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불황으로 글로벌 조선사들이 꺼내든 합병·대형화 전략을 놓고 국가별로 희비가 교차할 수 있을 거란 분석이 나왔다.
KDB미래전략연구소 박유상 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글로벌 조선업체 대형화의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조선사를 제외한 해외기업들의 합병은 실익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세계 1·2위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을 합친 메가 조선사의 탄생은 시너지를 낼 수 있겠지만 일본 중국 등에서 이뤄지는 기업 간 합병은 기술력 등에서 그 효과가 제한적일 거란 설명이다.
더불어 박 연구원은 “모든 조선사가 합병을 통해 기술 공유와 간접비 절감 등으로 경쟁력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비용절감에 따른 경쟁력 향상으로 수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글로벌 조선시장 인수합병으로 ‘돌파구’
지난해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2529만CGT(수정환산톤수)로 전년 3108만CGT 대비 18.6% 감소했다. 2015년 4313만CGT와 비교하면 41.4% 급감한 수치다.
매년 선박 발주량이 내리막길을 걷자 글로벌 조선사들은 ‘몸집 불리기’ 카드를 꺼내들었다.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은 건 현대중공업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월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 관련 본 계약 체결 이후 현재 합병의 최대 관문으로 꼽히는 유럽연합(EU)과 일본의 심사를 앞두고 있다.
지금까지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합병을 승인한 국가는 카자흐스탄 단 한 곳뿐이며, 우리나라를 포함한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은 심사 결과 발표가 미뤄지고 있다. 당초 예상했던 상반기는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연내 결과가 나오는 게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수주량 기준 1~2위인 우리나라 기업들의 합병으로 글로벌 조선사들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중국에서는 빅2인 중국선박공업(CSSC)과 중국선박중공업(CSIC)이 빅딜을 완료했다. 중국의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는 지난해 11월 CSSC와 CSIC의 합병을 승인하고 중국선박공업그룹을 출범시켰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경쟁력이 약한 기업들을 시장에서 퇴출하고 우수한 조선사를 지원하는 ‘화이트 리스트’를 가동해 왔다. 수익을 내지 못하는 조선사에겐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고 통·폐합과 폐쇄를 유도해 1000여개에 달하는 조선소를 70여개로 줄이는 게 화이트 리스트 정책의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2016년 순천선박이 파산했으며, 중천중공, 중선중공장비, 저우산욱화 등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 조선사들은 모두 조선업 호황인 2008년에 설립된 바 있다.
과거에 비해 수주량이 크게 줄어든 일본도 돌파구 마련에 분주하다. 2015년까지만 해도 일본은 1316만CGT의 수주량을 기록하며 우리나라를 밀어내고 세계 2위에 자리했다. 하지만 이듬해 수주량은 전년 대비 82% 급감한 239만CGT를 기록한 데 이어 2017년엔 290만CGT에 그쳤다. 지난해엔 328만CGT 규모를 수주했지만 900만CGT대의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저조한 수준에 머물렀다.
일본 이마바리조선과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는 지난해 11월 자본·업무 제휴를 통해 컨테이너선·유조선·벌크선 등을 공동영업·설계하기로 합의했다. 이마바리는 JMU의 지분 30% 미만을 취득할 예정이다. 양사는 영업·상선설계 전담 회사를 설립해 기술공유·생산 비용 절감을 목표로 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제휴 내용은 이달 확정된다. 이 밖에 해양플랜트 분야 강자인 싱가포르 셈코프와 케펠도 시황 악화에 따른 경영난을 이유로 지난해 10월 합병을 추진했다.
“지속적인 경쟁 심화에 대비해야”
수주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뭉치기에 나선 조선사들이지만 우리나라를 제외한 기업들의 합병 효과는 제한적일 거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합병을 통한 대형화는 경쟁이 치열한 수주 환경 속에서 기술 공유와 생산비 절감을 통해 경쟁력 강화가 이뤄지기 마련인데 우리나라만 그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거란 설명이다.
박 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글로벌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으로, 연구개발 역량 집중을 통한 기술적 시너지, 기자재 공동 구매·공동 설계 및 영업 등을 통한 규모의 경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그는 중국과 일본은 합병 실익이 우리나라에 비해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경우 컨트롤 타워가 이미 일원화된 국유기업 간 합병이며, 조선업체가 지리적으로 산재해 합병 실익이 낮다는 분석이다. 더불어 이미 양 지주사별로 공동연구, 설계 체계가 구축돼 있어 기술적인 시너지 효과도 미미하다는 판단이다.
박 연구원은 “고부가가인 LNG선의 건조실적은 후둥중화조선소가 유일하며, 합병을 진행해도 기술이 다른 회사로 이전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평가했다. 일본 역시 중소업체가 난립하고 있는 데다 고부가가선박 건조 경쟁력이 열위한 상황에서 합병은 무의미하다는 분석이다. 일본 조선의 합병은 단지 한국 중국업체의 대형화 견제에 목적이 있는 데다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이 제휴 대상에서 제외된 게 한계점이다.
박 연구원은 해외기업들의 합병은 제한적이지만 우리나라 조선소는 지속적으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경쟁력 배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선업체 대형화는 과잉 생산능력의 조정이 좀 더 강력히 진행될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과 수주 경쟁이 치열해질 거란 부정적 측면의 양면성이 존재하므로 지속적인 경쟁 심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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