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 해운 시장에 미치는 중국 항만의 영향력이 커졌다. 코로나19 사태 후유증으로 지난해 전 세계 100대 항만의 컨테이너 물동량이 부진한 모습을 보인 가운데 중국 항만은 성장곡선을 그렸다. 그 결과 중국 항만의 물동량 점유율은 역대 최대치인 39.5%를 달성했다.
로이즈리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100대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 대비 0.3% 감소한 6억3223만TEU를 기록했다. 반면 25대 컨테이너 항만의 전체 물동량은 전년 대비 0.2% 증가한 3억9570만TEU로 집계됐다. 상위 25위권에 속한 중국 항만은 지난해 2분기 이후 물동량 회복세에 힘입어 전년보다 2.4% 늘어난 1억9750만TEU를 처리했다.
10대 항만 물동량도 1.3% 오른 2억5364만TEU를 나타냈다. 여기에 속한 중국 항만은 홍콩을 제외하고 모두 물동량 플러스 성장에 성공했다. 이들 항만은 전년 대비 2.3% 증가한 1억8059TEU로 집계됐다. 물동량 점유율 역시 28.6%로 0.8%p(포인트) 상승했다.
100대 항만에 이름을 올린 중국 항만도 전년보다 2곳 늘어난 총 25곳으로 타 국가에 비해 가장 많았다. 이 중 과반수가 넘는 17개의 중국 항만이 물동량 상승곡선을 그렸다.
반면 홍콩을 포함한 9개 중국 항만이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피해가 심각했던 다롄(-41.7%) 주하이(-28.0%) 진저우(-12.6%) 취안저우(-12.4%) 등 4개 항만은 두 자릿수 감소세를 띠며 부진했다. 로이즈리스트 측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물류 공급망 혼선과 중국 인근 항만간 인수합병 과정 등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발생한 게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까이멥 등 베트남 항만 강세…4개 항만 첫 세계 100위권 진입
세계 1위 항만인 상하이항은 전년 대비 0.5% 증가한 4350만TEU를 기록했다. 이어 2위 싱가포르항 3687만TEU(-0.9%) 3위 닝보-저우산항 2872만TEU(4.3%) 4위 선전항 2655만TEU(3.0%) 5위 광저우항 2351만TEU(1.2%) 6위 칭다오항 2201만TEU(4.8%) 순이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환적 항만인 부산항은 6년 간 유지해 왔던 6위 자리를 칭다오항에 내주며 한 단계 떨어진 7위를 기록했다. 부산항은 0.8% 후퇴한 2182만TEU를 처리했다. 부산항은 중국을 제외한 미국(-2.1%) 일본(-9.6%) 등 주요 교역국과의 수출입 물량이 감소한 게 순위 변동에 영향을 끼쳤다.
칭다오항은 북태평양 무역량 증가에 힘입어 4.8% 늘어난 2201만TEU를 나타냈다. 톈진항은 홍콩항을 밀어내고 한 단계 오른 8위를 차지하게 됐다. 톈진항은 지난해 연간 컨테이너 물동량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이 항만은 6.3% 증가한 1835만TEU를 기록했다.
9위 홍콩항의 부진은 계속됐다. 홍콩항은 지난해 2.2% 하락한 1795만TEU를 나타냈다. 상하이 선전 등 인접한 중국 항만에 비해 항만 경쟁력이 뒤처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로테르담항은 10위 자리를 놓고 두바이항과 옥신각신 다툰 싸움에서 결국 승자가 됐다. 로테르담항과 두바이항 실적은 각각 1435만TEU 1349만TEU로, 3.1% 4.4% 줄어 들었다.
북미 서안을 대표하는 로스앤젤레스(LA)과 롱비치(LB)항은 서로 상반된 양상을 띠었다. LA항은 한단계 떨어진 17위를, LB항은 두단계 오른 19위를 기록했다. LA항은 하반기 물량 회복세에도 상반기 부진을 막지 못한 채 전년보다 1.3% 후퇴한 921만TEU를 처리했다. 반면 LB항은 수출입 물동량, 공 컨테이너 반출 횟수 등이 증가한 덕에 6.3% 증가한 811만TEU로 집계됐다.
미국 동부에 위치한 뉴욕·뉴저지항은 2단계 상승한 21위에 안착했다. 이들은 지난해 759만TEU를 기록하며 전년보다 1.5% 상승했다. 지난해 2분기 이후 북미항로의 물동량이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이며 크게 성장한 게 영향을 끼쳤다.
유럽을 대표하는 글로벌 항만 중 하나인 벨기에 안트베르펜(앤트워프)항은 순위 변동 없이 13위를 유지한 반면 독일 함부르크항은 한 단계 하락한 18위에 머물렀다. 물동량 실적도 희비가 교차했다. 안트베르펜항은 전년 대비 1.4% 증가한 1203만TEU를 처리한 반면 함부르크항은 7.9% 감소한 854만TEU를 기록했다.
안트베르펜항은 작년에만 연간 17만TEU 물동량이 늘어나면서 승승장구했다. 여기에는 프랑스 르아브르항의 일부 물량이 유입된 게 영향을 끼쳤다. 최근 이 곳에서 항만 노동자들의 태업 등 쟁의행위가 발생하면서 항만 처리 작업이 지연돼 기항선사들이 기존 물량을 앤트워프 등 인근 항만으로 대체하면서 반사이익을 누리게 됐다.
올해 초엔 벨기에 제브뤼헤항과 합병을 최종 결정하게 돼 향후 안트베르펜항의 화물 운송량은 확대될 전망이다. 제브뤼헤항은 컨테이너 상·하역 및 액화천연가스(LNG) 환적거점 항만이다. 지난해 안트베르펜항과 제브뤼헤의 물동량은 합산 1383만TEU였다. 안트베르펜항은 1203만TEU, 제브뤼헤항은 180만TEU를 각각 처리했다.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주요 항만의 성장세도 매서웠다. 특히 베트남은 100대 항만에 속한 3개 항만이 모두 물동량 강세를 보이며 승승장구했다. 말레이시아 탄중펠레파스와 베트남 호찌민 등 20위권에 속한 동남아시아 두 항만은 각각 3계단 5계단 오른 15위 20위를 기록했다. 두 항은 각각 7.7% 성장한 980만TEU, 4.3% 증가한 785만TEU를 처리했다.
하이퐁 까이멥 등 100대 항만에 포함된 베트남 항만 두 곳은 각각 514만TEU 441만TEU를 기록, 0.2% 17.9% 상승했다. 두 자릿 수 물동량 증가세를 보인 까이멥항은 순위가 전년보다 여섯단계나 올랐다. 다만 동남아시아를 대표하는 최대 항만인 포트클랑은 2.5% 후퇴한 1324만TEU에 그쳤다.
최근 지중해 지역에서 각광 받고 있는 모로코 탕헤르메드항과 이탈리아 조이아타우로항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들은 무려 20%가 넘는 물동량 증가세를 보이며, 중국 난퉁항과 더불어 100대 항만 중 가장 많이 성장한 톱3 항만에 포함됐다.
재작년부터 지중해 최대 항만으로 떠오른 탕헤르메드항은 전년보다 10단계 올라간 25위를 기록했다. 탕헤르메드항의 작년 물동량은 20.2% 증가한 577만TEU로 기록했다. 100대 항만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인 조이아타우로항의 순위도 21단계 올라간 57위에 안착하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조이아타우로항의 물동량은 26.6% 늘어난 319만TEU로 집계됐다.
이 밖에 중국 친저우(47위) 난퉁(92위) 토고 로메(98위) 이집트 알렉산드리아(99위) 등 4개 항만이 처음으로 세계 100위권 항만에 진입했다. 이들의 작년 물동량은 친저우항 395만TEU(-1.3%), 난퉁항 191만TEU(23.9%), 로메항 173만TEU(15%), 알렉산드리아항 168만TEU(-6.9%)로 집계됐다.
한편 100대 항만에 속한 우리나라 3대 항만은 명암이 엇갈렸다. 부산항과 광양항은 전년보다 한 단계씩 떨어지며 각각 7위 83위를 기록한 반면 인천항은 두 단계 상승한 55위에 안착했다. 인천항은 코로나19 사태에도 아랑곳 않고 물동량 증가세에 힘입어 전년보다 5.8% 증가한 327만TEU를 기록했다. 광양항은 9.2% 감소한 216만TEU로 집계됐다.
아시아·중남미 지역 물동량 강세
100대 항만을 지역별로 보면 아시아에 절반은 몰려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미와 지중해(남부유럽) 11곳, 북유럽 10곳, 중동 8곳, 중남미 6곳, 아프리카와 오세아니아 2곳씩 집계됐다. 아시아와 중남미를 뺀 나머지 5개 지역의 물동량은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냈다.
가장 많은 물동량을 처리한 아시아 지역은 4억2432만TEU로 전년보다 0.4% 증가했다. 두 번째로 처리량이 많은 북유럽은 5414만TEU로 2.3% 감소했다. 이어 북미 4988만TEU(-2.2%) 지중해(남부유럽) 3947만TEU(-3.5%) 중동 3549만TEU(-0.4%) 중남미 1921만TEU(1.3%) 순이었다.
오세아니아와 아프리카 지역은 물동량 1000만TEU 미만을 처리했다. 후순위에 속한 오세아니아와 아프리카는 각각 539만TEU(-2.9%) 432만TEU(-1.8%)를 기록했다.
< 홍광의 기자 keho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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