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한일항로 취항선사들은 코로나발 물류난을 배경으로 한 해운 호황이 저문 데다 물동량 부진까지 겹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운임도 하반기 들어서면서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근해수송협의회에 따르면 2023년 1~10월 한국과 일본을 오간 컨테이너 물동량은 123만5200TEU를 기록, 전년 같은 기간의 144만9100TEU에 견줘 14.8% 감소했다. 지난해 3% 감소하며 코로나 사태가 발발한 2020년 이후 2년 만에 역신장했던 한일항로 물동량은 올해는 감소 폭이 두 자릿수로 확대됐다. 수출화물은 6% 감소한 26만8200TEU, 수입화물은 13% 감소한 23만700TEU로 집계됐다. 수입화물의 심각한 부진으로 수출입 화물 비중은 54 대 46으로 벌어졌다. 수입화물이 활기를 띠던 2021년 51대 49로 좁혀졌던 수출입 화물 비율은 지난해 52 대 48로 다시 벌어진 뒤 올해는 격차가 확대됐다.
우리나라나 일본이 아닌 제3국이 출발지 또는 도착지인 환적화물은 18% 감소한 73만6300TEU에 머물렀다. 특히 환적화물 중 원양선사가 고객인 피더화물은 반 토막(-56%) 난 12만2600TEU였다. 환적화물은 3국간 항로 개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4만~15만TEU대였던 한일항로 월간 물동량은 올해는 12만TEU대로 뚝 떨어졌다. 특히 10개월 중 9월 한 달을 제외하고 모두 역신장했고 8개월간 두자릿 수의 감소세를 냈다.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낸 9월은 10% 늘어난 13만600TEU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달 11만8000TEU까지 떨어지는 부진을 보인 게 기저효과로 작용하면서 2018년 4월 이후 5년5개월 만에 두자릿수 성장률을 시현했다.
수요가 약세를 띠자 선사들은 공급을 단단히 조이는 정책으로 대응했다. 올해 한일항로 선적상한선(실링)은 1기(1~2월) 75%, 2기(3~4월) 80%, 3기(5~6월) 78%, 4기(7~8월) 73%, 5기(9~10월) 78%, 6기(11~12월) 79%였다. 최성수기인 2기를 제외하고 모두 70%대를 유지했다. 공급을 대폭 조인 덕에 11~12월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선사가 목표한 적취율을 수월하게 달성한 것으로 파악된다. 6기엔 11월이 한일항로의 전통적인 성수기란 점을 고려해 80% 가까이 실링을 끌어 올렸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수요 흐름이 예상을 빗나간 것으로 파악된다.
선사 관계자는 “물동량은 일본의 핵심 소재 수출 규제로 촉발된 한일 무역 전쟁 이후 약세로 전환한 뒤 현 정부 들어 양국 관계 개선을 도모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그동안 양국의 산업 환경이 재편되면서 예전의 활발한 모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전 세계적인 해운 불황과 수요 부진이 겹치면서 지난해까지 300달러를 유지하던 한일항로 운임은 올해 들어 세 자릿수가 붕괴됐다. 한일항로 수출운임은 실링제도가 도입된 2008년 35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서서히 하강해 2009년 10월 250달러 선으로 떨어졌고 2015년 이후 200달러선을 유지하다 2019년 7월 일본의 수출 규제로 촉발된 한일 무역분쟁으로 150달러대로 하락했다.
2020년 하반기엔 선사 간 경쟁이 격화되고 운임공표제 개편 후유증이 표면화하면서 100달러 선 아래로 떨어졌다. 2020년 4분기 들어 선사들이 시장 안정화에 힘을 쏟으면서 다시 150달러선을 회복했고 2021년 10월 코로나19 사태로 시황이 급등하면서 300달러까지 치솟았다. 1년여간 지속된 300달러대 운임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황이 하락세로 급격히 돌아서면서 하방 압력에 시달렸고 올해는 내리막길 행보가 본격화했다.
현재 부대운임을 포함한 총액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1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12월 평균 한일항로 운임지수(KCCI)는 40피트 컨테이너(FEU)당 189달러를 기록했다. TEU 환산 기준 94달러에 불과하다. 이 항로 월 평균 KCCI는 처음 발표를 시작한 2022년 11월 871달러를 기록한 뒤 시나브로 떨어져 올해 1월 779달러를 찍었고 4월엔 482달러로 급락했다. 이후 7월 336달러, 8월 290달러까지 떨어졌고 11월엔 200달러 선마저 무너졌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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