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들이 코로나 사태 동안 무더기로 발주한 선박이 해운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올해 선복량 3000만TEU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1년 새 선단을 100만TEU 가까이 늘린 세계 1위 스위스 MSC 등 글로벌 선사들이 선복량 증가세를 주도한 결과다.
우리나라 HMM도 25만TEU를 웃도는 발주잔량을 기록, 내년 이후 100만TEU 선사에 합류할 것으로 예측된다.
올해 공급 두자릿수 증가
올해도 컨테이너선사들의 선복량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프랑스 알파라이너와 영국 브래머에 따르면 1월 현재 전 세계 해운시장 컨테이너 선복량은 2846만TEU로 전년 2640만TEU 대비 7.8% 늘었다. 1년 새 컨테이너 선단이 200만TEU 증가했다. 올 한 해 약 323만TEU의 신조선이 해운시장에 공급되면 선복량 3000만TEU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전 세계 컨테이너 선단은 2025년 3170만TEU로 늘어나는 데 이어 2026년 2027년에 각각 3366만TEU 3492만TEU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선복량 대비 신조선 인도량 비율 추이를 보면, 2020년 4%, 2021년 5%, 2022년 4%, 2023년엔 8%로 상승했다. 올해 신조선 인도량 비율은 11%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 시기 동안 유례없는 호황을 누린 선사들이 대거 신조 발주에 나서면서 올해도 신조선 인도량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20대 컨선사 선복량 2500만TEU 돌파…7%↑
20대 컨테이너선사들의 몸집은 더욱 불어났다.
20대 선사들의 선복량은 2571만5000TEU를 기록, 전년 2388만6000TEU에서 7.7% 증가했다. 전년 대비 약 183만TEU 늘면서 사상 처음으로 2500만TEU를 돌파했다. 다만, 점유율은 전년 91.2%에서 소폭 하락한 90.9%로 집계됐다.
MSC, 덴마크 머스크, 프랑스 CMA-CGM, 중국 코스코, 독일 하파크로이트, 일본 ONE, 대만 에버그린 등 7대 선사의 선복량은 2100만TEU를 넘어섰다.
7대 선사의 선복량은 2171만2000TEU로 전년 2005만1000TEU와 비교해 8.3% 늘었다. 점유율은 전년 76.4%와 비교해 0.4%포인트(p) 상승한 76.8%를 기록했다.
5대 선사로 범위를 좁히면 선복량은 전년 1689만TEU 대비 8.2% 늘어난 1827만TEU, 점유율은 64.4%에서 0.3%p 오른 64.7%로 각각 나타났다.
선복량 증가를 주도한 건 세계 1위 MSC로, 1년 새 선복량이 100만TEU 가까이 폭증했다. 전 세계 컨테이너 선대가 200만TEU 늘었는데, MSC가 절반가량을 책임졌다. 특히 MSC는 전년 17.5%에서 2.2%p 상승한 19.7%의 점유율을 기록, 전 세계 해운시장의 5분의 1을 장악했다.
세계 1위와 2위 컨테이너선사의 선복량은 희비가 엇갈렸다. MSC는 21.3% 폭증한 557만2000TEU인 반면, 2위 머스크는 3% 줄어든 411만9000TEU로 대조를 보였다. 선단 확장을 최우선 순위로 삼는 MSC와 달리 종합물류사업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는 머스크의 전략 차이가 이 같은 결과로 이어졌다.
일본 ONE, 대만 에버그린 끌어내리고 6위 도약
20대 선사 중에서 머스크와 우리나라 HMM, 싱가포르 PIL, 중국 SITC, 이란 이리슬그룹, 중국 중구로지스틱스 등 6곳을 제외한 14곳이 1년 새 선복량이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선사는 19위 싱가포르 시리드쉬핑으로 전년 대비 52% 급증한 12만4000TEU를 기록했다. 그다음으로 높은 증가율을 보인 곳은 우리나라 장금상선으로 전년 9만TEU에서 34.2% 증가한 12만1000TEU로 집계됐다. 장금상선은 선단을 확장하며 순위를 한 계단 끌어올리며 20위권에 재진입했다.
이 밖에 하파크로이트, ONE, 이스라엘 짐라인, 대만 완하이라인, 싱가포르 익스프레스피더스 등도 두 자릿수의 선복량 증가율을 보이며 전 세계 선단 대형화를 이끌었다. 특히 ONE은 18% 증가한 180만1000TEU를 기록, 에버그린을 7위로 끌어내리고 순위를 맞바꿔 한 계단 올라섰다.
반면 중구로지스틱스는 7% 줄어든 12만8000TEU로 감소 폭이 가장 컸다. HMM은 4% 감소한 78만4000TEU, PIL과 SITC도 소폭 줄어든 29만5000TEU 16만2000TEU를 각각 기록했다.
국적선사들의 선복량 변화도 눈여겨볼 만하다. 15위 고려해운은 선복량이 소폭 증가한 15만TEU를 냈지만, 순위가 한 계단 하락했다. 남성해운과 천경해운 팬오션은 각각 22.5% 18.3% 21.2% 증가한 3만8000TEU 1만4000TEU 1만2000TEU를 내며 순위를 각각 여섯 계단, 네 계단, 두 계단씩 끌어올렸다.
동진상선은 선대를 약 1000TEU 늘렸음에도 순위가 떨어졌다. 이 밖에 SM상선과 범주해운은 전년 대비 6.6% 19% 감소한 6만4000TEU 7600TEU에 각각 그쳤다.
신조 발주는 세계 1위 MSC가 주도했다. 20대 선사의 발주잔량은 전년 621만1000TEU 대비 3.9% 늘어난 645만2000TEU로, 전체 선대의 23.3%를 차지했다. 이중 MSC는 152만TEU를 주문, 20대 선사 발주량의 23.3%를 점유했다.
MSC는 올해 600만TEU대, 내년엔 700만TEU대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알파라이너는 “MSC의 성장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150만TEU 규모의 신조선이 인도되면서 2024년 600만TEU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해운전문지 로이즈리스트도 “MSC는 계속해서 선대 확장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선대 규모는 2025년 700만TEU에 이를 전망”이라고 말했다.
3~4위 CMA-CGM과 코스코의 신조선 주문량도 각각 120만6000TEU 83만7000TEU에 달하면서 향후 선복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CMA-CGM이 신조선을 모두 인도받으면 발주잔량이 46만TEU인 2위 머스크를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10대 선사 중에서 발주잔량 비중이 가장 높은 에버그린도 향후 순위 상승을 이뤄낼 것으로 전망된다. 에버그린은 주문량이 82만5000TEU로, 자사 선대의 절반을 차지한다. 신조선을 향후 모두 인도받으면 ONE을 밀어내고 6위로 재도약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HMM도 26만5000TEU의 발주잔량을 기록, 조만간 100만TEU 시대를 열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장금상선의 발주잔고도 눈여겨볼 만하다. 현존 선대 대비 발주잔량 비율이 52.5%로 향후 신조선을 인도받으면 순위가 크게 상승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밖에 짐라인과 PIL의 발주잔량 비중도 40%에 달해 선복량이 크게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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