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항로의 최성수기가 돌아왔지만 오히려 수요는 약세를 띠면서 취항 선사들의 한숨을 키우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0월 한일 양국을 오간 컨테이너 물동량은 19만3000TEU를 기록, 지난해 같은 달의 21만2000TEU에 비해 9% 감소했다. 9월 한 달 반짝 호조를 보였다가 다시 부진에 빠져든 모습이다. 한국근해수송협의회(KNFC)가 발표한 9월 물동량은 10% 늘어난 13만600TEU로, 2018년 4월 이후 5년 5개월 만에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기록한 바 있다. 관세청 통계는 한근협에서 발표하는 데이터와 다소 차이를 띠지만 추세는 비슷하다.
누계 실적은 심각한 부진을 보이고 있다. KNFC에서 집계한 1~9월 물동량은 110만9900TEU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29만7400TEU에 비해 약 19만TEU가 감소했다. 백분율로 따지면 14%나 후퇴했다. 수출화물이 5% 감소한 24만2900TEU, 수입화물이 13% 감소한 20만7900TEU, 환적화물이 18% 감소한 65만9000TEU에 각각 머물렀다. 특히 환적화물 감소량은 15만TEU가 빠져 전체 감소분의 79%를 차지했다. 환적화물 중 원양항로 선사가 고객인 피더화물은 지난해 25만6800TEU에서 올해 11만3800TEU로 반 토막(-56%) 났다.
선사 관계자는 “물동량은 일본의 핵심 소재 수출 규제로 촉발된 한일 무역 전쟁 이후 약세로 전환해 현 정부 들어 양국 관계 개선을 도모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그동안 양국의 산업 환경이 재편되면서 예전의 활발한 모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수요 약세로 선사들은 선적상한선(실링) 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선사들은 올해 마지막 기간인 6기(11~12월) 실링을 79%로 설정했다. 전기(9~10월)에 비해 1% 높고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선 1% 낮은 수치다. 11월이 한일항로의 전통적인 성수기란 점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수요 흐름은 예상과 크게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일항로를 취항하는 10개 선사 중 2~3개 선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선사들이 11월 한 달 동안 실링 달성에 실패한 것으로 파악된다. 선사 관계자는 “수출보다 수입 물동량 부진이 심각하다”며 “양국 관계 개선 후 일본 수입맥주는 살아나고 있지만 전반적인 수입 운송 수요는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물동량이 부진하다보니 운임도 약세에 허덕이고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10월 평균 한일항로 운임지수(KCCI)는 40피트 컨테이너(FEU)당 200달러를 기록, 전 달 평균 208달러에서 4% 내렸다. 지수가 처음 발표된 지난해 11월 평균 871달러에 비해선 77% 급락했다. 주간 운임은 200달러가 붕괴됐다.
11월20일자 한일항로 KCCI는 197달러를 기록했다. 10월 23일 213달러까지 상승했다가 약세로 돌아서 4주 연속 하락하며 20피트 컨테이너(TEU) 기준으로 세 자릿수가 무너지는 부진에 빠졌다. 수입항로 운임은 TEU당 50달러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선사 관계자는 “단가가 낮은 화물은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단가가 높은 화물 위주로 운임이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며 “공급을 줄여 하락을 방어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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