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에서 후렌치 후라이(감자튀김)가 사라졌다. 불과 며칠 전 소식이다. 예기치 못한 물류난으로 수입 냉동감자가 들어오지 못한 게 원인이라고 한다.
“감자튀김 대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1년에는 롯데리아와 맥도날드, 맘스터치가 감자튀김 판매를 중단하였고, 2022년에는 써브웨이가 웨지감자와 감자칩 판매를 일시 중단하였다. 모두 물류난이 원인이었다.
작년 말, 올해 초부터 홍해발(發) 물류대란 뉴스가 슬슬 나오더니, 글로벌 컨테이너 운임이 천정부지로 올라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뉴스도 보인다. 이번 물류대란은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선박을 공격하면서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수에즈운하가 막히며 시작되었다.
선박들은 지름길이 막히자 아프리카를 우회하는 경로를 선택할 수밖에 없어졌고, 그 결과 운항 일수가 3~4주 늘어났다고 한다. 중국 제조업체들이 미국의 대(對) 중국 관세 인상 조치 시행 전에 밀어내기식 수출을 서두르면서 웃돈을 주고서라도 선박을 확보하려 하는 것도 원인이라고 한다.
수출입 물량의 거의 대부분을 해상운송에 의지하는 우리나라는 해상운임의 가파른 상승세 속에 물류대란의 장기화를 우려하고 있다. 사후약방문 같지만, 물류대란으로 인한 운송지연과 관련된 법률관계를 간략히 살펴보자.
대부분의 해상운송계약은 운송인에게 합리적으로 신속하게, 이로(離路·deviation) 없이 운송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헤이그 비스비규칙에는 인명이나 재산의 구조를 위한 이로나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이로는 운송계약 위반으로 보지 않고 운송인은 그 결과로 생기는 멸실 또는 손해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겠지만, 일반적으로 선박이 홍해에서의 위험을 피하기 위하여 아프리카를 우회하는 선택을 하여 운송지연이 발생하였더라도 운송계약 위반이라고 판단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지금은 운송인 및 화주 모두 운송지연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고 이를 반영한 운항일정도 공유되었을 것이므로, 운송인에게 운송지연에 대한 책임을 묻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된다.
설령 이러한 면책사유가 없다고 하더라도 화주는 운송인에게 운송지연으로 인한 간접적, 결과적 손해에 대한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한민국법이 준거법으로 적용되는 사안에서는 정액배상주의가 적용될 수 있다. 올해 초 적하보험사들이 운송지연으로 인한 적하보험 보상이 어렵다고 공지했다고 하는데, 화주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한 정액배상주의는 운송인의 책임을 일정한 범위로 제한하자는 데서 출발한 개념이다(상법 제815조, 제137조). 정액배상주의에 의하면 운송인은 특별손해를 배상할 필요가 없다. 즉, 운송인은 운송물이 전부 멸실 또는 연착된 경우에 인도할 날의 도착지의 가격에 따른 손해배상을 하면 되고, 운송물이 일부 멸실 또는 훼손된 경우에는 인도한 날의 도착지의 가격에 근거한 손해배상을 하면 된다. 따라서 운송지연이 발생하였다면, 운송물의 가격이 하락한 경우에 한하여 인도할 날의 도착지 가격과 실제로 인도한 날의 도착지 가격과의 차액이 손해배상액이 된다.
필자는 가끔 위 “도착지 가격”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질문의 취지는 해당 운송물의 운임도 도착지 가격에 포함되는가에 대한 것이다. 많은 학자들은 도착지 가격을 운임이 포함된 CIF 가격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지급을 요하지 않는 운임 기타 비용을 공제하는 상법 제137조 제4항과의 유기적, 법통일적 해석방법에 의하더라도 도착지 가격에 운임이 포함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비슷한 규정을 입법화하고 있는 일본도 CIF 가격이라고 보고 있는 것으로 이해되며, 우리 관세법에서 수입지(도착지)의 도착가격을 CIF 가격으로 보는 것도 참고가 될 수 있다.
추가로, 관세, 통관비용, 개별소비세 등도 “도착지 가격”에 포함될 수 있을까? 필자는 이들 비용도 도착지에서의 일반적, 객관적인 가격을 형성하는 요소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환급된다는 사정이 없는 한, 모두 도착지 가격에 포함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한진해운 사태로 촉발된 물류대란, 팬데믹으로 인한 물류대란 등 여러 차례 물류난을 경험하고 이겨낸 기억을 가지고 있다. 이번 물류대란으로 누군가는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한 상황에 처해 있을 수 있고, 누군가는 레벨업(level up)의 기회를 맞았을 수도 있다. 각자도생(各自圖生)도 중요하지만 상생(相生)이라는 대의도 곱씹을 시기이기도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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