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5-11 17:55
EU 집행위, 조선산업 관련 對한국 ‘WTO제소건의’ 방침 발표
지난 몇년 동안 한국과 유럽연합(EU) 사이에 최대의 무역분쟁으로 내연하던 조선 통상마찰이 마침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단계에 이름으로써 양측 통상관계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 정부는 EU의 제소시 어떻게 대응할지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맞제소 방침이 흘러나오고 있어 양측 조선분쟁이 자칫 감정 싸움 양상을 띨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U는 미국, 일본에 이어 한국의 3번째 교역상대. 한국은 EU에 있어 동아시아에서 4번째로 큰 무역 상대국이다. 또한 조선 분쟁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이 워낙 팽팽해 자칫 감정적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없지 않으며 그럴 경우 이를 계기로 그동안 원만하게 형성돼왔던 양측 통상관계가 냉각될 우려가 있다.
유럽 집행위원회는 그간의 TBR(Trade Barrier Regulation : 무역장벽규정) 조사 결과 우리 조선업계에 대한 수출입은행의 수출금융 및 국책은행의 일부 조선업체에 대한 부채탕감, 출자전환 등이 정부 보조금에 해당하며 이러한 정부 지원으로 인해 유럽 조선업계가 WTO보조금 협정상의 피해(adverse effect)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초 산업은행의 현대전자 회사채 인수에 대해 미국이 WTO 규정에 어긋난다고 문제삼은 데서도 나타나듯이 기업구조조정 차원에서 행해진 채무조정이 부당한 보조금지급에 해당하느냐에 대한 국제적인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상황이다. 즉 구체적이고 엄밀하게 국제통상법리를 따져보지 않은 현 상황에서 IMF 위기 때 일부 조선업체에 대해 행해진 채무조정이 과연 WTO 규정에 어긋나는 부당 보조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법률전문가들은 EU가 제기하고 있는 보조금 지급 문제가 WTO 규정에 어긋나는지 여부를 섣불리 판단하기 어려운 실정이어서 어느쪽이 승소할지 현재로서는 장담할 수 없으며 구체적으로 심사가 진행돼봐야 그 결과를 알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곧 한국 조선업계의 패소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음을 뜻한다. 또 한국 조선업계가 패소할 경우 지난 97년 금융위기 때 기업구조조정 차원에서 진행됐던 기업 채무조정 전반이 국제통상관계에서 문제시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이른바 '국제통화기금(IMF) 위기'에 채권금융기관들이 행한 기업채무조정이 정부의 기업에 대한 부당한 보조금 지급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정날 경우 한국은 무역상대방으로부터 유사한 제소를 당할 우려가 커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수출입은행의 수출금융은 수출입은행이 조선소의 제작능력 및 신용상태 등 각종 위험도를 반영하여 상업적 기준에 따라 대출하고 있다고 설명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일부 조선업체에 대한 구조조정도 채권은행이 정부개입 없이 상업적 판단에 따라 추진된 것으로 WTO보조금 협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산자부의 현 입장은 EU가 WTO에 제소한다 하더라도 최종 판정시까지 약 1년반의 장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현재 조선분야는 WTO반덤핑협정의 대상이 되지 않아 우리측이 패소한다 하더라도 정치적인 의미 외에는 우리 조선업계에 대한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제재수단이 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국내외 전문 법률회사(법률법인 세종, Courdert Brothers-브뤼셀 소재)를 선임, EU측 주장 및 우리 입장에 대한 법적 검토를 진행중이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 역시 이번 분쟁의 승리를 확신하지 못해 한국과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을 희망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양측 조선업계의 상호 양보가 필요하나 양측은 현재 전혀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EU가 제소하더라도 WTO가 분쟁심사를 하는데 1년 이상이 걸리는 만큼 그동안 협상을 통해 분쟁이 해결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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