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지배선대 순위가 한 계단 내려 앉았다. 선단 규모는 소폭 늘었지만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거둔 홍콩에 밀렸다.
영미 해운조사기관인 베슨노티컬과 베셀즈밸류에 따르면 2025년 1월 현재 우리나라 지배선대(해양플랜트 제외)는 1556척 9139만t(재화중량톤)을 기록, 지난해 1516척 9050만t에 비해 척수 기준 3%, 톤수 기준 1% 성장했다. 사상 최고치인 2023년의 9214만t을 뛰어넘는 데 실패했지만 지난해 감소세를 띠었다가 1년 만에 다시 반등한 건 고무적이다.
우리나라 지배선대는 2020년대 들어 줄곧 성장하며 2023년 9000만t을 뛰어넘으며 신기록을 작성했지만 지난해 주력 선종인 벌크선과 탱크선 등의 부진으로 하향 곡선을 그렸다.
올해도 벌크선과 탱크선의 부진은 계속됐지만 컨테이너선 LNG선 자동차선의 높은 증가에 힘입어 성장세로 들아섰다. 하지만 순위는 15%의 성장률을 기록한 홍콩에 밀려 6위로 하락했다.
선종별로, 컨테이너선은 20% 늘어난 1378만t을 기록, 성장률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2021년과 2022년 31% 17%의 고공성장을 이어가다 2023년 4%, 2024년 1%로 급격히 둔화하는 모습을 보인 컨테이너선은 올해 다시 높은 성장 폭을 회복했다.
국내 대표 선사인 HMM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에서 건조한 1만3000TEU급 12척과 HD현대미포에서 건조한 1800TEU급 3척을 인도받는 등 자사선대를 22만TEU가량 늘린 게 영향을 미쳤다.
장금상선도 8000TEU급 4척, 2800TEU급 4척, 2500TEU급 1척, 1000TEU급 1척 등 HD현대그룹에서 지은 10척의 신조선을 넘겨 받으면서 선단을 3만TEU가량 늘렸다.
이 밖에 LNG선은 17% 늘어난 500만t, 자동차선은 12% 늘어난 170만t을 각각 기록하며 두 자릿수 성장률을 달성했다. 지난해 32%의 급성장세를 보였던 LPG선은 올해도 5% 늘어난 211만t을 신고하며 호조세를 이어갔다.
반면 벌크선은 4% 감소한 4040만t, 탱크선은 2% 감소한 2657만t에 그쳤다. 2022년 4600만t에 이르던 벌크선단은 3년 연속 4%대로 후진하면서 4000만t대로 내려앉았다.
탱크선은 2년 연속 2%대 감소율을 보이면서 2023년 2770만t에서 100만t 이상 감소했다. 점유율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벌크선과 탱크선의 부진으로, 우리나라 선박량은 컨테이너선과 LNG선 자동차선의 선전에도 1% 성장에 그쳤다.
우리나라 지배선대의 평균 선령은 15.1년으로, 1년 전 13.5년에서 1.6년 늘었다. 전 세계 평균 선령도 지난해 15.6년에서 올해 17.5년으로 약 2년가량 늘어났다. 홍해 사태 등을 배경으로 해운 시장이 호황세를 띠자 선사들이 노령선 폐선을 줄인 게 원인으로 분석된다. 전 세계적으로 18년 이상 된 노령선은 지난해보다 2400척가량 늘어난 2만2500척을 기록했다.
홍콩·UAE 선단 두자릿수 성장
2023년 그리스를 제치고 세계 1위 해운국에 올라선 중국은 올해도 8% 늘어난 7206척 4억1718만t을 달성하며 가파른 성장을 이어갔다. 지난해 2000만t이었던 2위 그리스와의 격차는 5000만t으로 벌어졌다.
중국은 주력 선종에서 고른 성장을 일궜다. 벌크선이 10%, 컨테이너선이 7%, LNG선이 9% 늘어났다. 다만 2위 선종인 탱크선은 2년 연속 1%대의 낮은 성장률을 띠었다. 2021년과 2022년 14% 23%의 가파른 상승 폭을 보이다 지난해부터 둔화되는 모습이다.
그리스 선주들의 보유선대는 1% 늘어난 4536척 3억6671만t으로 집계됐다. 2년 연속 내리막길을 걷다 올해 성장세로 돌아섰다. 벌크선이 5%, 컨테이너선이 2% 성장한 게 반등의 배경이 됐다. 반면 탱크선은 3% 감소하면서 지난해(-6%)에 이어 2년 연속 하락 곡선을 그렸다.
3위 일본은 3% 늘어난 5977척 2억7708만t을 달성했다. LNG선 LPG선 등 가스선단이 두 자릿수로 성장한 것을 비롯해 벌크선 컨테이너선 자동차선 등 탱크선을 제외한 주요 선종이 모두 증가곡선을 그렸다. 특히 LPG선단은 3년 연속 두 자릿수로 늘어났다. 탱크선은 2% 감소했다.
싱가포르는 8% 늘어난 2133척 1억2203만t으로 4위를 유지했다. 벌크선이 11%, 탱크선이 4%, 컨테이너선이 5%, LPG선이 15% 늘어나는 등 14%의 감소세를 띤 LNG선을 제외하고 주력 선종이 모두 플러스 성장했다.
홍콩은 15% 늘어난 1791척 9297만t을 달성하며 우리나라를 제치고 5위로 도약했다. 탱크선과 컨테이너선이 각각 29% 49%의 폭발적인 성장률을 보였다. 지난 2022년 26%의 고성장을 배경으로 독일을 밀어내고 6위로 올라선 뒤 3년 만에 다시 순위 상승을 일구며 빅5 그룹에 입성했다.
대만은 8% 늘어난 1045척 6366만t으로, 7위에 올랐고 독일은 5% 감소한 1884척 6174만t에 머물며 대만에 역전을 허용했다. KG펀드 붕괴 이후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독일 선단은 2020년 8405만t에서 26% 감소했다.
지난해 9위를 기록하며 세계 10위 해운국에 진입한 아랍에미리트(UAE)는 17% 늘어난 1183척 5757만t을 신고하며, 순위를 유지했다. 탱크선이 19% 늘어난 3637만, LNG선이 122% 늘어난 112만t이었다. 산유국답게 탱크선대는 세계 4위 수준이다. 이 밖에 튀르키예가 2077척 4968만t으로, 미국을 밀어내고 새롭게 10위권에 합류했다. (
해사물류통계 ‘국가별 지배선대 톱10’ 참조)
한국선대 가격 19% 늘어난 557억弗…중국 1등
선박량 가치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3년째 6위를 유지했다. 베셀즈밸류는 우리나라 지배선단의 가격을 총 557억9100만달러(약 80조6300억원)로 평가했다. 지난해의 470억달러에서 19% 상승했다. 선종별로 컨테이너선이 133억달러로 가장 높고 탱크선이 115억달러로 뒤를 이었다. 벌크선은 96억달러, LNG선은 93억달러였다.
지배선대 가치 1위 국가는 1978억달러를 기록한 중국이다. 중국은 1년 새 21%나 선단 가치를 늘리면서 일본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 이어 2위 일본은 1878억달러, 3위 그리스는 1375억달러로, 각각 13% 6%의 가격 상승을 거뒀다.
이 밖에 4위 싱가포르는 16% 늘어난 632억달러, 5위 미국은 4% 감소한 621억달러, 7위 독일은 16% 늘어난 457억달러, 8위 홍콩은 19% 늘어난 414억달러, 9위 영국은 9% 늘어난 395억달러로 각각 집계됐다. 싱가포르는 선대 가치 순위도 한 계단 상승을 일궜고 대만은 365억달러의 선단 가치 평가를 받으며 10위권에 합류했다.
우리나라 신조발주량 10위권밖으로 추락
신조선 발주량은 그리스가 1위를 지켰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신조 발주가 크게 줄면서 10위권 밖으로 떨어졌다.
그리스의 신조 발주량은 1월 현재 572척 5366만t으로 집계됐다. 1년 전의 418척 3762만t에 견줘 톤수 기준으로 무려 43% 늘어났다. 지난해 발주량을 2배 이상(112%) 늘리며 신조선 거래 순위를 3위에서 1위로 끌어올린 그리스는 올해도 자산 투자 드라이브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탱크선 발주량을 지난해 1852만t에서 올해 3103만t으로 68% 확대했다. 벌크선과 컨테이너선 신조 거래도 20% 이상 늘어났다.
중국은 50% 늘어난 632척 4415만t으로 2위를 유지했고, 싱가포르는 52% 늘어난 352척 2766만t을 기록하며 일본을 끌어내리고 3위로 올라섰다. 동남아 해운 선진국은 벌크선 발주를 89%, 탱크선 발주를 50%, 컨테이너선 발주를 33% 각각 늘렸다.
일본은 390척 2745만t으로 4위, 프랑스는 102척 1331만t으로 5위, 대만은 141척 1284만t으로 6위, 스위스는 157척 1264만t으로 7위를 각각 기록했다. 이어 홍콩이 155척 1194만t, 독일이 237척 960만t, 영국이 135척 880만t으로 8~10위에 포진했다. 프랑스와 영국 스위스는 현존선 규모에선 10위권 밖이지만 신조 발주량은 톱10에 들며 향후 순위 상승의 기대감을 밝혔다.
반면 우리나라는 신조선 발주 규모가 지난해 145척 924만t에서 올해 103척 546만t으로 41% 급감하면서 8위였던 순위도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
해사물류통계 ‘국가별 신조 발주량 톱10’ 참조)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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