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달 이상 약세를 띠던 초대형 유조선(VLCC) 시장이 빠른 상승세를 띠고 있다.
영국 해운조사기관인 브래머에 따르면 9일자 중동-중국항로 운임지수(WS)는 53.6포인트(p)를 기록, 전주 대비 8% 올랐다. 일일 용선료 수익은 저유황유(VLSFO) 사용 기준 3만3000달러, 고유황유(탈황장치 장착) 사용 기준 4만6000달러 수준이다.
저유황유와 고유황유 사용 선박 모두 손익분기점인 3만달러를 넘어섰다. 특히 고유황유 선박은 3주 만에 4만달러대를 회복했다.
미국 에너지회사인 엑슨모빌은 지난 8일 그리스 안젤리쿠시스그룹의 31만8000t(재화중량톤)급 유조선 <마란루퍼스>(2009년 건조)를 서아프리카에서 선적해 북유럽 지역에서 하역하는 내용으로 일일 용선료 3만6500달러에 임차했다.
그런가하면 우리나라 SK에너지가 6월 28~30일 중동에서 선적해 우리나라에 하역하는 조건으로 탈황장치(스크러버)를 장착한 27만t급 <멜로디호프>(MELODY HOPE, 2022년 건조)를 WS 71, 용선료 7만2000달러에 임차하는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가 성사된다면 용선료는 며칠 새 3만달러가량 급등하게 된다.
VLCC 시황은 올해 2월 중순 이후 한 달간 미국의 원유 수출 증가와 중국 수요 회복에 힘입어 상승세를 타다 3월 하순부터 미국 동안 지역의 원유 출하 감소와 브라질과 아프리카 등 주요 해역 수요 부진의 영향으로 하락세로 전환했다.
3월 중순께 100포인트까지 근접했던 중동-중국 간 운임지수는 같은 달 말 79p로 떨어졌고 5월 초 40p 선까지 급락했다. 이후 한 달간 40p대에서 횡보를 보이다 이달 중순 들어 큰 폭의 상승세를 띠며 50p대를 회복한 데 이어 70p 선까지 돌파했다는 소식이 타전됐다.
용선료는 3월 중순께 10만4000달러 선까지 치솟았다가 같은 달 말 8만달러대 초반으로 떨어졌고 5월 초 3만5000달러대로 곤두박질 쳤다. 저유황유 사용 선박은 손익분기점을 밑도는 2만3000달러대까지 하락해 선사들의 시름을 키웠다.
이후 3만달러대에서 횡보를 이어가다 6월 중순께 반등하며 4만달러 선을 돌파한 뒤 7만달러까지 급등하는 가파른 회복력을 보여줬다.
해양진흥공사는 “6월 하순 선적하는 화물을 대상으로 한 활발한 용선 계약에 힘입어 중동-중국 구간 운임지수가 크게 상승했다”며 “인도양에서 발생한 사이클론으로 선박 공급 감소 효과가 나타난 것도 시황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공식판매가격(OSP)을 인상한 것도 대서양-아시아 구간 물동량 증가로 이어질 거란 예상이다.
다만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오펙 미가입 국가가 결성한 오펙플러스(OPEC+)가 지난 4일 감산 정책을 내년 말까지 이어가는 데 합의하는 등 시장 환경은 호의적이지 않은 편이다.
아울러 러시아 제재로 가격이 하락한 러시아산 원유를 인도와 중국에서 수입하는 사례가 늘면서 중동 해역의 수요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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