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판결의 집행은 외교채널을 통한 외국송달, 대한민국의 공서양속, 공공질서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는 공서요건, 그 나라와 우리나라간의 상호보증요건 등 집행요건을 갖춰야 하므로 국제해사소송의 관할법원을 정하는 경우에도 이러한 요건들을 미리 검토해야.
<6.7자에 이어>
(4) 헤이그송달협약
위 송달협약은 1965년 11월 1일 헤이그국제사법회의에서 기안된 민사 또는 상사의 재판상 및 재판외 문서의 해외송달에 관한 협약으로서 통상 헤이그송달협약으로 약칭되며, 우리나라는 2000년 1월 위 협약에 가입해 2000년 8월 1일부 터 우리나라에서 발효됐다. 따라서 체약국이 한국으로 하는 송달 및 한국법원이 외국으로 하는 송달 모두 위 협약에 따라 중앙당국을 통한 송달을 하게 되며, 우리정부는 법원행정처를 중앙당국으로 지정했다.
(5) 양자조약에 의한 송달
우리나라는 호주, 중국, 몽골, 우즈베키스탄, 태국과의 사이에 사법공조에 관한 양자조약을 체결했으므로 이들 국가들 간의 사이에서는 위 양자조약이 우선 적용된다. 한국과 호주간에는 재판상 문서의 송달, 증거조사 및 법률정보의 교환에 관한 민 사사법공조조약이 2000년 1월16일 발효돼 시행되고 있고, 한국과 중국간에는 대한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간의 민사 및 상사 사법공조조약이 2005년 4월27일부터 발효돼 시행되고 있다.
(6) 우리법상의 외국송달요건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우리법상의 외국송달요건은 양자조약에 의한 송달이 허용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헤이그송달협약 체약국간에는 동 송달협약이 우선 적용되고 비체약국에 대해는 국제민사사법공조법과 민사소송법이 적용된다. 한편, 우리나라는 헤이그송달협약을 비준함에 있어 송달협약 제8조 및 제10조에 따른 반대선언을 해 제8조와 제10조에 의한 송달방법인 우리나라 국민에 대한 외교관 또는 영사에 의한 직접송달과 우편에 의한 간이한 송달방법을 허용하지 아니하고 있다.
위 협약가입 이전의 판결이기는 하지만 대법원도 “비엔나협약 제5조 j항에는 파견국영사는 파견국법원을 위해 소송서류 또는 소송이외의 서류를 송달할 수 있도록 돼 있으나, 이는 자국민에 대해서만 가능한 것이고, 우리나라와 영사 관계에 있더라도 송달을 받을 자가 자국민이 아닌 경우에는 영사에 의한 직접실시방식을 취하지 않는 것이 국제예양이며, 위 협약에 가입하고 있는 국가라고 할지라도 명시적으로 위 방식에 이의를 표시하고 있는 경우에는 이에 의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해 동일한 입장을 취한 바 있다(대법원 1992년 7월14일 선고 92다2585판결). 한편, 일본과 미국정부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외국법원의 외국송달에 대해 자국민에 대한 외교관 또는 영사에 의한 송달을 허용하고 있으므로 우리나라와 다소간의 불균형이 발생했다.
(7) 결어
실무상 외국송달은 관련법규정의 부재, 외국정부의 비협조 등 여러가지 사유로 송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거나 절차가 지연되는 경우가 많고, 특히 일본 미쓰비시 강제징용사건 등 정치적, 외교적 논란이 있는 소송사건의 경우에는 당해 국가의 비협조 등으로 소송서류의 송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공시송달은 외국판결의 승인·집행요건을 갖추지 못하므로 대한민국법원에서 국내에 영업소가 없는 외국회사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관할과 준거법은 물론 외국송달문제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실제로 신일철주금에 대한 강제징용사건에서 일본 외무성은 2019년 압류명령 서류의 송달을 거부하고 반송하면서 아무런 거부사유도 기재하지 않아 헤이그송달협약을 위반했다는 논란을 야기했다.
라. 공서(공서양속)요건
(1) 외국판결 승인·집행요건으로서의 공서요건
(가) 공서요건의 판단기준: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3호는 외국법원의 확정판결을 승인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어긋나지 아니해야 한다는 점을 외국판결 승인요건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서 외국판결의 승인이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어긋나는지 여부는 그 승인 여부를 판단하는 시점에서 외국판결의 승인이 대한민국의 국내법질서가 보호하려는 기본적인 도덕적 신념과 사회질서에 미치는 영향을 사안과 대한민국과의 관련성의 정도에 비추어 판단해야 하고, 이때 그 외국판결의 주문뿐 아니라 이유 및 외국판결을 승인할 경우 발생할 결과까지 종합해 검토해야 할 것이다. 2013년 미쓰비시 강제징용 대법원판결도 이 점을 분명히 했다.
(나) 실질재심사금지의 원칙: 집행판결은 재판의 옳고 그름을 조사하지 아니하고 해야 하므로(민사집행법 제27조), 소위 실질재심사금지의 원칙이 적용된다. 그러나, 승인요건, 특히 공서 요건의 구비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범위내에서는 실질재심사가 불가피하므로 그 범위에서 사실조사, 실질재심사를 허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대법원도 같은 입장이다(대법원 2004년 10월28일 2002다74213판결).
(2) 공서의 의미
외국판결의 집행요건으로서의 공서(양속)요건은 그 외국판결의 효력을 인정하 는 것이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그밖의 사회질서에 어긋나지 아니할 것, 즉 공서약속, 공공의 질서, 공서(Public policy)에 반하지 아니할 것을 의미하며, 국가이익에 관련되므로 당사자의 주장을 기다릴 필요없이 법원이 직권으로 조사할 사항으로 해석된다. 여기서 공서는 국제적인 고려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민법 제103조가 규정하는 국내실체법상의 공서, 즉 국내적 공서(domestic public policy)보다는 좁은 의미로 해석해야 할 것이며, 이러한 점에서 국내적 공서와 구별되는 국제적 공서 (international public policy)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민사소송법 제217조가 규정하는 외국판결의 집행요건으로서의 공서는 국제적 공서라는 점에서 뉴욕협약상의 외국중재판정 집행거부사유로서의 공서(공공의 질서; public policy)와 사실상 동일한 의미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며, 대법원도 같은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위 공서는 국제사법 제10조의 공서와 그 목적과 기능이 유사하지만 국제사법 제10조의 준거법 원칙으로서의 공서(준거법공서, 저촉법상의 공서라고도 한다)보다는 완화된 공서(승인공서 또는 승인법상의 공서라고도 한다)로서 외국판결의 외국법 적용이 위 공서조항에 위반된다고 해 무조건 그 외국판결의 효력을 인정하는 것이 공서에 반한다고 보는 것은 아니므로, 그 집행을 거부하기 위해서는 국제사법 제10조의 공서보다는 더 엄격한 요건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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