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선사 양밍해운이 우리나라 한화오션과 2조2000억원에 달하는 컨테이너선 신조 계약을 추진한다.
양밍해운은 지난 17일 이사회에서 선단 최적화 계획의 일환으로 한화오션에 1만5000TEU급 액화천연가스(LNG) 연료 추진 컨테이너선 7척을 발주하는 안건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신조선은 2028~2029년 선주 측에 순차적으로 인도될 예정이다.
영국 해운 전문 일간지 로이즈리스트에 따르면 척당 선가는 약 2억2500만달러(약 3100억원), 총 건조금액은 15억7500만달러(약 2조2000억원)다. 신조선은 2000년대 초반 건조된 5500~6500TEU급 선박을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번 컨테이너선 신조 입찰에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 빅3와 일본 이마바리조선, 대만 CSBC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낮은 임금과 저렴한 원자재 가격을 앞세워 저가 수주를 벌이고 있는 중국 조선소는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중국 조선소들은 대만 정부가 지분을 소유한 양밍해운이 중국에 신조선을 발주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해 입찰 제안서를 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만 선사들은 중국의 정치·경제 및 지정학적 위험을 이유로 한국 조선소에 신조 발주를 늘리고 있다. 한화오션은 이번 발주를 계기로 양밍해운과 첫 협력 관계를 맺게 된다. 앞서 대만 에버그린은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6척을 발주하며 한화오션과 첫 거래의 물꼬를 틔웠다.
최근 해운업계에선 국제사회의 환경 규제 강화에 대응해 LNG 등 차세대 친환경 연료 추진 선박을 도입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계약에서 양밍해운이 LNG 이중 연료추진 컨테이너선을 선택한 건 환경 규제를 충족함과 동시에 연료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양밍해운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컨테이너선단 재편 계획의 일환으로 신조 발주를 늘리고 있다.
지난 2023년 5월 HD현대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에 LNG 연료 추진 1만5000TEU급 컨테이너선 5척을 발주했다. 신조선은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인도될 예정이며, 선대에 추가되면 양밍해운 운항선 중 최대 선형이 된다. 현재 이 선사가 보유·운항 중인 최대 선형은 1만4000TEU급이다. 이 밖에 대만 선사는 올해 3월 일본 이마바리조선과 8000TEU급 컨테이너선에 대한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양밍해운은 “2026년부터 인도 예정인 5척의 LNG 연료 추진 컨테이너선과 함께 이번에 발주한 선박에 이중 연료 솔루션을 도입하면 동서항로에서 고객에게 더욱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기존 연료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양밍해운의 신조 발주잔량은 20만TEU를 웃돌고 있다.
프랑스 해운조사기관인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7월21일 현재 양밍해운의 운항 선대는 100척 74만5000TEU로, 세계 10위에 올라 있다. 신조선 발주량은 현존선의 28.5%인 15척 20만6500TEU에 이른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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