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에 인재로 영입된 김인현 고려대 교수가 최근 매각이 불발된 HMM의 재매각 시기를 뒤로 미룰 것을 제안했다. 정책금융기관으로 구성된 최대주주가 우선협상 결렬로 어수선해진 HMM의 회사 분위기를 추스르고 경영 안정화를 도모한 뒤 다시 매각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인현 교수는 해운업이 단기 호황 때 장기 불황을 대비하는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인 만큼 HMM이 코로나 특수로 벌어들인 막대한 유보금을 과감히 선박 투자에 활용해 기초체력을 강화하고 다가올 불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의 진단처럼 해운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불황기에 직면해 있다. 미국발 금리 인상으로 해운 수요는 줄어든 반면 코로나 사태 때 발주된 막대한 신조 컨테이너선이 인도되면서 사상 유례없는 수급 불균형이 해운 시장을 강타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까지 현존 선박의 30%에 이르는 신조선 폭탄이 예고돼 있다.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이 경쟁법을 강화하면서 선사들이 과거와 같은 선박 운항을 공유하는 협력 체제를 유지하는 게 어려워졌다는 점도 향후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는 요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계 5위 선사인 독일 하파크로이트는 내년부터 HMM이 속해 있는 디얼라이언스에서 탈퇴하고 세계 2위인 덴마크 머스크와 손을 맞잡기로 했다.
김 교수는 1400조원에 이르는 국내 수출입 물동량을 안정화하려면 80만TEU에 조금 못 미치는 HMM 선복량을 2배 이상 많은 170만TEU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와 같이 미국과 유럽으로 수출되는 화물의 20%만 국적 선박이 실어나르는 상황에선 우리나라가 운송 주권을 온전히 확보할 수 없다는 견해다. 동북아 해운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대만 원양 정기선사 2곳의 선복량은 230만TEU, 일본 ONE의 선복량은 180만TEU에 이른다.
그는 선박을 확보하는 과정에서도 차입금 사용을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HMM이 10조원을 웃도는 유보금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선박을 매입할 때 70~90%까지 차입금을 사용하는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자기 부담 비율을 50%까지 늘리는 방법으로 부채율 상승을 낮춰야 앞으로 다가올 불경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또 올해 말로 일몰이 예고된 톤세제도를 영구화해서 해운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박 톤수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톤세제도가 일본 그리스 노르웨이 덴마크 등 대부분의 해운 선진국에서 운영되는 데다 국제사회의 탄소 규제로 선박 교체가 필요한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톤세제도를 영구적으로 도입해 불경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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