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해운업계와 무역업계가 세계적인 물류대란을 맞아 선사가 약속한 선복을 성실히 지키도록 하는 내용으로 컨테이너 해상화물 표준장기운송계약서를 개정한다.
한국해운협회와 한국무역협회는 24일 오전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올해 첫 ‘선·화주 상생협의회’를 열어 이 같이 합의했다고 밝혔다.
표준계약서는 지난 2020년 2월 개정 해운법이 시행되면서 도입된 선화주 거래양식이다. 새로운 해운법은 3개월 이상의 장기운송계약에 ▲운임과 요금 우대 ▲최소약정물량(MQC) 보장 ▲유류비 등 원가 상승에 따른 운임 협의 등의 조항을 담은 표준계약서 활용을 장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화주가 약정된 물량을 제공하지 않아 해운사가 비용 손실을 떠안을 경우 그에 해당하는 벌금(손해배상예정액)을 지불토록 했다.
정부는 표준계약서 활용을 장려하고자 이 계약서로 거래하는 해운사와 화주에게 우수 선화주기업 선정 시 가산점과 법인세 감면 혜택을 부여하는 지원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공급망 대란이 발생하면서 무역업계에서 계약서에 해운사에도 약정한 선복 공급을 준수토록 하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해운협회와 무역협회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표준계약서 개정 작업에 들어갔다.
해양수산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부처와 수출기업 해운사 물류전문가 등 10여명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 두 협회는 해운사가 약속한 선복을 줄일 경우 이를 사전에 협의하토록 하는 한편 화주가 싣지 못한 물량만큼 계약 기간을 연장하는 내용으로 표준계약서를 개정하기로 합의했다.
무역협회와 해운협회는 3월 중순까지 개정 작업을 마치고 새로운 표준계약서가 널리 활용되도록 캠페인을 벌여 선화주가 글로벌 물류대란에 공동 대응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기대만큼 표준계약서 활용이 활성화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표준계약서가 해운시장에 많이 쓰일 수 있도록 적극적인 유인책 도입하는 등 정부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협회 이준봉 물류서비스실장은 “2019년 처음 마련된 표준계약서는 일부 항목이 선사에 유리하게 작성돼 있어 화주들이 지속적으로 개선을 요청해 왔다”면서 “균형감 있는 계약서를 마련해 선·화주 간 신뢰를 확립하고 협력 기반을 다져 글로벌 물류난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