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4자에 이어>
판결 전문
대법원
제2부
판결
【사건】 2014 다 6442 선수금환급보증금
【원고, 상고인】
1. A회사
2. B회사
【피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K은행
【피고보조참가인】 회생회사 주식회사 C의 공동관리인 D, E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13년 11월29일 선고 2012 나 90216 판결
【판결선고】 2015년 7월9일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각 상고이유보충서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은행이 보증을 하면서 보증금 지급조건과 일치하는 청구서 및 보증서에서 명시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서류가 제시되는 경우에는 그 보증이 기초하고 있는 계약이나 이행제공의 조건과 상관없이 그에 의해 어떠한 구속도 받지 않고 즉시 수익자가 청구하는 보증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정했다면, 이는 주채무에 대한 관계에서 부종성을 지니는 통상의 보증이 아니라, 주채무자인 보증의뢰인과 채권자인 수익자 사이의 원인관계와는 독립돼 원인관계에 기한 사유로는 수익자에게 대항하지 못하고 수익자의 청구가 있기만 하면 은행의 무조건적인 지급의무가 발생하게 되는 이른바 독립적 은행보증이다. 이러한 독립적 은행보증의 보증인으로서는 수익자의 청구가 있기만 하면 보증의뢰인이 수익자에 대한 관계에서 채무불이행책임을 부담하게 되는지를 불문하고 보증서에 기재된 금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며, 이 점에서 독립적 은행보증에서는 수익자와 보증의뢰인 사이의 원인관계와는 단절되는 추상성 및 무인성이 있다.
다만 독립적 은행보증의 경우에도 신의성실 원칙이나 권리남용금지 원칙의 적용까지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므로, 수익자가 실제로는 보증의뢰인에게 아무런 권리를 가지고 있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은행보증의 추상성과 무인성을 악용해 보증인이게 청구를 하는 것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할 때에는 권리남용에 해당해 허용될 수 없고, 이와 같은 경우에는 보증인으로서도 수익자의 청구에 따른 보증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으나, 원인관계와 단절된 추상성 및 무인성이라는 독립적 은행보증의 본질적 특성을 고려하면, 수익자가 보증금을 청구할 당시 보증의뢰인에게 아무런 권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해 수익자의 형식적인 법적 지위의 남용이 별다른 의심 없이 인정될 수 있는 경우가 아닌 한 권리남용을 쉽게 인정해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14년 8월26일 선고 2013다53700 판결 참조.)
2. 원심은 제1심판결의 이유를 일부 인용해,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토대로 (1) 피고가 수익자를 F 주식회사(이하 ‘F’이라 한다)로 해 발급한 선수금환급보증서(이하 ‘이 사건 보증서’라고 한다)는 독립적 은행보증에 해당하고, 다만 독립적 은행보증의 경우에도 수익자의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보증인이 수익자의 청구 따른 보증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데, (2) 주식회사 C(이하 ‘C’이라 한다)이 G선박에 관한 요골거치, H 선박에 관한 장재절단을 시행했음에도, F으로부터 G선박의 매수인 지위를 인수한 원고 A회사(이하 ‘원고 A’이라 한다)가 위 선박에 관한 3차 선수금을, H 선박의 매수인 지위를 인수한 원고 B 회사(이하 ‘원고 B’이라 한다)가 위 선박에 관한 2차 선수금을 지급하지 아니함에 따라, C이 이 사건 선박건조계약을 적법하게 해제하고 기왕에 지급받은 G선박에 관한 1, 2차 선수금 및 H선박에 관한 1차 선수금을 손해의 전보에 충당한 이상 원고들로서는 C에 대해 선수금의 환급을 청구할 권리가 없고, (3) C의 선수금지급청구의 요건, 원고들의 채무불이행 요건, 원고들이 어떠한 분쟁이나 불일치를 이유로도 선수금지급을 지체할 수 없음은 C과 사이의 이 사건 선박건조계약서에 명문으로 기재돼 있는 점, C의 용골거치 및 강재절단 시행 통지, 선수금지급청구, 원고들에 대한 채무불이행 선언 및 계약 해제의사표시는 모두 서면으로 통지됐고 그 기재에 있어서 오해의 여지도 없는 점, 원고들은 C이 먼저 해제통지를 한 사실을 알면서도 계약상 근거 없는 주장을 하면서 그 해제통지의 효력을 부인하고 선박건조대금의 감액만을 요구해 온 점, 원고들의 모회사이자 최초 이 사건 선박건조계약의 당사자였던 F은 외항화물운송, 선박용선 및 매매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로서 선박건조계약 및 공정단계에 대해 잘 알고 있거나 손쉽게 알 수 있는 지위에 있음에도 이 사건 선박건조계약서에 존재하지 않는 조건을 C에 요구하고 분쟁해결을 위해 중재를 신청하지도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들이 C에 대해 선수금환급을 청구할 아무런 권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원고들은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음에도 이 사건 보증서의 추상성 및 무인성을 악용해 이 사건 청구를 한 것이므로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3.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 판결에 의하면, 피고는 이 사건 선박건조계약이 원고들의 후속 선수금 지급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C에 의해 적법하게 해제돼 원고들이 선수금 환급 청구를 할 권리가 없음이 명백함에도 이 사건 보증서에 기해 청구를 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이에 대해 원고들은 C의 선수금 지급청구가 그 요건은 갖추지 못했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고 또 불안의 항변을 이유로 선수금 지급 청구를 거절할 수 있으므로, C의 위 계약 해제가 부적법하다고 다투었음을 알 수 있다.
앞서 본 법리에 의하면, 독립적 은행보증인 이 사건 보증서에 기한 원고들의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원고들이 이 사건 소 제기를 통해 보증금을 청구할 당시 C에 대해 아무런 선수금환급청구권이 없음에도 독립적 은행보증의 수익자라는 법적 지위를 남용해 청구하는 것이 독립적 은행보증인인 피고에게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인정돼야 하는데, 이 사건 보증금 청구 당시의 사정, 즉 이 사건 소제기 전에 이루어진 원고들과 C 사이의 회생채권조사확정재판에서도 C의 위 계약 해제가 적법한지 여부가 쟁점이 돼 1년여에 걸쳐 심문절차가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결론이 내려지지 못한 채 회생절차 폐지로 종결된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소 제기 당시 원고들이 C에 대해 선수금환급청구권이 없음에도 이 사건 보증금을 청구하는 것임이 피고에게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C의 위 계약 해제가 적법해 원고들의 선수금환급청구권이 존재하지 않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밝혀졌다는 심리 결과에 기초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독립적 은행보증에서의 권리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해,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무관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이상훈 대법관 조희대
주심 대법관 박상옥
<끝>
< 코리아쉬핑가제트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