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날씨에 따뜻한 국물, 탱글탱글한 ‘가락국수’ 면발을 후루룩 먹거나 무더운 한여름에 얼음을 동동 띄운 육수와 칼칼하고 맛있게 익은 열무김치를 쫑쫑 썰어 얹어 먹는 ‘열무냉면’, 당구장에서 먹을 때 가장 맛있는 ‘짜장면’과 ‘짬뽕’, 야식의 대명사 ‘라면’, 이탈리아의 ‘파스타’, 부어라 마셔라 해도 다음 날 숙주 듬뿍 넣고 레몬보다 산도가 높은 라임을 뿌린 쌀국수, 대만의 우육면, 말레이시아의 락사, 홍콩의 완탕면, 태국의 팟타이, 인도네시아의 미고랭, 일본의 라멘과 우동, 대한민국의 초계국수를 비롯해 부산의 밀면과 비빔당면, 회국수, 강원도의 막국수, 도토리국수, 감자옹심이 칼국수, 제주도의 고기국수와 전복성게국수까지…면요리는 아마도 사계절 전세계가 가장 열광하고 사랑하는 아이템이 아닐까? 국수는 사실 만드는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밀낟알을 가루로 만들고 다시 반죽을 해서 면발을 낸 다음에 삶거나 볶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먹는 것은 정말 간단한데 그저 맛있게 먹으면 끝이다. 다만 필자는 국수는 날씨의 온도와 정반대로 먹는 게 가장 맛있다고 생각한다. 곡물가루로 만드는 음식은 모두 국수라고 한다. 국수의 제면 방식은 두 가지 인데 하나는 ‘자르는국수’, 다른 하나는 ‘눌러 짜내는 국수’다. 자르는 국수의 대표적인 면은 우동과 칼국수다. 수타 칼국수집에 가면 반죽을 치고 칼로 가지런히 잘라내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우동 집에서는 작두로 우동을 자른다. 눌러 짜내는 국수는 막국수, 냉면이 대표적인데 반죽을 만든 다음 홈통에 넣고 위에서 압력을 가해 뚫린 구멍으로 국수가 나온다.
이탈리아의 파스타 경우 모양이 워낙 다양해서 두가지 방식을 다 쓴다. 한국의 국수의 역사를 보면 삼국시대 이래 굉장히 귀한 음식으로 여겨 졌는데 이는 중국의 지배층이 밀가루음식을 먹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이후 북한 지역은 주로 메밀가루로 남쪽지방은 밀가루를 주재료로 국수요리가 발전했는데 국수집은 한자로 ‘면옥(麵屋)’이라 간판에 적고 냉면이나 만두 혹은 국수장국을 판매했다. TV를 보거나 여행을 하다 보면 동네마다 마른국수를 생산하는 가내공장이 있어 햇볕 좋은 날 국수를 말리는 장면 매번 사람들 마음을 포근하게 만들고도 남는다. 하지만 가내수공업도 잠시 식품산업의 성장은 국수의 인스턴트화를 가져왔다. 1963년 인스턴트 라면, 69년 인스턴트 칼국수가 상품으로 출시됐다. 1970년대 혼·분식 장려운동은 국수 소비를 더욱 부추겼고, 고소한 콩국수 역시 이때 유행하게 됐다.
1970년대 중반 이후 스파게티가 이탈리아 음식점을 통해 소개되기 시작하고, 80년대 미국 패스트푸드점을 따라 널리 퍼지면서 인기가 급상승하게 됐다. 90년대 들어서 해외여행의 완전 자유화가 이뤄진 후 미국식 베트남 쌀국수 까지 한국인의 국수 열기에 들어갔다. 2000년대 이후 일본에서 생활한 유학생들이 증가하면서 일본 라멘 역시 한국인의 기호식품으로 당당히 자리 잡았다. 뜨거울 국물과 쫄깃한 면발의 조화가 일품인 우리나라 대표 면 요리 ‘칼국수’ 밀가루 반죽을 얇게 민다음 칼로 가늘게 썰어서 칼국수라는 이름이 붙었다. 날이 우중충하거나 비가 오는 날 가장 많이 찾는 음식이 파전과 칼국수이지 않을까?
이 면요리는 특별한 재료가 필요하지는 않다. 요즘은 판매되는 면들이 워낙 종류도 다양하고 잘나와서 직접 반죽할 필요는 없어 보이지만 집에서 만들자면 물과 밀가루 비율은 밀가루 자체의 수분과 온도에 따라 조금 달라진다. 밀가루와 물의 비율은 4:1 정도가 좋고 여름에 물을 조금 덜 넣고 겨울에 상대적으로 물을 조금 더 넣으면 된다. 밀가루는 글루텐 함량이 높은 강력분을 쓰면 탄력 있는 면발이 나오는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금을 넣는 것이다. 면에 소금을 덜 넣거나 빼버리면 면의 탄성뿐만 아니라 맛 또한 덜해진다.
소금의 적정 비율은 모든 재료 무게의 1%가 적당하다. 반죽을 치대는 정도는 대략 손에 끈적한 기운이 묻어나지 않을 때까지다. 그리고 최소 30분, 최적은 3시간이상을 숙성시켜야 맛있는 면발이 준비된다. 육수는 다양한데 닭 육수와 바지락 육수를 내서 3:7 정도로 섞어서 내면 맛있는 육수가 완성된다. 육수에 따라 이름도 된장 칼국수, 해물칼국수, 김치칼국수, 들깨칼국수 등 칼국수의 변신은 끝이 없다. 심지어 칼국수에 대한 사랑에 힘입어 ‘칼국수 라면’까지 나왔다.
고명은 볶은 애호박과 대파, 반찬은 아삭하게 잘 익은 배추김치나 향 좋은 참기름을 가미한 오징어 젓갈이면 충분하다. 필자는 면요리를 아주 좋아하진 않지만 가장 좋아하는 국수집은 지금도 단연 밤에 가락시장에서 장을 보고 나서 먹는 트럭우동이다. 내가 단골이 된지도 1994년부터라 벌써 27년째이고 현재 진행형… 김이 모락모락 나는 트럭 안에서 인심 좋은 사장님의 손맛이 들어간 국수가 주문과 동시에 제면기에서 ‘왱’소리와 함께 바로 뽑아지고 쑥갓과 고춧가루, 유부를 고명으로 올린 국물이 끝내주는 우동 한 그릇은 하루의 고단함을 말끔히 씻어준다.
특별히 정해져 있는 날은 아니지만 매월 11일은 ‘국수데이’라고 한다. 간단한 육수포와 호기심 가는 면을 하나쯤 사서 청양고추와 고추가루 뿌린 국수 한 그릇을 집에서 직접 끓여 먹는 것도 바쁘게 사는 현대인이 행복하게 쉬어가는 방법 중에 하나가 되지 않을까….
< 물류와 경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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