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운당국이 코로나19 사태 시절 부과된 과도한 물류비를 놓고 컨테이너선사와 화주가 벌인 소송전에서 화주 측 손을 잇달아 들어 주고 있다. 미국 연방해사위원회(FMC)는 이스라엘 컨테이너선사 짐라인이 삼성전자 미국법인(SEA)에 370만달러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3000개 컨 대상 1만건 부당 비용 청구
삼성전자는 지난 2022년 10월 짐라인이 공급망 혼란으로 발생한 컨테이너박스 체화료(Demurrage)와 지체료(Detention)를 자신들에게 부당 청구했다는 내용의 소장을 FMC에 제출했다.
체화료는 컨테이너장치장(CY)에 보관돼 있는 화물을 무료 장치 기간(free time)이 지났는데도 찾아가지 않을 때, 지체료는 가져간 컨테이너 장비를 지정된 기일을 넘겨 반납했을 때 부과하는 비용이다.
삼성은 창고 문전 운송(Store-Door Delivery) 계약을 체결한 짐라인이 2019년 7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2980개의 컨테이너를 화물차에 실어 창고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9984건에 이르는 비용을 부당 청구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선사 측이 미국으로 운송된 가전제품을 대상으로 불합리한 비용 부과와 함께 보복 조치와 거래 거부 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삼성이 소장에서 청구한 손해배상 금액은 1220만달러에 이른다. 부당하게 지불한 체화료와 지체료 1080만달러와 추가 발생 비용 140만달러, 변호사 선임료 등이다. 삼성은 짐라인이 시간이 지날수록 물류 지연 비용을 과도하게 늘렸다고 주장했다. 2020년 한 해 동안 1만달러 미만이었던 체화료가 2021년 들어선 1분기에만 120만달러가량 부과됐다고 주장했다.
이 재판을 맡은 FMC 에린 M 워스 행정판사는 지난달 22일 물류 지연이 수하인의 책임으로 발생한 게 아닌데도 선사가 부당하게 지연 비용을 화주에게 부과했다고 판단하면서 짐라인에게 총 368만달러(약 52억원)를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워스 판사는 원고와 피고 양측이 제출한 20만페이지에 이르는 소송 기록과 증인 13명의 증언 등을 광범위하게 검토해 물류 지연의 원인이 대부분 항만 적체와 트럭 또는 트럭 운전사 부족, 악천후, 해운사의 화물 억류(cargo holds) 조치 때문에 발생했다고 봤다.
화주가 체화료 부과에 반발해 비용을 지불하지 않자 짐라인이 화물 반출을 막고 억류하는 ‘불합리한 관행’을 저질렀다는 삼성 측 주장을 인용했다. 이스라엘 선사는 삼성이 트럭 기사를 지정했기 때문에 물류 지연 비용의 책임이 있고 화물 억류는 정당한 해상 유치권 행사라고 주장했지만 FMC는 앞선 판례를 근거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내륙 운송 과정에서 부과된 물류 지연 비용이 모두 부당하게 이뤄졌다는 삼성 측 주장은 기각했다. 일부 체화료나 지체료는 삼성 측에 책임이 있고 선사 측의 비용 청구가 부당하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MSC·머스크 1000만弗 안팎 벌금제재
FMC는 이번 소송을 비롯해 코로나 시절 불거진 물류 비용 분쟁에서 화주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판결을 내려왔다. 앞서 2022년 6월 독일 컨테이너선사 하파크로이트에 200만달러의 과징금(civil penalty)을 부과한 것을 시작으로, 2023년 3월과 4월 각각 대만 완하이라인과 일본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에 95만달러와 170만달러의 과징금 제재를 내렸다.
같은 해 6월엔 미국 가구 수입업체인 OJ커머스가 덴마크 컨테이너선사 머스크의 자회사인 함부르크수드가 부당하게 선적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제기한 소송에서 피고 측에 1000만달러에 이르는 배상금 지급을 명령했다.
그런가 하면 프랑스 CMA CGM은 지난해 5월 200만달러, 스위스 MSC는 올해 2월 1600만달러의 과징금을 받아들었다. 세계 1위 컨테이너선사인 MSC는 제재 금액도 최대 규모를 차지했다.
FMC는 당초 지난해 4월 6330만달러, 한화로 900억원에 이르는 초유의 벌금을 스위스 선사에 부과하는 결정을 내렸다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제재 금액을 크게 낮췄다. (
해사물류통계 ‘부당 운송 비용 부과 관련 미국 FMC의 글로벌 컨테이너선사 제재 현황’ 참조)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