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6-13 17:03
해운ㆍ수출업계, 美 해운보안법에 수출전선 비상
후속시행법률 신속히 입수·분석 해야
2년전 항공기 테러공격으로 미국은 자국보안조치들 중의 하나로 지난해 해운보안법을 제정 시행하고 있다. 이 법률의 시행에 필요한 관련규정들도 마련하는 등 후속조치도 속속 진행되고 있는데, 그와 관련한 보고서가 나와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KMI 최재선 부연구위원은 “미국 해운보안법 시행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이란 보고서를 통해 현재 미국이 취하고 있는 자국보안조치들이 우리나라 해운업계에 미치는 파장에 대해 분석하면서 항만, 선사, 포워더, 하주 등 수출해운업계가 해운보안법으로 큰 부담을 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미국의 패권주의와 일방적인 외교정책이 곳곳에서 마찰을 빚고 있는데, 미국의 시각이 그대로 반영된 법률이 바로 지난해 말 제정된 해운보안법이라고 비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이 법률을 제정하면서 자국 해역을 운항하는 선박과 항만시설에 대한 보안조치를 강화하는 규정과 함께 외국항만에서 시행하고 있는 보안제도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내용까지 포함했다.
즉 미국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보안제도를 시행하는 국가의 항만에서 시행하는 국가의 항만에서 출항한 선박의 경우, 미국 항만에 입항하는데 일정한 제한을 가해 미국식 보안제도의 이행을 강제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 같은 미국의 해운보안법의 주요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항만과 선박의 보안취약성 평가를 강제하고 있다. 이는 선박을 이용한 테러 등 운송보안사고를 일으키기 쉬운 선박의 종류와 항만을 가려내기 위한 것이다. 미국 해운 보안법은 매 5년마다 기초평가를 우선 시행한 다음 이를 토대로 정밀평가를 시행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다만 정밀 평가를 시행하는데 있어선 항만 시설에 대한 평가보다는 선박에 의한 위협여부를 판단하는데 중점을 두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둘째 해운보안계획의 수립을 의무화하고 있다. 미국 해운보안법은 이 같은 계획을 크게 두가지로 나누고 있다. 정부차원에서 수립하는 국가해운보안계획과 이를 토대로 한 지역보안계획은 국토안보부 장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만 시행할 수 있으며, 중요사항이 변경될 때 역시 그러하다. 이 밖에도
▲이 법률은 해운보안사고에 대한 대응계획의 수립과 보안구역으로 지정된 곳의 출입을 통제하는 운송보안카드제도의 도입, 선박자동식별장치(AIS)의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을 뿐 아니라 위성통신기술이나 조난선박구호 및 해상안전시스템(GMDSS)을 이용한 광대역 선박위치 추적시스템을 개발하고, 입항선박에 대해 적재하고 있는 화물의 정보를 사전에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규정은 내년 7월부터 시행되는 국제해사기구의 국제선박ㆍ항만시설보안 규정(ISPS Code)과 내용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이런 점 때문에 미국은 해운보안법과 ISPS Code를 통합ㆍ운영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 법률에서 명시하고 있는 외국항만에 대한 보안평가제도는 IMO제도와는 전혀 딴판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한다. 미국이 자체적으로 만들어낸 규정이 그 이유.
이 법률에서 미국은 크게 3가지 점을 염두에 두고 있으나, 미국에 화물을 수출하는 외국항만의 보안상태를 자신들이 직접 평가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미국 해운보안법은 국토안보부 장관이 미국으로 항해하는 외국선박의 출항항만에 대해 그 항만이 시행하고 있는 반테러조치의 실효성을 판단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이에 덧붙여 해운보안법은 미국으로 향하는 선박이 이용하는 항만이 아닌 경우에도 그 항만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보안위험이 국제 해운거래에 부담을 줄 것으로 우려되는 경우에도 동일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다시 말해 미국은 해운보안법을 통해 사실상 외국의 모든 항만에 대해 보안조치의 시행여부와 그 효과의 적절성을 따질 수 있는 근거를 자국법에 둔 것이다 이와 함께 미국 해운보안법은 외국항만에 대한 보안평가를 크게 6가지 기준에 따라 시행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즉 ▲컨테이너 화물과 기타 일반화물, 수화물에 대한 검색이 올바르게 이뤄지고 있는지 여부, ▲화물ㆍ선박 및 부두 지역 등 출입통제지역에 대한 보안조치가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여부, ▲선박에 대한 적절한 보안조치가 이뤄졌는지 여부, ▲적절한 보안기준의 이행을 확인할 수 있는 증서나 서류 등이 갖춰졌는지 여부, ▲외국항만의 보안관리 프로그램의 효율성, ▲기타 미국에 대한 테러를 억지하는데 필요한 적절한 조치가 시행되고 있는지 여부 등이 그것이다.
외국항만에서 시행하고 있는 보안조치의 유효성을 평가한 다음에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로 해운보안법은 크게 2가지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외국항만에 대한 보안평가 결과 그 항만이 테러를 막는데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 경우 그 결과와 함께 적절한 개선대책을 마련하라고 해당 국가에 권고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이 경우 미국은 외국항만의 보안기능을 제고하기 위해 항만보안훈련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해운보안법은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조치는 결국 자국이 요구하는 보안수준에 미달하는 국가에 대해선 미국이 직접 나서 보안프로그램 가동을 지원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같은 조치와 함께 미국은 외국항만이 반테러조치를 시행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온 경우에 미국의 입항을 통제하는 3가지 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일정한 조건을 붙인 입항허가, 일정한 조건을 붙이는데 문제가 있는 때에는 입항금지, 그 같은 사실에 대한 대외적인 공표 등이 그것이다. 다만 보안조치가 미비한 외국항만으로부터 미국에 입항하는 선박에 대한 통제는 해당국가에 그 같은 사실을 통보한 이후 90일이 지나야 가능하다.
예외적으로 미국 해운보안법은 국토안보부 장관이 국무부장관과 협의 결과 해당 항만의 보안상태가 여객이나 선원 등이 이용하고 선박이 입항하는데 위험을 준다고 판단한 경우엔 ‘90일 경과 기간’과 관계없이 즉시 필요한 조치를 발동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고서는 앞에서 지적한 바대로 미국 해운보안법이 국제해사기구(IMO)의 ISPS Code와 내용면에서 비슷한데 이같은 유사성에도 불구, 양자간에는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ISPS Code는 다자협약이기 때문에 비준하지 않는 경우 이행에 강제성이 없는 반면, 미국의 해운보안법은 개별국가의 법률이란 점에서 비준여부와 관계없이 시행된다.
그리고 이 법률은 미국에 입항하는 선박에 그대로 영향을 미친다. 적용대상 선박의 범위에서도 미국적 선박에 한정하지 않고 미국 영해를 운항하는(operate in US waters) 일정한 규모 이상의 선박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최재선 연구원은 이 제도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을 세 측면에서 분석했다.
▲첫째 적어도 미국으로 화물을 수출하는 선박이 기항하는 항만당국, 예컨대 부산항ㆍ광양항ㆍ인천항 등은 미국에서 요구하는 보안기준에 맞게 보안제도를 개편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보안기준은 앞에서 제기한 6가지 사항인데, 이같은 기준에 대한 해석이 주관적일 수 있다는 점도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부산항의 경우 미국과 컨테이너 보안협정(CSI)을 맺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나 다른 항만의 사정은 그렇지 않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둘째 선사 측면에서 일단 선원에 대한 신원조사를 강화하는 점과 외국선박에 대한 보고제도의 신설, 모든 미국 수출입화물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미국 관세청에 신고하도록 한 점 등이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다 특히 외국선박에 대한 보고제도의 시행과 관련, 미국은 이 제도를 기준 미달선의 색출과 선박소유 관계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수단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 여객이나 선원ㆍ선박 등록 등과 관련해 불확실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허위의 사실을 제공한 때, 선박의 안전과 보안에 관한 통제조치를 적절하게 이행하지 않은 경우 등을 모두 보고대상에 포함시키고 있기 때문.
▲셋째 하주나 복합화물운송업자의 경우도 해운보안법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하주들도 미국 수출화물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신고해야 하는 부담과 함께 추가적인 보안조치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은 기존이 ‘24시간 룰’의 지속적인 시행과 함께 이 제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예컨대 환적화물에 대한 선적전 검사를 강화하고 컨테이너 용기의 물리적인 보안조치 강화, 즉 잠금장치와 봉인장치에 대한 기준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 복합운송화물의 보안을 제고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는데, 이런 것 등이 바로 하주에 큰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미국해운보안법은 지난해 말 부시대통령이 서명했음에도 불구, 아직 본격적으로 시행되지는 않고 있다. 시행에 필요한 후속조치와 세부절차가 덜 끝났기 때문이다.
미국 연안경비대는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항만정보소식’에서 이 법률을 시행하는데 필요한 임시규칙을 6월까지 제정하고 11월에 최종규칙을 발표한다고 밝힌바 있다. 또 이같은 규칙 제정에 각계의 의견을 영하고자 1워로가 2월에 걸쳐 7차례의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같은 후속입법작업은 행정절차법에 따르지 않고 진행되고 있어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안의 시급성이 그만큼 큰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해운보안법의 후속입법이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는 아직 짐작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시행법률의 경우 국제해사기구의 ISPS Code의 주요골자를 반영한 좀더 강력한 법률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 연안경비대는 지금까지 적용대상 선박의 법위를 확대하고 ISPS- Code 임의규정을 강제규범한다는데 입장을 밝힌바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 조만간 나오게 될 해운보안법의 후속시행법률을 신속히 입수ㆍ분석하는 한편 외국항만의 보안평가 등에 대비한 조치를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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