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1-13 14:02

판례/ 흠결 있는 선하증권

金 炫 법무법인 세창 대표 변호사 (국토해양부 고문 변호사)
■ 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6 다 47585 판결

【원고ㆍ피상고인】 K 공사
【피고ㆍ상 고 인】 J 주식회사 외 1인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선하증권은 운송물의 인도청구권을 표창하는 유가증권인바, 이는 운송계약에 기하여 작성되는 유인증권으로 상법은 운송인이 송하인으로부터 실제로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하고 있는 것을 유효한 선하증권 성립의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으므로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하지 아니하였는데도 발행된 선하증권은 원인과 요건을 구비하지 못하여 목적물의 흠결이 있는 것으로서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고(대법원 1982. 9. 14. 선고 80다1325 판결 및 대법원 2005. 3. 24. 선고 2003다5535 판결 참조), 이처럼 무효이어서 담보로서의 가치가 없는 선하증권을 담보로서의 가치가 있는 유효한 것으로 기망을 당한 나머지 그 소지인으로부터 수출환어음과 함께 매입한 은행으로서는 운송물을 수령하지 않고 선하증권을 발행함으로써 위와 같은 기망행위에 가담한 운송인에 대하여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출환어음의 매입대금액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며, 설사 함께 매입되었던 수출환어음의 지급인이 사후에 이를 인수하였다 하더라도 위 불법행위와 그로 인한 손해의 발생과 사이의 인과관계가 단절된다고 할 수는 없고, 또한 현실적으로 위 수출환어음의 지급이 이루어지지 아니하는 한 위 불법행위로 인한 은행의 손해가 전보되어 소멸하게 되는 것도 아니라고 할 것이다.
원심판결의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유설시에 다소 미흡하거나 적절하지 아니한 점이 있으나, 수입자가 이 사건 환어음을 인수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운송물의 선적 없이 허위의 선하증권을 발행한 피고 H의 행위가 위법하지 않게 된다거나 위 피고의 행위와 선하증권 소지인의 손해 발생과 사이의 인과관계가 단절되는 것은 아니라고 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원심이 수입자가 이 사건 선하증권의 흠결을 알지 못한 채 수출자의 요청에 따라 이 사건 환어음을 인수하였는데 나중에 운송물이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사건 환어음을 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사실인정한 것은 부가적인 설시에 불과하여 설령 그러한 사실인정이 잘못된 것이라 하더라도 판결 결과에 영향이 없고, 그 밖에 원심판결의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더라도 원심판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반의 위법이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양승태(재판장) 고현철 김지형 전수안(주심)

<평석>

1. 들어가며

해상 운송에 있어 물품을 확보하고, 대금 지급을 담보하기 위하여 이용되는 선하증권은 엄연히 유가증권이다. 즉, 아무리 화주라 하더라도 선하증권의 상환이 있어야만 화물을 인도받을 수 있기 때문에 당해 운송 거래에 있어서 동등한 화물과 같은 가치가 있다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선하증권에는 비교적 큰 권리가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선하증권의 성립 자체에 흠결이 있어서는 안된다 할 것이다.
그러나, 선하증권은 원칙적으로 유가증권으로서 유통이 될 수 밖에 없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선하증권이 요건상 흠결이 있을 수도 있다. 이와 같은 경우에 흠결된 선하증권의 외관을 신뢰한 자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며, 흠 있는 선하증권의 효력이 문제된다 할 것이다.
사례는 이러한 점을 다루고 있다. 즉, 흠결 있는 선하증권에 따라 물품대금을 담보한 원고가 물품대금을 대신 납부하고, 이러한 손해에 대하여 운송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있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판결 요지를 다시한번 살펴본 다음, 우리 법제 하에서의 흠 있는 선하증권에 대한 법리와 이에 대한 필자의 사견을 밝혀보기로 한다.

2. 흠 있는 선하증권의 효력

선하증권에 흠결이 있다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선하증권은 독립된 유가증권으로서 선의의 선하증권소지인에 대하여 증권상 기재에 따른 책임을 지게 된다. 다시 말해 선하증권이 적법하게 발행된 경우에는 운송인과 송하인 사이에 선하증권에 기재된 대로 우송계약이 체결되고,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실제 수령 또는 선적한 운송물이 선하증권의 기재 내용과 상의한 경우, 운송인은 반증이 없는 한 송하인에 대하여 채무불이행 책임을 지게 된다. 물론 반증이 있다면 불법행위 책임의 법리에 따른 손해배상책임도 인정될 것이다.
그러나, 선하증권은 운송계약에 기하여 작성되는 유가증권으로서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하지 아니하였음에도 발행된 선하증권은 원인과 요건을 아예 갖추지 못하였으므로, 무효라고 보아야 하며, 이러한 경우에는 당연히 운송인에게 불법행위 책임의 법리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이다. 사안의 경우 역시 이러한 경우에 해당한다.

3. 평석 및 사견

사안의 선하증권은 운송물을 아예 수령 및 선적조차 하지 아니하였음에도 발행되었으며, 사안에서 이러한 사실을 모른 원고가 이러한 선하증권을 담보로 하여 수출입 보험을 체결하고, 위와 같은 흠결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고, 보험금 상당액을 피고들에게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있다.
피고들은 추후에 위와 같은 흠결의 선하증권을 수입자가 인수하였으므로 사후 보완적 측면에서 손해배상책임이 없다고 항변하지만, 이러한 사실만으로 피고들이 흠결 있는 선하증권을 발행하도록 한 행위의 위법성이 사라진다고 볼 수는 없다. 판례는 이러한 점을 지적하고 있는데, 선하증권의 성격에 비추어보고, 완전 무효인 선하증권을 발행하여 유통하였다는 점에 비추어 본다면 타당한 논리라 할 것이다.
사안의 경우는 일부러 위와 같이 흠결 있는 선하증권을 발행한 것으로 불법행위 자체가 성립하여 원고의 청구가 당연히 인용되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내용상 흠결이라 하여도 선하증권의 성립에 있어서 무조건 무효가 되지 않는다는 점은 구별하여 기억할 필요가 있는 바, 이러한 점을 다시 한번 당부드린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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