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9-15 09:06
조선업계가 15일 `제6회 조선의 날'을 맞았지만 시름만 깊어 분위기는 어둡기만 하다.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조선ㆍ해운경기의 침체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으면서 유수 조선 업체들마저도 수주가뭄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조선업계가 이러한 어려움에 봉착한 중에 `저가 수주'로 일감을 꾸준히 수주하고 있는 중국 조선업계에 이달 안으로 수주잔량 경쟁에서 밀릴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해운 시황 전문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국가별 선박 수주잔량은 우리나라가 5천652만 CGT(34.4%)으로 5천500만 CGT(33.4%)을 기록한 중국을 조금 앞서고 있다.
일본의 수주잔량은 우리나라와 중국에 한참 뒤진 2천646만 CGT(16.1%)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업체들과 중국 업체가 확보한 일감의 격차가 꾸준히 좁혀져 왔고 지난달에는 1% 포인트까지 축소됐기 때문에 이런 추세라면 순위가 뒤바뀌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미 신규 수주량에서는 중국 조선사들이 앞서기 시작했다.
올해 1∼8월 국가별 수주 실적은 중국이 211만 CGT(54.2%)로 1위를 차지했고 우리나라는 122만 CGT(31.4%), 일본은 70만 CGT(18.0%)에 그쳤다.
예년에 비해 발주량이 현저히 줄어든 데다 한국 조선사들이 발주 빈도가 낮은 고부가가치 선박을 주로 수주하는 탓이 크지만 갈수록 일감이 소진되고 있는 현실은 국내 업체들에게 큰 걱정을 안기고 있다.
아직 1∼2년치의 일감이 남아 있고 후판 가격이 하락하면서 올 3분기에 영업이익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외형상으로는 성장세를 이어가겠지만 `장래의 일감'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올해 말 내지는 내년 초가 돼야 선박 관련 금융이 서서히 살아나면서 발주가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업체들은 당분간 시장 상황을 관망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유력 조선사들은 연내에 발주될 대규모 해양 플랜트 건조 시장에서 빈약한 선박 수주 실적을 만회할 `대어'를 낚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삼성중공업은 지난 7월 유럽 석유기업인 로열더치셸로부터 최대 500억 달러 규모에 이르는 액화천연가스-부유식원유저장 하역설비(LNG-FPSO)를 수주함으로써 단 한 건으로도 그동안의 부진을 털어낼 수 있다는 기대감을 업계에 심어줬다.
호주 북서해안 가스전 개발사업인 고르곤 프로젝트와 미얀마 가스전 생산설비 공사, 러시아 시토크만 프로젝트 등은 올 하반기 발주가 예상되면서 국내 업체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사업들이다.
고르곤 프로젝트에서 총 20억 달러 규모인 LNG(액화천연가스) 플랜트 모듈 분야 입찰에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이 나란히 참여하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이 발주하는 20억 달러 규모의 미얀마 가스전 생산설비 공사에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본 입찰에서 경쟁 중이다.
세계 최대 수준의 가스전인 시토크만 LNG 프로젝트에서는 LNG선 7~9척이 발주될 것으로 예상되며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및 일본 업체 등이 수주전을 벌이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 들어 수주실적이 다소 부진했지만 앞으로 발주 예정인 대형 프로젝트들을 따내면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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