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번호
1심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18년 7월11일 선고 2014가단23850 손해배상 판결: 원고 승소
2심 수원지방법원 2019년 5월16일 선고 2018나8610 판결: 원고 승소
3심 대법원 2019년 10월17일 선고 2019다14998 판결: 피고 승소
원고 A
피고 B
사건의 내용
원고는 휴대전화 수리와 휴대전화 부품 도소매업에 종사하고, 피고는 국제운송업에 종사한다. 원고는 피고에게 2013년 6월4일 갤럭시S3 새 액정 51개, 중고 액정 46개, 갤럭시 노트2 중고 액정 46개, 2013년 6월5일 갤럭시S3 새 액정 41개, 중고 액정 8개의 중국 광둥 선전으로의 운송을 의뢰했다.
피고는 2013년 6월8일 통관업무 대행 및 운송업체인 C에게 휴대전화 액정 운송을 의뢰했고, C는 2013년 6월9일 중국 칭다오행 항공편으로 액정을 발송했다.
그러나 중국세관은 휴대전화 액정이 중고물품으로 보인다며 사용 용도를 알고자 통관을 보류하고 관련 자료를 요구했다. 자료가 제출되지 않자 2013년 12월 중국세관은 중국측 통관업체에 통보하고 액정을 폐기했다.
1심 판결: 원고 승소
피고는 운송인으로서 상법 제135조(운송인의 손해배상책임)에 따라, 자기 또는 운송주선인이나 사용인, 그 밖에 운송을 위해 사용한 자가 운송물의 수령, 인도, 보관 및 운송에 관해 주의를 게을리하지 아니했음을 증명하지 아니하면 운송물의 멸실, 훼손 또는 연착으로 인한 원고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피고는 이 사건 휴대전화 액정이 폐기되기 잔에 원고에게 중국 칭다오세관 측의 통관에 필요한 서류제출요구를 전달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가 제출한 증거로는 이를 인정하기 힘들다. 피고나 피고가 고용한 자가 운송에 관해 주의를 충분히 하지 않았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원고의 손해액은 수입상인 중국 업체가 원고로부터 이 사건 휴대전화 액정을 매입하는 가격이고, 갤럭시S3 새 액정은 단가 117,000원, 중고 액정 단가 10만원, 갤럭시노트2 중고 액정 단가 125,000원이다. 피고는 원고에게 117,000원 x 92개 + 10만원 x 54개 + 125,000원 x 46개 = 21,914,000원을 지급해야 한다. 그리고 이 사건 소장이 송달된 다음날인 2014년 8월28일부터 2015년 9월30일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의한 연 20%의, 그리고 2015년 10월1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
☞피고의 고가물 면책 항변: 피고는 원고가 화물의 내용만 통보했고 그 금액을 알려주지 않았으므로 면책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상법 제136조(고가물에 대한 책임)는 화폐, 유가증권 기타 고가물에 대해는 운송인이 운송을 위탁할 때 그 종류와 가액을 명시한 경우에 한해 운송인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고가물’은 용적이나 중량에 비해 그 성질 또는 가공정도 때문에 고가인 물건을 뜻하는 것이다. 이 사건 휴대전화 액정은 고가물이라고 보기 어렵다.
2심 판결: 원고 승소
2심 판결은 1심과 동일하다. 다만 피고가 새로운 주장을 두 가지 했는데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1) 반사회적 법률행위인가?
☞피고의 주장: 원고와 피고 간의 운송계약은 실질적으로 밀수품 운반계약으로서 민법 제103조의 반사회적 법률행위에 해당해 무효이다.
☞법원의 판단: 반사회적 행위는 ① 법률행위의 목적인 권리의무의 내용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경우, ② 그 내용 자체는 사회질서에 반하지 않더라도 법률적으로 이를 강제하거나 그 법률행위에 사회질서에 반하는 조건이나 금전적 대가가 결부됨으로써 반사회질서적 성격을 띠는 경우, ③ 표시되거나 상대방에게 알려진 법률행위의 동기가 반사회질서적인 경우를 널리 포함한다.
피고의 주장은 이 사건 운송계약이 원고가 휴대전화 액정을 중국으로 수출하면서 중국 내 정식수입절차를 취하지 않은 채 편법으로 물품을 중국으로 운송하기 위해 견본 형식으로 분할해 특송하는 방법을 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주장만으로는 이 사건 운송계약이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라고 할 수 없다.
(2) 불가항력인가?
☞피고의 주장: 이 사건 운송물의 망실은 중국 칭다오세관의 폐기처분에 따른 것이어서 피고로서는 불가항력에 해당돼 책임이 없다. 원고는 휴대전화 액정이 중국 세관에 압수돼 폐기될 위험을 감수하고 피고에게 운송을 의뢰한 것이다. 그 위험이 현실화 됐다고 해 피고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법원의 판단: 중국 칭다오세관은 휴대전화 액정의 사용용도를 알고자 통관을 보류한 후 관련 자료의 제출을 요구했을 뿐이다. 그로부터 휴대전화 액정이 폐기되기까지 약 6개월의 시간이 있었음에도 피고는 원고에게 그러한 사정을 전혀 알리지 않아 원고가 중국 내 정식수입절차를 취하거나 그밖의 적절한 대책을 강구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게 했다. 그렇다면 불가항력이므로 피고의 책임이 면제된다거나 피고가 운송에 관해 주의를 충분히 했다고 할 수 없다.
3심 판결: 피고 승소, 파기환송
2심 판결은 수긍하기 힘들다. 항공운송인은 운송물의 멸실이나 훼손으로 인한 손해에 대해 손해가 항공운송 중 (운송인이 운송물을 관리하고 있는 기간을 포함)에 발생한 경우 책임을 진다. 다만, 운송물의 멸실이나 훼손이 운송물의 출입국, 검역 또는 통관과 관련한 공공기관의 행위로 발생했음을 증명한 경우에는 책임을 면한다(상법 제913조 제1항 제4호).
이 사건 휴대전화 액정은 중국 칭다오세관에 의해 통관 보류 후 폐기된 것으로 항공운송인의 멸실 훼손책임에 대한 면책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2심 법원은 항공운송인의 면책사유가 있는지를 판단해야 하는데 이를 하지 않았으므로 2심판결을 파기한다.
평가
소송의 진행상황을 보면 매우 흥미롭다. 소송이 2014년에 제기돼 2018년 7월에 수원지법 안산지원의 1심판결이 선고됐으므로 1심에서 무려 4년이 소요됐다. 한편 수원지법 민사부의 2심 판결은 1심판결로부터 10개월 후인 2019년 5월에 선고됐으므로 상당히 신속하게 진행됐다. 나아가 대법원은 2심판결로부터 불과 5개월 후인 2019년 10월에 선고했으므로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판결을 내렸다. 1심과 2심 모두 원고가 승소했는데 대법원에서 이를 번복해 파기 환송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이 사건 휴대전화 액정을 중국 선전으로 운송한 것은 항공운송으로 보아야 하는데 1심과 2심 법원이 육상운송에 관한 상법 제135조를 적용한 것은 부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항공운송에 관한 상법 제913조가 적용돼야 하는 것임을 대법원이 정확히 지적했다.
중요한 것은 휴대전화 액정이 폐기돼 원고가 손해를 입은 것에 대해 운송인인 피고의 귀책사유가 있는지다. 중국 칭다오세관이 휴대전화 액정을 통관 보류 후 폐기했으므로 그에 대해 운송인인 피고에게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한편 운송인인 피고가 화주인 원고에게 중국 내 통관상황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면 그것은 운송인의 귀책사유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파기환송 사건을 맡은 수원지법 합의부가 최종 판단할 문제인데, 아마도 피고 운송인이 면책될 것으로 예상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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