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1-18 14:13
판례/ 선하증권 소지인의 손해배상액
김현변호사
【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J 공사
【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A 주식회사
【주 문】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1. 원고의 상고에 대하여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주식회사 P은행(이하 ‘P은행’이라 한다)은 주식회사 E (이하 ‘E’라 한다)의 의뢰에 따라 이 사건 신용장을 발행하였고, 이 사건 신용장은 E가 수입하고 피고가 운송하는 이 사건 화물에 관한 것으로서, P은행이 이 사건 화물에 관한 이 사건 선하증권의 수하인이 되었는바, 이러한 경우 P은행이 이 사건 선하증권의 소지인으로서 가지는 권리는 P은행이 이 사건 신용장의 개설은행으로서 그 신용장대금을 지급하여 E에 대하여 가지는 구상채권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므로, 피고가 이 사건 선하증권과 상환하지 아니하고 E에게 이 사건 화물을 인도함으로써 P은행의 이 사건 화물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여 P은행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를 부담하는 경우에 있어서 피고가 배상할 손해액은, 이 사건 화물이 E에게 인도된 당시의 시가 상당액으로 하되, P은행이 이 사건 신용장의 개설은행으로서 그 신용장대금을 지급하여 E에 대하여 가지는 구상채권액의 범위 내로 제한된다고 할 것이라고 판단한 다음, 이 사건 화물의 멸실 당시의 시가 상당액은 3억8,909만9,238원이나 P은행이 E에 대하여 가지는 신용장대금 구상채권액은 그보다 적은 3억7,543만3,217원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 구상채권액 3억7,543만3,217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할 것인바, 한편 원고가 P은행으로부터 위 구상채권을 양수한 후 부동산임의경매절차에서 위 구상채권에 대한 2005. 6. 9.까지의 지연손해금을 변제받은 바 있어 그 변제액 상당도 이 사건 손해배상채권의 지연손해금에서 공제되어야 할 것이므로, 결국 피고는 원고에게 위 인정의 3억7,543만3,217원 및 이에 대한 2005. 6. 10.부터 완제일까지의 지연손해금만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나. 이 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운송인이 운송물을 선하증권과 상환하지 아니하고 타인에게 인도함으로써 선하증권 소지인이 입은 손해는 그 인도 당시의 운송물의 가액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상당의 금액이라 할 것이고(대법원 1993. 10. 8. 선고 92다12674 판결 등 참조), 신용장 개설은행이 선하증권의 소지인으로서 운송인에 대하여 갖게 된 선하증권에 관한 손해배상채권과 신용장 개설은행으로서 신용장 개설의뢰인에 대하여 갖는 신용장 거래상의 채권은 법률상 별개의 권리이므로, 신용장 개설의뢰인의 신용장 개설은행에 대한 신용장 거래상의 채무가 일부 변제 등으로 소멸된다고 하더라도 운송인을 상대로 한 선하증권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에서 이를 공제하여야 할 것은 아니며(대법원 1991. 4. 26. 선고 90다카8098 판결, 2004. 3. 25. 선고 2001다53349 판결 등 참조), 선하증권의 소지인으로서 운송인에 대하여 가지는 권리가 신용장 개설은행으로서 개설의뢰인에 대하여 가지는 권리를 담보하기 위한 것이라 하여 운송인의 선하증권 소지인에 대한 손해배상채무가 신용장 개설의뢰인의 개설은행에 대한 신용장 거래상의 채무액 범위 내로 제한된다고 할 수도 없다.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가 이 사건 선하증권과 상환하지 아니하고 E에게 이 사건 화물을 인도하는 불법행위를 저지름으로써 P은행이 입은 손해는 이 사건 화물이 E에게 인도된 당시의 시가 상당액인 3억8,909만9,238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상당액이라 할 것이므로, 피고는 P은행으로부터 이 사건 선하증권을 양수함으로써 피고에 대한 P은행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이전받은 원고에게, 위 3억8,909만9,238원 및 이에 대한 불법행위일로서 이 사건 화물 인도일인 2003. 12. 31.부터 완제일까지의 지연손해금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이에 대하여 피고가 P은행의 E에 대한 신용장대금지급에 따른 구상채권액이 위 화물의 인도 당시의 가액에 미치지 못함을 내세워 위 구상채권액의 한도로 손해배상책임의 범위가 제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위 구상채권에 대한 일부 지연손해금이 변제되었음을 내세워 동액 상당이 공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손해배상채권이 P은행의 E에 대한 구상채권액으로 제한되어야 하고 또한 위 구상채권에 대한 일부의 이자가 변제되었으므로 그 변제된 이자 상당액이 이 사건 손해배상채권으로부터 공제되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선하증권 소지인에 대한 운송인의 손해배상책임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러한 위법이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은 분명하다.
2. 피고의 상고에 대하여
가. 제소기간 준수 여부
운송인의 용선자, 송하인 또는 수하인에 대한 채권·채무는 그 청구원인의 여하에 불구하고 운송인이 수하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한 날 또는 인도할 날부터 1년 이내에 재판상 청구가 없으면 소멸하는 것이고(상법 제811조), 위 기간은 제소기간으로서 법원은 그 기간의 준수 여부에 관하여 직권으로 조사하여야 하므로 그 기간 준수 여부에 대하여 의심이 있는 경우에는 필요한 정도에 따라 직권으로 증거조사를 할 수 있으나, 법원에 현출된 모든 소송자료를 통하여 살펴보았을 때 그 기간이 도과되었다고 의심할 만한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까지 법원이 직권으로 추가적인 증거조사를 하여 기간 준수의 여부를 확인하여야 할 의무는 없다(대법원 2005. 4. 28. 선고 2004다71201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고가 2004. 9. 23. 이 사건 소를 제기하면서 그 소장에서 이 사건 화물의 수하인인 P은행이 운송인인 피고에 대하여 가지는 손해배상채권을 원고가 P은행으로부터 2004. 6. 29. 양수하였음을 청구원인으로 하여 피고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구한다고 주장하였고, 그 소장에 이 사건 선하증권의 사본을 증거서류로 첨부하여 제출한 점을 알 수 있는 반면, 피고가 내세우는 갑 제14호증(통지서)의 기재에 의하면 P은행이 2004. 7. 5. 피고에게 보낸 통지서의 ‘원본 선하증권 전통이 당행에 보관되어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당해 물품의 반출이 가능한지 납득되지 않는다.’라는 기재가 있음을 알 수 있으나 위 기재는 P은행이 이 사건 선하증권 원본을 2004. 7. 5. 당시 소지하고 있었다는 취지가 아니라 이 사건 화물이 반출될 당시 소지하고 있었다는 취지에 불과하다고 보일 뿐이어서 위 기재만으로 원고가 P은행으로부터 선하증권을 양수하지 않은 채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고, 달리 기록상 피고가 이 사건 화물을 E에 인도한 2003. 12. 31.로부터 1년이 경과되는 2004. 12. 31.까지 원고가 P은행으로부터 이 사건 선하증권을 양수하지 못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자료가 없다.
따라서 원심이 상법 제811조 소정의 제소기간이 도과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 직권으로 증거조사를 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원심판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나 직권조사사항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피고의 면책 여부
원심은, 피고의 주장과 같이 기한부 신용장(Usance credit) 거래에 있어 수입업자가 선하증권 없이 화물을 먼저 반출하도록 하는 것이 관행이라거나 이 사건에서 P은행이 E로 하여금 선하증권 없이 화물을 수령·처분하도록 지시하거나 묵인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기한부 신용장 거래의 관행 내지 P은행의 지시·묵인을 내세운 피고의 면책 주장을 배척하였다.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조치는 옳은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채증법칙 위배나 기한부 신용장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다. 과실상계 인정 여부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더라도, 피고의 주장과 같이 P은행이 E가 선하증권 없이 이 사건 화물을 반출할 것을 예견하고 있었으면서도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E로 하여금 화물을 반출해가도록 방치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를 찾아볼 수 없다. 원심판결의 이 부분 이유설시에는 다소 부적절한 점이 없지 아니하나, 피고의 과실상계 주장을 배척한 결론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나 과실상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지형(재판장), 고현철(주심), 양승태, 전수안
<2/18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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