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컨테이너선사의 공동행위를 해운법으로 규율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해 공정거래위원회의 해운사 운임 담합 조사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부산 시민단체는 천문학적인 과징금 부과 의견을 내 한국해운산업 붕괴 위기를 불러온 책임을 물어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사퇴를 요구했다.
25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해운항만산업의 안정적인 발전과 국가 수출입물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운법 제29조에 따른 정기 컨테이너 선사 간 공동행위를 공정거래위원회가 인정하고, 해운법에 따라 규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농해수위는 “해운을 비롯한 국내 해양산업은 조선 항만 선박금융 등 연관 산업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는 국가 기간산업이자 종사자가 50만명에 이르는 전후방 파급효과가 큰 수출 산업”이라며 “최근 코로나로 물동량이 증가하고 선박 부족 현상이 심화돼 수출품 수송에 큰 차질이 빚어지는 상황에서 해운대란 해결을 위해선 국적 선사들의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 실정”이라고 결의안 채택 배경을 설명했다.
해운이 무역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나라에서 수출입화물의 99.7%, 원유와 LNG 철광석 등 전략물자 100%를 수송하는 데다 매년 200억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이는 국내 7위 수출산업이란 점을 높이 평가했다.
농해수위는 “물류대란 상황을 타개하려면 해운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정부의 제도적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며 “우리경제의 중추인 해운산업이 무너지지 않고 지속가능한 미래성장동력으로 성장해 국민경제발전과 국가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운산업의 공동행위에 명확하고 안정적인 제도적 뒷받침을 촉구한다”고 공정위를 압박했다.
이 같은 정치권 결정에 해운업계는 반색했다.
해운협회는 성명서에서 “코로나사태로 발생한 물류대란이 심각한 상황에서 국적선사는 안정적인 운임을 수출입화주에 제공하고 선복 부족 현상이 심화되지 않도록 해운법에 규정된 선사 간 공동행위를 더욱 견고히 할 필요가 있다”며 국회의 결의문 채택을 환영했다.
협회는 “정기 컨테이너선업계 특성상 전 세계 정시운항 서비스를 감당하려면 많은 선박이 투입돼야 하고 대규모 자본이 필요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많은 국가들이 공동행위를 허용하고 있다”며 “국적 컨테이너선사는 지난 2008년 이후 장기 불황으로 적자 운항을 해왔음에도 공정위가 부당공동행위로 간주하고 수조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면 선박을 매각하고 파산하게 된다”고 공정위 조사 중단을 거듭 당부했다.
협회 김영무 상근부회장은 “해운업계는 해운법에서 정하는 공동행위를 철저히 준수함은 물론 수출입화주들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우리나라 수출경쟁력 향상 및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부산지역 시민단체인 부산항을사랑하는시민모임(항사모)은 전날 규탄성명서를 내고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해운산업을 붕괴‧괴사시키는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항사모는 “지난 3년간 압수수색 소환조사 등으로 글로벌 치킨 게임에서 생존을 걸고 경쟁하고 있는 국적컨테이너 선사들을 힘들게 하더니 급기야 5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해 선사 존립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며 “공정위 편견으로 수천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되면 12개 국적 해운선사들의 파산과 해운산업에 의존하고 있는 항만근로자와 선원, 각종 부대산업의 동시 파멸을 초래하고 해양수도인 부산의 경제 붕괴로 이어질 거”라고 경고했다.
이 단체는 “국가지원과 업계 노력으로 우리나라 중추산업으로 성장한 해운이 글로벌 선사들과 생존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기업을 도와줘야 할 정부가 오히려 기업을 사지로 내모는 행태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느냐”고 공정위를 질타하고 “최근 선박부족으로 화물이 원활히 수송되지 못해 국내 무역업체들이 얼마나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지 곰곰이 새겨보라”고 주문했다.
부산 시민단체는 “이런 상황 하에서 공정위가 기업과 산업계에 군림하면서 막강한 권력을 남용하고 있는 현실을 부산시민들은 용납할 수 없다”며 “해운산업에 대한 편향한 시각을 버리고 조치를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특히 이번 파동을 제2의 한진해운 파산 사태로 규정하고 공정거래위원장이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을 요구해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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