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항로에서 큰 폭의 물동량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선사들은 수요 부진에 대응해 공급 축소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근해수송협의회(KNFC)에 따르면 올해 1~5월 한국과 일본을 오간 컨테이너 물동량은 62만300TEU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의 74만2200TEU에서 16% 감소했다. 수출화물은 7% 감소한 13만5500TEU, 수입화물은 14% 감소한 11만5900TEU, 환적화물은 20% 감소한 36만8900TEU였다. 환적화물 중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 또는 제3국으로 수송된 삼국 간 화물은 2% 감소한 29만7900TEU, 원양선사가 고객인 피더화물은 54% 감소한 7만900TEU에 각각 그쳤다.
이 항로 물동량은 지난해 9월 이후 8개월 연속 감소 곡선을 그렸다. 특히 올해 들어 2월부터 두 자릿수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2월 -21%, 3월 -15%, 4월 -18%, 5월 -19% 등 감소 폭이 큰 편이다. 지난해 15만TEU를 웃돌던 월간 물동량은 올해는 11만~12만TEU로 쪼그라들었다. 실적 부진은 수출입화물보다 월간 9만TEU대에서 6만~7만TEU대로 줄어든 환적화물의 영향이 크다.
선사 관계자는 “한일항로의 수요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어서 걱정”이라며 “정부가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무역은 이와 동떨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푸념했다.
수요 침체로 선사들의 집화 영업도 쉽지 않은 모습이다. 한일항로 취항선사들은 올해 5~6월(3기) 선적상한선(실링)을 78%로 정했다. 올해 1~2월과 3~4월의 80%, 지난해 같은 기간의 85%에 비해 공급을 바짝 조였음에도 6월 셋째 주 현재 많은 선사들이 목표에 미달한 것으로 파악된다. 5월이 일본 최대 연휴인 골든위크가 껴 있어 수요가 줄어드는 시기라고 하지만 실링을 80%대 중반까지 늘렸음에도 목표를 조기 달성한 지난해에 비해 올해는 시황 부진이 심각하다는 평가다.
선사들은 7월과 8월은 전통적인 비수기인 점을 고려해 실링을 73%로 강화했다. 미국발 금융위기에 대응해 65%까지 낮췄던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운임은 하락 속도가 둔화됐다. 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6월 3주 평균 한일항로 운임지수(KCCI)는 40피트 컨테이너(FEU)당 433달러를 기록했다. 이 항로 월 평균 운임지수는 3월까지 700달러 선을 유지하다 4월 들어 400달러대로 급락한 뒤 3개월 연속 40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주간 운임지수는 5월29일 445달러에서 6월5일 433달러로 떨어진 뒤 3주 연속 보합세를 유지했다. 20피트 컨테이너(TEU) 환산 운임은 216달러다. 수입 운임은 TEU당 50달러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상반기 동안 TEU당 245달러가 부과되던 유가할증료(BAF)가 유가 하락을 반영해 하반기부터 185달러로 인하될 예정이어서 이 항로 운임은 또 한 차례 큰 폭의 하락세를 띨 것으로 보인다.
선사 관계자는 “선사들이 수출항로의 기본운임을 세 자릿수에서 방어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유가할증료 등의 부대운임이 내려가면서 전체 운임 수준도 동반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