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항공화물시장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 연이은 악재에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하반기에도 물가 상승과 경기 불황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당분간 수요 부진이 계속될 전망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 세계 항공사가 취급한 화물수송량(CTK·톤킬로미터)은 전년 동기 대비 4.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레이션 압력과 유가 인상 등 대외 악재 외에도 지난해 코로나 특수를 누린 항공업계의 화물 실적 호조세에 따른 기저효과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제조업 경기 또한 좋지 못했다. 특히 4개월 만에 구매관리자지수(PMI) 50을 넘어서며 확장 국면으로 접어들었던 중국의 6월 제조업 경기는 7월 들어 다시 49로 1.2%p(포인트) 떨어지며 다시 침체됐다. 선전 톈진 등 중국 대도시에서 코로나가 재확산하면서 제조 활동에 다시 차질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PMI가 50 미만이면 전달 대비 경기 위축,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을 의미한다.
상반기 항공화물 공급성장률(ACTK)은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했다. IATA 측은 “중국 도시 봉쇄 조치가 완화되면서 6월 들어 무역 활동이 다시 활기를 되찾았고, 중남미·아프리카 등 신흥 지역에서의 물동량 증가세가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화물적재율은 글로벌 수요 부진에 따라 4.9%포인트(p) 후퇴한 52.6%로 집계됐다.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에 따른 항공편 결항과 러시아·우크라이나 기반의 여러 화물 항공사들의 유럽 취항이 중단되면서 화물 용량 감소로 이어졌다.
지역별로 보면 중남미와 아프리카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했다. 세계 최대 점유율인 32.6%를 차지하고 있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CTK는 1년 전 같은 시기보다 2.7% 후퇴했다. 두 번째로 높은 점유율(27.2%)을 차지하는 북미의 CTK도 3.3% 하락했다.
북미 지역은 높은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아시아·유럽-북미 시장의 수요가 계속 감소하고 있다.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화물 시장을 자랑하는 유럽(점유율 22.8%)과 중동(점유율 13.4%)의 CTK는 각각 7.8% 9.3%를 줄어들었다. 유럽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더불어 인력난 문제와 낮은 제조 활동에 따른 물량 부진 등이 가파른 수요 감소세의 주된 요인으로 지목됐다.
다만 소수 시장인 중남미(점유율 2.2%)와 아프리카(점유율 1.9%)의 CTK는 21.8% 2.9% 상승했다. 중남미 지역의 항공사들은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하고 공급을 확장했다. 일부는 추가 항공기를 구매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남미 지역의 상반기 공급은 전년 같은 시기보다 32.6% 증가했다.
윌리 윌시 IATA 사무총장은 “글로벌 항공화물시장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지만 올해 상반기 항공화물실적은 코로나19 이전 시기인 2019년보다 2.2% 상승했다”며 “계속된 공급망 제약과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용량 손실을 고려하면 나름대로 선방했다”고 말했다.
대형‧중소형 항공사 희비교차…진에어 등 국내 LCC 모두 물량 강세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를 오간 항공화물 실적은 국내 화물 운송 강세에 힘입어 전년보다 소폭 성장했다. 국토교통부의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국제 출도착 항공화물수송량은 전년 동기 대비 0.6% 늘어난 176만t을 기록했다. 다만 수하물을 제외한 항공화물은 4.2% 줄어든 159만t으로 집계됐다.
이 중 국제 화물은 유럽 중국 일본 등 일부 주요국과의 교역량이 부진한 탓에 전년 대비 0.6% 감소한 164만9100t을 나타냈다. 수하물 제외 화물은 4.3% 후퇴한 155만t이었다. 유럽과 중국은 각각 27만1000t 25만5400t으로 1.6% 13.3% 후퇴했다. 일본도 14만8800t으로 7.7% 줄어들었다. 다만 우리나라와 교역량이 가장 많은 아시아(중국·일본 제외)와 2위 미주 지역의 화물량은 각각 47만4100t 43만8000t으로 6.5% 2.1% 늘어났다. 대양주(1만4400t)의 경우 2.5배(164%)이상 증가했다.
반면 국내 화물은 11만2900t으로 20% 증가했다. 수하물을 제외한 국내 화물은 3만4000t으로 전년과 동일했다. 제주와 내륙 노선은 모두 두자릿수 증가세를 보이며 우수한 성과를 냈다. 제주와 내륙 노선은 각각 10만3800t 9100t으로 19.4% 27.4% 늘어났다. 올해 상반기까지 제주노선의 국내 화물은 전체 국내 노선의 91.9%를 점유하고, 내륙 노선은 8.1%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항공사가 처리한 화물량은 총 124만5800t으로 전년 대비 0.7% 올랐다. 외국 항공사도 0.2% 증가한 51만6200t의 화물을 처리했다. 국내 항공사의 경우 대형항공사(FSC)와 저비용항공사(LCC) 간 희비가 교차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79만7800t 36만3500t으로 0.7% 2.9% 하락했다.
진에어 제주항공 등 국내 LCC는 모두 전년보다 물량이 늘어났다. 항공사별로 ▲에어인천 1만9881t(148%) ▲진에어 1만5597t(11%) ▲제주항공 1만5578t(27%) ▲티웨이항공 1만2654t(6%) ▲에어부산 1만2155t(11%) ▲에어서울 3273t(31%) 순으로 집계됐다. 최근 국토부의 항공면허 조건 변경 결정에 따라 기사회생한 신생 LCC 에어프레미아와 에어로케이는 각각 3424t 1084t의 화물을 소화했다. 플라이강원은 1년 전 같은 시기보다 553t 늘어난 797t을 신고했다.
< 홍광의 기자 keho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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