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유럽항로는 모처럼 물동량이 증가했지만 신조선이 잇따라 인도되면서 몸살을 앓았다. 연초부터 2만4000TEU급의 대형선이 배선된 데다 수요 약세에 운임을 방어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여기에 프랑스 독일 등에서 진행 중인 파업으로 항만, 내륙운송 등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터미널 내 대기 시간이 늘어난 데다 선박 접안과 철도 운송마저 지연되면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게 해운업계의 분석이다. 선사들은 공급 조절과 항로 우회, 저속 운항 등으로 신조선 홍수에 맞섰지만 운임 하락을 막지 못했다.
코로나발 호황이 막을 내리면서 운임은 1년새 곤두박질쳤다.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2023년 1~12월 상하이-북유럽행 평균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827달러를 기록, 1년 전의 4846달러에서 83% 급락했다. 같은 기간 상하이-지중해 평균 운임은 1490달러로, 1년 전의 5282달러에서 72% 떨어졌다.
연초 들어 1000달러 선이 붕괴된 북유럽 운임은 내리막길을 걷다 10월 500달러 선까지 곤두박질 쳤다. 4분기 들어 상승세를 보였지만 1000달러를 밑돌고 있다. 12월8일자 북유럽행 운임은 전주 851달러 대비 8.7% 오른 925달러를 기록, 4주 연속 상승하며 1000달러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지중해행도 전주 대비 10.1% 오른 1387달러로, 3주 연속 상승했다.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발표한 북유럽항로 운임지수(KCCI)는 12월11일 현재 40피트 컨테이너(FEU)당 1394달러를 기록, 4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전주 1305달러 대비 6.8%, 전달 1178달러 대비 18.3% 각각 인상됐다.
물동량은 증가세를 보였다. 영국 컨테이너트레이드스터티스틱스에 따르면 2023년 1~9월 아시아 16개국발 유럽 53개국행(수출항로)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 동월 대비 6% 늘어난 1253만3000TEU로 집계됐다. 중국은 7% 늘어난 944만7000TEU, 우리나라와 일본 대만 등의 동북아시아도 13% 증가한 139만3000TEU를 기록했다.
다만, 동남아시아는 5% 감소한 169만3000TEU에 머물렀다. 월간 물동량은 7개월 연속 증가세를 띠었다. 2023년 9월 물동량은 전년 동월 대비 30% 폭증한 142만6000TEU를 기록했다. 중국은 34% 늘어난 109만TEU, 동북아시아는 40% 증가한 15만9000TEU, 동남아시아는 3% 늘어난 17만7000TEU를 기록했다.
떨어지는 컨테이너 운임을 방어하기 위한 선사들의 전방위 노력은 일년 내내 이어졌다. 수요 부진은 지속되고 있는데 신조선 인도량이 증가하면서 유휴 선대가 늘자 선사들은 임시결항(블랭크세일링)과 항로 우회, 저속 운항 등으로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독일 하파크로이트, 우리나라 HMM, 일본 ONE, 대만 양밍해운 등은 백홀(수입항로)에서 파나마와 수에즈운하를 통과하지 않고 일부 선대를 우회하며 공급 조절에 나섰다. 더불어 10노트의 초저속 운항을 진행해 공급 과잉에 대응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 밖에 일부 선사들은 신조선 인도 시기를 조절하거나 폐선량을 늘려 운항 선대를 조절했다. 스위스 MSC는 2만4000TEU급 신조선 인도 일정을 연기했으며, 대만 완하이라인, 그리스 유로시스 등은 대규모 폐선을 진행했다.
시황을 방어 중인 선사들은 7월 성수기를 맞아 운임 회복에 나섰지만 공급량이 여전히 많은 탓에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신조선 홍수에 중국 선사 차이나유나이티드라인(CU)은 지중해 서비스를 7월 종료했다. 외신에 따르면 CU라인은 2023년 1월 북유럽에 이어 같은 해 7월 지중해노선을 끝으로 코로나 팬데믹 동안 확장했던 원양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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