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여객선과 로로(화물차로 하역하는 방식) 선박 사업으로 업력을 쌓아온 팬스타그룹이 컨테이너선 시장에 진출한다.
팬스타라인닷컴은 6월30일부터 한일항로에 630TEU급 컨테이너선 오너보이저(Honor Voyager)호를 투입한다. 이 선박은 매주 일요일 부산항 북항에서 출발해 일본 주요 항만을 기항할 예정이다. 취항 일정은 부산(토·일)-고베(화)-도쿄(수)-요코하마(수)-나고야(목)-부산 순이다.
팬스타는 도쿄와 나고야 서비스를 기존 로로선과 함께 주2항차로 강화하고 고베와 요코하마엔 새롭게 진출한다. 아울러 내년 상반기 컨테이너선을 추가 투입하는 등 한일 구간 서비스를 확대한 뒤 중국 동남아항로로 시야를 넓일 계획이다.
팬스타라인닷컴 엄상훈 부회장은 기자와 만나 컨테이너선 사업에 진출해 화주들에게 품목별로 수송 선택권을 제공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빠른 운송을 요하는 고부가가치 화물은 기존 카페리나 로로선으로 수송하고 대량화물은 컨테이너선에 실어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그는 “팬스타그룹이 10여 년간 컨테이너선 사업을 검토해 왔다”고 전하면서 향후 국적선사들과 협력해 상생 방안을 마련하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다음은 엄 부회장과의 일문일답.
Q. 팬스타 그룹은 국제 물류와 한일 간 여객선, 로로선 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간략한 설명 바란다.
팬스타그룹은 1990년 국제물류주선(포워딩)업체로 시작해 2002년 부산-오사카 항로에 카페리선을 투입하며 해운사의 기틀을 다져왔다. 현재 부산-오사카 구간에 카페리선, 부산-대마도 구간에 고속선을 투입해 여객운송사업을 하고 있다. 국내 처음으로 크루즈사업에도 도전해 부산의 대표적인 관광 상품으로 육성했다.
2004년 12월부터 주말마다 아름다운 부산항을 배경으로 원나잇 크루즈를 운항하고 있다. 세계 3대 크루즈사인 카니발 코퍼레이션 산하 코스타 크루즈 선박을 매년 용선해 정통 크루즈 사업도 벌이고 있다. 고객만족도 평가가 우수해 코스타 어워드를 수상했다.
또 로로선으로 일본 동안과 서안 화물을 고속으로 운송하는 사업도 벌이고 있다. 고부가가치 화물을 항공편에 버금가는 배송 시간으로 문전 연결(door to door)해 화주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새로운 물류 루트와 네트워크를 개척해 항로 경쟁력을 높이려는 노력이 결실을 맺은 셈이다.
일본 현지법인 산스타는 부산에서 선적한 화물이 오사카에 도착한 뒤 JR철도를 이용해 일본 전역을 48시간 이내에 연결하는 팬스타울트라익스프레스(PUE)를 개설했다. 이 서비스를 위해 한국계 기업 최초로 일본 세관의 통관 면허와 철도 운송 면허를 취득했다.
중국 스다오와 군산 구간, 부산과 일본 오사카 구간을 해상으로 연결하고 한반도 육로를 거치는 팬스타코리아랜드브리지(PKLB) 서비스를 구축한 것도 이 같은 노력의 성공 사례다. 이 서비스는 부산과 오사카를 항공편보다 빠른 48시간 이내에 연결한다. 고속 화물 페리를 이용한 신개념 팬스타 국제해상특송서비스(PIEX)도 개설했다. 포장, 통관, 보세 운송, 해상 운송 등 국제 특송의 모든 절차를 운용해 한중일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이 밖에 국내 자동차 정비 리프트의 70% 이상 점유하고 있고 국내 운송, 크루즈, 국제 특송을 담당하는 코스닥 상장사 팬스타엔터프라이즈, 선박 설계와 개조 등 선박엔지니어링 전문업체인 팬스타테크솔루션, 부산 신항 내 물류 창고인 팬스타국제물류센터 등 10여개의 물류 계열사를 아우르는 종합물류회사로 발돋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팬스타그룹이 부산-일본항로에 투입하는 600TEU급 컨테이너선 <오너보이저>호 |
Q. 컨테이너선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하다.
6월30일 부산-고베-도쿄-요코하마-나고야를 잇는 신규 컨테이너선 항로를 개설해 634TEU급 컨테이너선 <오너보이저>호를 운항할 예정이다. 고베 요코하마는 이번에 새롭게 진출하고 도쿄 나고야는 기존 고속 로로선 서비스와 함께 주 2항차 노선으로 확대된다.
앞서 말한 것처럼 팬스타그룹은 현재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핵심 사업은 해상 컨테이너화물 운송이다. 주력인 카페리와 로로선은 컨테이너선보다 빠른 운송이 가능하고 진동에 민감한 화물에 적합하다. 항공과 해상의 틈새시장에서 신속하고 안전하게 화물을 운송하는 로로선 사업은 고가의 운임 구조에도 회사 경쟁력의 원천이 됐다.
하지만 선박 크기에 비해 실제 실을 수 있는 화물량이 컨테이너선에 비해 30~40%밖에 안 되고 연료비는 2배가량 더 들어 원가 경쟁력이 낮다는 단점이 있다. 또 중량화물과 대량화물을 운송하는 데 적합하지 않아 지금까지 소량의 고가 화물 위주로 영업을 했다. 그렇다 보니 우리 회사를 고속 운송에 특화되고 제한된 화물을 취급하는 선사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 일반화물을 수송할 땐 컨테이너선사를 먼저 찾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 컨테이너선을 투입하면 레진(합성수지) 같은 일반 대량화물도 수송이 가능해져 영업 대상이 넓어진다. 고속 운송이 필요한 고가 화물은 로로선, 운임 경쟁력이 필요한 저가 화물은 컨테이너선을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고객들에게 제공해 선사와 화주가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게 주 목표다.
내년 상반기 중에 추가 컨테이너선을 투입해 일본 내 기항지를 확대하려고 한다. 일본에 100개 정도의 항구가 있는데 이 중 20여 곳을 취항할 계획이다. 아울러 한중항로에 선복 임대(슬롯차터) 방식으로 진출하고 동남아항로까지 나아가려고 준비하고 있다.
Q. 현재 한일 간 컨테이너선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치밀한 영업 전략 수립이 필요해 보인다.
팬스타가 컨테이너선 사업을 검토해 온 지 10년이 넘었다. 매번 검토할 때마다 거론되는 내용은 두 가지다. 시장이 좋을 땐 물동량과 수익을 어느 수준까지 올리겠지만 장기적으로 높은 원가를 이겨낼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을 보인다. 지금처럼 시장이 안 좋을 땐 수요도 부진하고 운임도 낮은데 과연 손익분기점(BEP)을 확보할 수 있겠냐는 부정적인 의견을 제기한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시장이 어려울 땐 용선료 등의 비용이 낮아 오히려 긍정적일 수 있다.
신규 시장 진입은 항상 어렵다. 오랜 해운 노하우와 영업 경험을 고려한 탄탄한 영업 전략 수립이 중요하다. 내부에서 단계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팬스타그룹이 장기간 고민해 왔고 또 고대했던 사업이다. 컨테이너선 사업 진출은 단순한 영업 전략 단계를 벗어나 팬스타그룹이 쌓아온 저력을 보여주는 단계로 생각하고 있다. 그 동안의 역량을 모아 자신감 있게 도전한다는 게 전 임직원의 자세다.
Q. 크루즈페리 선박을 대선조선에서 짓고 있다. 향후 크루즈사업은 어떻게 진행할 계획인가?
내년 취항할 크루즈페리는 야외 수영장, 발코니, 객실 등 정통 크루즈 못지 않은 호화로운 시설을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인 크루즈페리 여행 시대를 열 거라 기대한다. 단기적으로 보면 2025년 오사카 엑스포를 목표로 한일 구간에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한중일을 비롯한 동북아시아는 물론 동남아 지역을 무대로 하는 국제크루즈 운항도 추진하려고 한다. 기대해 주시기 바란다.
Q. 업계에 전하실 말씀이 있다면?
국내 해운업계에 아쉬운 마음이 있다. 팬스타가 한국근해수송협의회(KNFC) 회원사인데 선적 상한제도(실링제)에 참여하고 싶다고 제안했지만 반려됐다. 그렇다고 사업을 접을 순 없지 않나. 독자적으로 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게 됐다. 최근 외국적 선사들이 한일 간 직기항 항로를 개설해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지 않나. 국적선사끼리 서로 협력하는 방향으로 좋은 결과가 나오길 기대했는데 아쉬움이 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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