억에 불과한 실적을 보이고 있
다. 호황기에는 연간 2만대의 지게차 관련 기기를 판매해 왔던 국내시장이
올해부터 얼어붙어 실적이 크게 줄었다. 지난 10월 현재까지 약 2천5백대정
도로, 전년도 동기의 7천5백대 수준과 비하면 매우 저조하다는 것이 H사 영
업담당자의 설명이다.
아직 회사마다 정확한 판매숫자까지 밝히기는 곤란하다고 말하는 H사의 관
계자는 전체적인 면에서 액수로는 약 69%, 판매대수로는 67%정도 영업실적
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내수시장의 침체와 함께 수출시장 역시 작년금액의 절반에서 조금 상회하는
영업실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D,S,H사 등 주로 대기업 일부 회사에 의존하고 있는 지게차의 금년도 수출
현황을 보면 지난 7월말까지 금액면에서 약 1천6백50억원(1$당 원화 1,350
원 기준)을 기록, 작년도의 같은 기간에 보인 약 2천8백억원과 비교시 엄청
나게 줄었다.
H사의 경우도 연말까지 약 4백50대 정도를 판매해, 액수로는 1백20억원 규
모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지게차 영업 책임자들은 타업종의 침체 원인도 같은 이유이겠지만 지
게차 시장의 내수 및 수출부진에 대한 원인으로 힌국 경제의 침체와 맞물려
있다고 분석한다.
L사의 A영업팀장은 올 해는 지게차 시장의 내수가 거의 없으며 이는 우리나
라 제조업체들의 원자재 등 수입물량이 활성화되지 못하니 자연 수출할 물
량마저 줄고 있어 갈 수록 물류장비 수요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수출입 물량 자체가 줄어 하역회사, 물류회사 등이 장비 구매 계획을
포기하거나 보류해 버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판매에 대한 거래도 없으며 중
고 지게차를 그냥 사용하거나 정비해서 다시 쓰는 정도여서 신규 물량의 감
소는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수주쟁탈로 업체간 출혈경쟁 심화
이 처럼 침체를 보이는 지게차 시장에 대한 시장회복 전망에 대해서도 전망
하기조차 힘든다는 게 영업 책임자들의 대답인데, 굳이 회복시기를 전망해
본다면 그 시기는 빨라야 내년도 후반, 그리고 많은 관계자들이 내년까지는
지나봐야 알 수 있지 않겠느냐는 얘기이다.
그러나 전혀 희망이 없은 것은 아닌 것같다.
콘테이너 핸들러 등 지게차 영업을 하고 있는 H씨의 경우 일부지만 기업들
이 내년도 예산에 당초 보류 시켰던 창고건립계획을 재검토하면서 물류장비
구매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내년도에는 수요가 다시 회
복될 것같다는 희망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금년도와 같이 지게차 수요량이 격감하자 업체간 덤핑경쟁으로 인해 출혈이
극심해 져 생산 판매업체들간의 매출감소가 양뿐만아니라 금액면에서도 급
감하고 있다. 특히 지게차의 경우 내년도에는 외국의 유명한 K사가 한국시
장에 판매를 개시할 예정이어서 국내 지게차 내수시장을 놓고 국내외 업체
간의 출혈 경쟁이 더욱 과열될 우려마저 있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랙설비 시장
업체 영세하고 50%이상 판매량 감소
영세한 규모의 시장성을 보이는 랙설비 부문에 있어서의 금년도 영업실적도
보통 40%~50%이상이 작년보다 준 것으로 나타났다.
랙설비를 전문적으로 취급하고 있는 K사의 경우 올해는 전년도 실적의 60%
선에 그친 1억6천만원정도라는 게 영업부 K팀장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랙설비 시장은 작년 IMF이후 국내 경기침체로 신규 설치가 뚝
끊어졌고 그나마 부분적인 설비를 한다거나 아예 설비계획을 미루어 놓고
있어 올해 내수 시장은 한산하기만 했다고 밝혔다.
그나마 K사는 랙설비부문에서 정부에 고정적으로 납품하는 거래 실적이 있
어 올해는 말 그래로 견디어 나갈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침체
현상이 내년이후에도 계속될 경우 살아남기가 힘들 지 않겠느냐는 말도 서
슴치 않는다.
또한 랙설비와 자동화설비 등을 합쳐 연간 1백10억원 규모의 매출실적을 보
인 D사의 경우는 랙설비 부문에서 전년도보다 50%가량 줄었고 그럭저럭 1
년에 1~2건씩 외국에 수출하던 물량도 거의 없어 고전을 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이 회사의 Y씨는 랙설비 물량이 줄었으나 전동모빌랙 등 독자적인
개발품으로 영업망을 강화시켜 매출액 감소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설명
했다. 그 결과 D사는 전년도 보다 30억원이 준 약 70~80억원의 랙부문 매
출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일반 파렛트 랙, 드라이브인 랙, 플로우 랙, 중경량 보관고
, 매저닌, 암랙, 모빌 랙 등을 설치해 주고 있는데 올해는 랙의 설치 방식
을 종전 용접식에서 완전 조립식으로 전환하여 기술력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것.
설비계획 미뤄 랙설비업계 영업 한산
완전 조립식 랙은 종전의 용접식과 비교시 유지 보수 및 현장 설치작업이
간편하고 운송비도 저렴하다는 강점을 지녀 요즘같이 IMF 시대에 신규수요
보다 보수 또는 부분 설치시 조립식이 경쟁에서 유리한 실정이다. 따라서
이 회사는 할인점 등을 공략하여 매출을 증대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한편 랙설비 시장의 경우 올해는 시장 규모가 작고 또 워낙 경기침체가 극
심해 부도로 도산하거나 타사로 명칭을 바꾸는 현상들이 두드러졌다. B사가
부도후 Y사로, H사가 L사로 변경하는가 하면 D사가 정리하는 등 경기 침체
에 따른 후유증을 보이기도 했다.
랙설비 시장에 대한 경기회복 전망 역시 불투명하다는 대답이 지배적이었다
. 랙설비 영업담당자들은 빨라도 내후년은 지나야 다소 회복될 것으로 예상
하고 있으나 이 역시 정확하다기 보다 희망섞인 전망일 뿐이다.
대차 시장
거래물량 연 3만대서 절반가량 줄어
소형화물의 적치배송과 구내 이송에 애용되는 대차.
주로 자동차 및 가전업체 부품운송 그리고 대형 유통업체 물류센터나 할인
점 등에서 바퀴달린 이송용 운반기구로 쓰여지는 대차는 품종이 워낙 다양
하여 소량 다품종 생산되고 있다.
대차 생산업체들에 따르면 IMF이전에 국내 대차 내수시장 물량이 연간 약 3
만대에 이르렀으나 올들어선 그 수요량이 절반정도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하
고 있다. 이 같은 물량 감소에 대해 O사의 한 관계자는 국내 경기침체로 신
규 구매물량이 대폭 줄고 기존 대차를 수리해 사용하는 경향이 늘어났기 때
문이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차 제조업체들이 대량생산체제와 품질 또한 안정성을 지
니고 있으나 내수 등 수요기반이 탄탄하지 못해 수출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
다는 것.
내수 활성화돼야 수출도 제값받을 듯
90년부터 일본에 대차를 수출, 물류기기 생산을 본격화한 O사의 경우도 IMF
이후 내수시장의 약화로 수출시장 개척에 의한 매출증대로 전환했다. 이 회
사의 경우 일본 등 외국에 대한 수출활동을 늘려가고 있다. 작년에 8억원의
대차 매출실적을 보인 이 회사는 올해는 일본에 대한 수출로 올 상반기에
만 6억원어치를 수출했다. 작년정도는 충분이 매출이 상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올해 약 50억원이상의 매출 실적을 목표로 하는 Y사의 경우도 국내 내
수 시장이 올들어 극도로 침체되어, 일본과 미국시장에 대한 수출물량을 늘
리는 쪽으로 돌렸으며, 일본의 중고 대차를 저가로 수입,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일본 등 외국시장으로의 대차 수출 가격도 생각보다 좋지 않다고 말
한다. 이는 워낙 국내 내수기반이 취약하다보니 국내업체들이 수출금액의
적정공급보다 싼 가격에 의한 외국업체들의 발주요구에 응하지 않을 수 없
는 현상이 나오고 있어 국내 대차 생산업체들의 채산성 확보가 그렇게 쉬운
일인 것만은 아닌 듯 하다고. 따라서 대차 영업담당자들은 내수활성화를
통한 국내 경기회복과 대차에 대한 품질 및 기술 개발로 외국시장에서의 국
제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이 계속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파렛트 시장
10월들어 목재 등 파렛트 수요량 급강하
올해의 파렛트 시장에 대한 업체들의 영업실적은 여타 물류기기업종과 예외
없이 고전 그 자체인 듯하다. 파렛트 시장 침체는 목재, 철재, 프라스틱 할
것 없이 전체적으로 수요가 급감했다.
D파렛트의 K차장. “금년 10월 접어들면서부터는 파렛트 수요가 급강하하다
시피 뚝 떨어졌습니다. 월간 4천~5천개의 파렛트를 판매해야하는데 이 달들
어서는 중순이 지난 여태까지 7백개가 고작입니다. 수량이 떨어지니 제값받
기도 힘듭니다.” 인천지역에서 목재파렛트 판매업을 하고 있는 이 회사의
영업책임자인 그는 물량 급감현상이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될 것 같아 걱정
이라며 작년까지 약 5만대를 판매한 것과 비교할 때 올 해는 55%가 준 2만
2천여대선에 그칠 것같다고 말했다. 그 나마 남양재 목재파렛트의 경우는
대당 가격이 3만원대나 되어 이보다 절반이하 가격인 미송 목재파렛트의 판
매가 주종이라고 덧붙였다.
목재파렛트의 경우 파렛트 생산업체들은 IMF이후 수입 원자재가격이 저렴하
고, 또 하절기 습기에도 잘 견디는 러시아산 소나무를 수입해다 많이 사용
하고 있다. 그러나 11월들어선 이 러시아 소나무 가격인상까지 들먹이고 있
는 가운데 수요자들은 오히려 목재파렛트의 가격을 더 낮게 요구하고 있는
이상한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L사의 한 영업실무자는 지적했다. 그는
그만큼 목재파렛트 판매시장의 수요가 침체되었음을 반증하는 대목이라고
말하고 특히 파렛트와 같은 영세 소규모 업체들이 많이 하고 있는 업종에는
가격을 떠나 현상유지만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식의 영업이라고 토
로할 정도였다. 대부분의 사용업체들이 기존 제품을 최대한 수리해 사용하
고 있으며 신규 발주는 거의 끊어졌다는 것.
목재와 철재 파렛트 신규수요 全無
목재와 함께 많이 사용하는 철재파렛트의 경우는 사정이 더 심한 듯 하다.
주로 자동차 업계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철제파렛트는 올해 기아지동차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계속 끌어 오던 하반기까지 수요가 60~70%나 줄었다
는 것이다.
실제 H파렛트의 K팀장은 올해는 몇백대도 못 팔정도로 시장이 죽었다고 말
하고 내년 중반기가 지나야 나아질 것같다고 예상했다.
신규 구매가 없기는 매 한가지인 플라스틱 파렛트의 경우는 전년도 보다 약
30%정도 감소한 것같다고 분석하고 있다.
업체마다 차이가 커 이같은 감소 폭이 정확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영업실적
이 크게 줄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플라스틱 파렛트를 주 생산하는 S사의 한 관계자는 작년에는 국내 시장에
약 21만6천매를 판매해 약 60억원의 매출실적을 보였으나 올해는 18만매, 5
0억원정도 매출을 올리는 것에 만족해야 할 것같다고 최근 영업실적에 대해
설명했다.그나마 이 회사는 동남아 시장에 파렛트를 수출하여 내수규모의
약 10%정도의 매출실적을 추가해 주고 있어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1회용 파렛트 석유화학업계서 구매
이와 같이 일반 파렛트업체들의 판매활동이 감소한 것과 달리 1회용 파렛트
를 만들어 재미를 보고 있는 L사가 있어 관심을 모았다.
이는 IMF체체로 접어 들자 업체마다 싼 제품에 대해 선호하기 시작했기 때
문.
바로 프레스우드 파렛트로 1회용이며 주로 화목(땔감용), 합판공장이나 남
양재 원목중에서 만들고 쓰다 남은 짜투리 나무들을 모두 모아 재활용하여
만든 파렛트이다. 조각 나무들을 모아 접착제를 섞어 만든 이 프레스우드
파렛트는 주로 석유화학제품 회사들의 수출용 석유화학 원료품을 넣은 백을
담아 컨테이너에 적재하는데 사용하고 있다는 것. 가격이 저렴하여 우리나
라 석유화학회사인 SK케미컬, 대림산업, 고합, 동국무역, LG화학, 삼성종합
화학 등 대부분의 석유화학업체에 납품하고 있어 경쟁력이 있다는 것. 특히
이 같이 재활용품으로 프레스우드와 같은 파렛트를 만드는 회사가 미국,
유럽 등 전세계적으로 약 일곱군데정도밖에 없어 경쟁력이 있다는 것. 따라
서 현재 홍콩, 대만, 일본 등지에서 프레스우드 파렛트에 대한 수입문의가
쇄도하고 있어 내년부터 매출증대가 기대되고 있다고 이 회사의 한 관계자
는 밝혔다.
컨베이어설비 시장
중소규모 업체 수십개씩 무더기 도산
“금년보다 어려운 해는 이제 더 이상 없을 겁니다. 올 해 영업은 신규 프
로젝트가 거의 취소되어 수주물량이 전무했고, 그나마 라인 보수를 위한 작
업도 모두 내년이후로 보류해 놓았습니다. 따라서 내년에는 컨베이어 설비
업계가 금년보다 더 나빠질 수가 없을 것으로 봅니다.”
올해로 컨베이어 설비품목인 컨베이어 체인 판매를 24년간이나 해 온 H사 K
부장은 금년도 영업 현황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물류자동화 설비 품목중 컨베이어 설비부문의 내수규모는 줄잡아 연 5천억
원이다. 그러나 올 시장규모는 이에 10%선밖에 되지 않는 5백억원정도로 보
고 있다. 엄청나게 시장이 쪼그라든 것이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큰 업체도
쓰러지고 중소규모 업체는 수십개씩 무더기로 부도났다는 게 이 업종 종사
자들의 지적이다. B기계가 부도 난 것을 비롯 W정공, S기계, D산기 등은
올해 수주물량이 없어 사실상 부도나 마찬가지라는 것. 이 보다 작은 규모
의 업체들은 수도 없이 없어졌다. H사의 K부장은 컨베이어 설비업체들도
대다수가 영세하기 때문에 올해와 같이 어려운 해에는 무더기 도산이 불가
피했다고 설명했다.
컨베이어 설비 내수규모 작년의 10%
이 같은 컨베이어업종이 어려워던 것은 자동차, 석유화학 프로젝트 등 신규
프로젝트 공사가 경기침체로 모두 끊어졌기 때문. 그나마 물량이 많았던
H자동차의 경우도 라인 보수공사를 아예하지 않고 견딜 수 있을 때까지 현
체제를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라인 변경 및 보수 물량조차 금년에는 수주받
지 못했다는 것. 하지만 내년에는 금년보다는 사정이 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년도에 가서 경기침체가 계속되어 신규 공장 설립 프로젝트 등이
없다고 해도 적어도 라인 변경작업이나 보수공사 작업물량이 나올 것을 보
여 금년보다 나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내년에는 자동차, 석유화
학 프로젝트, 시멘트, 제강업체들의 보수 공사 물량과 또 금년에 현대로 넘
어간 기아자동차 통폐합에 따른 라인작업 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
이다.
그러나 올해 컨베이어 업계가 내수 부진을 수출로 만해 보려는 노력이 돋
보인 해였다.
내수물량이 약 40%나 감소했다는 B사의 컨베이어 영업부 P차장은 컨베이어
단일 품목으로 올해 올린 매출 15억원 가운데 수출물량이 3억원 가까이 되
어 경기침체의 여파를 밖에서 만회하려는 노력이 효과를 보았다고 말했다.
그 역시 IMF이후 물류센터를 새로 건설하는 공사가 없어 자연 물량이 급감
했기 때문으로 보았다.
특수체인 제품 등 수출로 탈불황
또한 체인 부문에서 작년에 약 2백17억원의 매출을 올린 H사도 올해는 그
절반도 안되는 1백억원이 밑도는 선에서 매출이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회사 역시 수출로 눈을 돌려 올해 20억원, 내년에는 30억원가량의 판매
실적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수출도 롤러체인 규격품의 경우 중국산이
우리보다 25~30%정도 싼 가격으로 나와 국산품은 경쟁력이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수출물량도 특수체인 등 한정된 품목에서 이루어지고 있어 수출도
그리 만만찮다는 지적이다. 컨베이어를 올해 중동지역에만 약 20만달러치를
수출한 B사도 수요가 많은 미국 등지에서 국산제품이 경쟁력을 가지지 못
하고 있는데 대해 국내업체의 기술개발력 부족과 금융부담 가중 등이 원인
이 되고 있다고. 특히 미국시장을 진출하려면 국내업체도 내수를 기반으로
하는 양산체제와 규격 등 표준화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공통적이었다. 국산 컨베이어 설비업종의 품질개선과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중소업체 나름대로의 기술개발에 대한 의지도 중요하겠지만 내수
물량에 대한 정부기관의 발주물량이 대기업을 통해 중소기업에 하청식으로
이루어지는 현재의 관행들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편집중국 입찰자격제한 개선돼야
그 예로 우편집중국에 대한 컨베이어 설비투자시 설비를 직접 설치하는 중
소업체에 입찰 자격을 주는 직접 계약을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 즉 대기업
을 통해 중소기업이 설치하는 하청식의 영업이 거의 굳어져 있어 정부당국
의 중소업체에 대한 지원도 금융부문뿐만 아니라 실제 마진을 기술력 개발
에 투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 물량에 대한 하청식 발주방식이 낙후되어
있는 우리나라 제품에 대한 기술개발을 더디게 하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이는 일을 쉽고 편하게 하자는 식의 정부관련기관의 잠재된 입찰 방식이 깨
지지 않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국산보다 비싼 가격으로 들어오는 외국산
수입품을 사용, 공사하도록 설계된 방안을 제시하는 대기업에 의한 참여 제
한입찰을 정부투자기관이 선호하는 경향은 결과적으로 국산제품의 내수기반
마저 무너지게 하여 국산품의 기술개발은 그 거리를 더욱 멀어지게 만든다
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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