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자에 이어>
2) 이 사건으로 돌아와 보건대, 이 사건 확정판결은 단순 금전지급 의무의 이행을 명한 판결로서 이 사건 확정판결을 승인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에 어긋난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은 없다. 피고는, 원고가 미화 324,674달러의 지급을 구했음에도 러시아 제9항소 상사법원이 위 미화를 원고가 소 제기한 당시의 환율로 계산한 러시아화 25,668,726.44루블로 지급할 것은 명한 것은 변론주의 위반이자 원고의 실손해를 초과한 배상을 명한 것으로서 손해배상의 기본원칙에 위배된 것이므로 이 사건 확정판결을 승인하는 것이 절차적인 공서양속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갑 제11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면, 러시아 법령에 의해 러시아 법원이 판결을 선고할 때에는 외국 통화로 된 돈을 러시아 통화인 루블로 계산해야 하고, 이 사건의 경우 원고가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일자의 환율로 미화에서 러시아화로 계산해야 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바, 러시아 법령에 따라 적법하게 선고된 이 사건 확정판결이 대한민국 법령에 따랐을 때의 결론과 일부 다르다고 해 그것이 우리나라의 국내법 질서가 보호하려는 기본적인 도덕적 신념과 사회질서에 위배돼 절차적인 공서양속에 반한다고 볼 수는 없다.
나아가 외국 통화로 선고할 것인지, 자국 통화로 선고할 것인지의 문제와 환율 적용시점을 언제로 할 것인지의 문제는 각국이 정책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문제로서 한 사회의 기본적인 도덕적 신념이나 사회질서와 관련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확정판결은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3호의 요건을 갖추었다.
다.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4호의 요건 구비 여부
1)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4호는 외국법원의 확정 재판 등의 승인요건으로 ‘상호보증이 있거나 대한민국과 그 외국법원이 속하는 국가에 있어 확정 재판 등의 승인요건이 현저히 균형을 상실하지 아니하고 중요한 점에서 실질적으로 차이가 없을 것’을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외국 사이에 같은 종류의 판결의 승인요건이 현저히 균형을 상실하지 아니하고 외국에서 정한 요건이 우리나라에서 정한 그것보다 전체로서 과중하지 아니하며 중요한 점에서 실질적으로 거의 차이가 없는 정도라면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4호에서 정하는 상호보증의 요건을 갖춘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러한 상호보증은 외국의 법령, 판례 및 관례 등에 의해 승인요건을 비교해 인정되면 충분하고 반드시 당사국과의 조약이 체결돼 있을 필요는 없으며, 당해 외국에서 구체적으로 우리나라의 같은 종류의 판결을 승인한 사례가 없더라도 실제로 승인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는 정도이면 충분하다(대법원 2016년 1월28일 선고 2015다207747 판결 참조).
2) 이 사건으로 돌아와 보건대, 갑 제11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면, 러시아 상사소송법은 외국판결의 승인요건과 관련해 제244조 제1항에서 ‘① 외국법령에 따라 해당 외국판결에 대해 효력이 발생하지 않은 경우, ② 패소한 당사자가 적시에 적절한 송달을 받지 못했거나 기타 사유로 변론에 참여하지 못한 경우, ③ 러시아가 체결한 조약 또는 러시아 연방법에 따라 해당 사건에 대한 전속적 관할권이 러시아 법원에 있는 경우, ④ 러시아 법원이 동일한 당사자 간의 동일한 소송물에 대해 동일한 근거로 선고한 유효한 판결이 이미 존재하는 경우, ⑤ 동일한 당사자 간의 동일한 소송물에 대해 동일한 근거로 해당 외국판결의 절차 개시 전 러시아 법원에 해당 분쟁에 대한 소송절차가 개시돼 계속 중이거나 러시아 법원에 최초로 소가 제기된 경우, ⑥ 해당 외국판결의 집행 가능기간이 도과했고, 상사법원이 기간 연장을 허가하지 않은 경우, ⑦ 해당 외국판결의 집행이 러시아연방의 공공질서에 어긋나는 경우에 외국판결의 승인 및 집행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46조 제2항에서 ‘외국법원 판결은 그 효력 발생일로부터 3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기간 내에 강제집행이 개시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243조 제5, 6항에서 ‘외국법원이 외국법원 판결의 취소 또는 집행정지를 검토 중인 경우 러시아 상사법원은 집행문 발급을 연기하고 담보제공 의무를 외국판결 승인 신청자에게 부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살피건대, 러시아 상사소송법 제244조 제1항에서 규정한 요건 중 ①, ②, ③, ⑦번 요건의 경우 우리나라 민사소송법, 민사집행법 및 판례가 정하고 있는 외국판결의 승인요건과 실질적으로 거의 차이가 없고, ④, ⑤번 요건의 경우 기판력과 중복제소금지원칙에 따른 것으로서 이를 두고 러시아 법원의 외국판결 승인요건이 우리나라의 승인 요건보다 훨씬 어렵다고 평가할 수는 없으며, ⑥번 요건과 러시아 상사소송법 제246조 제2항의 경우 외국판결의 승인에만 적용되는 제한이 아니라 러시아에서 선고되는 일반적인 재판에도 적용이 되는 요건으로서 위 요건으로 인해 마찬가지로 러시아 법원의 외국판결 승인요건이 우리나라의 승인요건보다 훨씬 어렵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나아가 러시아 상사소송법 제243조 제5, 6항의 경우 외국법원이 외국법원 판결의 취소 등을 검토 중인 경우에 러시아 상사법원이 취할 수 있는 합리적인 조치로 보인다. 그렇다면 러시아 상사소송법이 정한 외국판결 승인요건은 우리나라 민사소송법이 정한 것보다 전체로서 과중하지 아니하고 중요한 점에서 실질적으로 거의 차이가 없는 정도라 할 것이어서 러시아 법원에서 우리나라의 동종판결을 승인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나아가 갑 제12, 13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면, 대한민국 회사인 C 주식회사(이하 ‘C’이라고 한다)가 러시아 회사인 D 주식회사(이하 ‘D’라고 한다)를 상대로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2016가단207098호로 지연손해금 청구소송을 제기한 사실,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은 2017년 10월18일 C의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했고,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된 사실, 이후 C이 위 판결에 대한 승인을 러시아 캄차카 지역 상사법원에 청구했고, 캄차카 지역 상사법원은 2018년 7월17일 사건번호 A24-2543/2018호로 위 판결을 승인해 러시아 내에서의 집행을 허가하는 판결을 선고한 사실, 이에 대해 D가 항소했으나 항소심법원인 러시아 극동지역 상사법원은 2018년 10월8일 사건번호 FO3-4115/2018호로 D의 항소를 기각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러시아에서 우리나라의 동종판결을 승인할 것이라고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확정판결은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4호의 요건을 갖추었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확정판결은 민사소송법 제217조의 요건을 모두 갖추었으므로 대한민국에서도 그 효력이 인정돼 강제집행이 허용된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한다.
판사 이원석(재판장) 김수홍 서민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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