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신항 배후단지에서 물류창고를 운영하는 업체 가운데 손가락 안에 드는 매출로 주목받는 기업이 있다. 웅동 자유무역지구 1단계 배후단지에 위치한 페어허브물류(대표이사 정욱현)는 콘솔(혼재화물) 서비스 전문기업 페어콘라인의 자회사다. 총 부지면적 약 1만평(3만3000㎡), 용적률 40%에 달하는 물류센터에서 수출입 콘솔 일반화물을 주력으로 다룬다.
이 회사는 연 매출 100억원을 초과했다. 부산항만공사(BPA)가 지정한 웅동 배후단지 입주업체 매출 평가기준(50.1억원)을 두 배가량 웃도는 수치다.
부산신항은 2006년 북컨테이너 배후단지를 시작으로 2012년부터 웅동 1단계 1~4차를 차례로 임대했다. 페어허브물류는 이 중 웅동 1단계 3차에 들어온 후발주자다. 2016년에 개장해 올해 만 8년차에 접어들었다. 회사는 그동안 가장 기본인 컨테이너화물작업장(CFS), 일반 창고 기능에 집중해 안정적인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힘썼다. 이 같은 영업 전략은 화주들의 신뢰를 얻고 운영 기틀을 다지는 요인이 됐다.
업계 노하우 있는 운영 직원과 경력 사원의 콜라보
페어허브물류의 장수진 본부장은 물류센터의 창립 멤버로, 기획 단계부터 운영에 이르기까지 직접 참여했다. 30년에 가까운 장 본부장의 업계 경력은 물류센터 구성에 담겼다. 그중 하나가 사고율을 낮춘 업무 전담 제도다.
일반적으로 물류센터는 한 사람이 창고 업무의 여러 과정을 한꺼번에 담당해 효율성을 추구하지만 역으로 실수도 많이 발생하게 된다. 컨테이너에 화물을 덜 혹은 더 싣거나 화물에 손상을 입히는 식이다.
페어허브물류는 업무를 나눠 전담하는 방식으로 이를 막았다. 한 가지 업무만 맡으니 부담이 적고 숙련도가 오를 뿐더러, 새로운 직원이 들어와도 쉽게 적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남다른 시스템을 바탕으로, 장기 근무한 고참 직원이 이끌고 후발 경력 직원이 빠르게 적응해 안정적으로 물류 업무를 수행한다.
이 같은 분업 전담화는 근무 인원을 더 많이 필요로 해 일순 생산성이 떨어져 보이게 만든다. 그러나 이 회사는 일상적인 사고를 줄이는 게 장기적으로 고객과 회사가 동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고 설명한다. LCL콘솔(소량화물혼재) 특성상 화주 기업은 중소 규모인 경우가 많아 창고의 작은 실수에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장수진 본부장은 “실제 업무를 하다보면 어렵지 않은 일에서 사고가 잦다”며 “이를 줄이고 안정적인 운영을 하고 싶어서 대응 프로세스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덕분에 사고율이 타 업체에 비해 극히 낮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중소기업들은 복잡한 일이 생기면 곤란하거든요. 별 문제없이 흘러가길 바라죠. 큰 기업들이야 법무팀 등이 사고에 대응하겠지만 작은 기업들은 문제가 생기는 것 자체가 부담이고 스트레스예요. 여기(콘솔) 오는 분들은 이 화물 하나 수출, 수입하는 데 무척이나 애쓰는데 우리가 허투루 다루면 안 되잖아요.”
또, 페어허브물류에서 첫째로 여기는 것은 안전이다. 다양한 형태, 여러 종류의 콘솔 화물을 다루는 만큼 창고에서는 사고가 일어나기 쉽다.
부산항만공사(BPA)는 항만 배후단지 입주기업체의 사업실적 최초평가 단계와 매 5년마다 진행하는 정기평가 단계에서 안전사고 예방 및 대응계획 항목을 10점으로 배점했다. 기업체는 표준 안전 매뉴얼을 근거 자료로 제출하고, 공사는 운영 현장을 조사해 안전 매뉴얼 이행 여부를 정성평가한다. 공사는 최초와 정기평가 단계 모두 동일하게 10점을 배점하면서 중요도를 동일하게 매겼다.
장수진 본부장은 이 물류센터를 개장하면서 안전만큼은 항상 ‘만점’을 받아보자 생각했다. “다른 큰 기업들처럼 지표를 모두 채우기는 어려워도 안전만큼은 인정받고 싶었어요.” 장 본부장의 목표에 따라 페어허브물류는 웅동 지구에서 처음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위험성 평가에서 안전한 작업장(우수사업장)으로 인정받았다.
“세상이 바뀌잖아요. 저희도 바꿔보고 싶어요.”
장수진 본부장은 페어허브물류에 와서 많은 것을 바꿨다고 말했다. 그러나 앞으로도 더 발전할 페어허브물류를 꿈꾼다. 회사에서 경력자인 자신을 선택하고 믿어준 만큼 그 경험치를 발판 삼아, IT를 접목시켜 스마트 창고운영시스템(WMS)을 구축하거나 스마트물류센터로 발전하려는 새로운 목표를 갖고 있다.
장 본부장은 “사람이 일일이 확인하고 수작업으로 진행해야하는 업무 과정을 스마트화 하고 싶다”면서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밖에서 이용하는 분들도 편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페어허브물류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화물 진행정보 조회가 가능하다. 수입 화물이 컨테이너 터미널을 나와 창고로 들어와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기 어려웠는데 이 시스템으로 화주와 유관업체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서비스를 마련했다. 화물관리번호 중 MSN과 컨테이너 번호를 입력하면 화물이 어느 단계까지 왔는지, 어떤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 가능하다.
아직은 수입 화물에 국한된 기능이지만 앞으로 수출에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포워더(국제물류주선업체)와 협업해 이 기능이 적용되면 예약부터 화물이 배에 실리는 모든 과정을 알 수 있다.
9년차, 페어허브물류는 투자금을 상환하고 이익을 쌓아가는 중이다. 장수진 본부장은 스마트 기술 도입을 더 늘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현재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창고를 잘 키워서 새로운 ‘물류센터’를 만들고 싶어요. 지금은 중소기업이지만 꿈이 있어야 규모를 키워갈 수 있잖아요.”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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