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선이 쏟아져 나오면서 컨테이너선 시황이 내년에 좋지 않을 거란 진단이 나왔다. 2028년까지 연평균 선복량 증가율이 5%를 웃돌며 운임 하락세가 표면화할 거란 분석이다.
벌크선도 수요 침체로 부진한 시황을 연출할 것으로 예측된 반면, 탱크선과 가스선은 수요가 늘고 폐선 활동도 증가해 호조를 띨 것으로 점쳐졌다.
내년 조선시장은 선주들이 신조 발주를 관망하면서 선박 수주량이 올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관측됐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의 해운조선 시황에 대한 내년 전망을 담은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컨선시장 2028년까지 공급이 수요 웃돌아”
내년 컨테이너선시장은 미국이 촉발한 무역 분쟁이 진정될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서 시황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공급이 수요를 웃돌면서 원양항로를 중심으로 운임 하락이 두드러질 거란 분석이다.
올해 컨테이너선시장은 신조선 인도와 물동량 증가율 둔화 등에 따른 수급 악화로 운임 하락세가 3분기까지 이어졌다. 특히 컨테이너 운임은 시간을 거듭할수록 하락폭이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9개월 평균 글로벌 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626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의 2587에 견줘 37% 내렸다. 특히 1분기에 -12%의 하락폭을 보였던 SCFI는 2분기 -37%에 이어 3분기 -52%의 감소율을 기록하며 낙폭이 더욱 커졌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양종서 연구원은 “올해 6월 이후 원양항로 운임이 2021년부터 이어진 신조 대형선의 대량 인도로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 연구원은 내년 컨테이너선시장에서 공급이 수요를 웃돌 것으로 관측했다. 물동량 증가율은 미국발 무역 분쟁이 지속되면서 4% 수준에 도달하지 못할 것으로 봤다.
반면, 공급량은 2021년 이후 발주된 신조선이 대거 인도되면서 수요를 웃도는 4.5%를 기록할 것으로 점쳤다. 선복량 증가율이 202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수요가 기대를 밑돌면서 시황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울 거란 분석이다.
현존 선박을 활용하려는 선주들의 의지가 여전히 강하다는 점도 공급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원양노선에 투입되는 1만2000TEU급 이상의 컨테이너선이 지금까지 단 한 척도 폐선되지 않으면서 시황을 조절할 여력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더 큰 악재는 앞으로도 신조선 공급량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양 연구원은 2027년과 2028년에 선복량 증가율이 5%를 웃돌아 획기적인 세계 경제 붐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컨테이너선시장은 심각한 국면을 맞이할 거라고 우려했다. 특히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선박이 대부분 대형선이라 원양항로에서 시황 악화가 두드러질 거란 분석이다.
그는 “2028년까지 컨테이너선시장에서의 선복량 증가율은 연평균 약 5%로 예상되는 데 1만2000TEU급 이상의 증가율은 연평균 12% 이상으로 추정돼 원양항로 운임 하락이 매우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원양선사들은 지금부터 약 5년여간 심각한 침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내년 평균 BDI 1400~1500 전망
벌크선도 컨테이너선과 마찬가지로 기상도가 흐릴 것으로 보인다. 컨테이너선보다 선복량 증가율이 낮지만 글로벌 경제 저성장에 따른 수요 부진과 탄소중립을 위한 석탄 수요 감소 등으로 시황이 좋지 않을 거란 관측이다. 무역 분쟁으로 중국이 미국산 곡물 수입을 줄이는 정책을 강화할 경우 시황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양 연구원은 내년 벌크선 선복 증가율은 2022년 이후 3.0%보다 약 0.5%p 높아진 3.5%를 기록할 것으로 점쳤다. 아직까지 환경 규제에 대응한 대체 연료가 뚜렷하지 않고 신조 단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보니 폐선이 나타나지 않아 공급 조절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는 이러한 상황을 종합할 때 내년 평균 BDI는 1400~1500 수준으로 다소 부진할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아직까지 환경규제 대응과 공급 조절 선택지가 남아있는 데다 선사들이 규제 비용 저감을 위한 저속 운항을 펼치고 있어 2017년 이전 수준의 극심한 시황 악화까지 이를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탱크선 시황은 유조선이 호조를 보이는 한편, 제품선은 악화할 것으로 예측했다. 유조선은 신조 발주가 작년부터 크게 늘면서 2026~2028년 중 매년 연초 선복량의 4~5%에 해당하는 신조선이 인도돼 수요 개선이 없는 상황에서 부담스러운 수준의 신규 선복 공급이 이뤄질 전망이다.
다만, 시황 급락 시 노후선 대량 폐선을 통한 보완이 가능한 수준이므로 완만한 하향 속에 비교적 양호한 시황은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양 연구원은 관측했다.
제품선의 경우 2026~2027년까지 연초 선복량의 6~7%에 해당하는 신조선 인도로 대량 폐선만으로 조정이 어려워 유조선보다 빠른 속도의 시황 하락으로 해당 기간 중 부진한 수준의 운임과 용선료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봤다.
이 밖에 가스선시장은 액화천연가스(LNG) 신규 생산 물량이 크게 늘면서 시황이 좋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에도 신규 상업 생산을 개시하는 대형 LNG 수출 프로젝트들이 다수 존재하는 데다 2025년 신규 생산 프로젝트 중 2026년으로 지연된 물량까지 고려하면 전년 대비 10% 내외의 교역 증가율이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韓 수주량 2년 연속 1000만t 밑돌듯
조선시장은 트럼프발 무역 분쟁이 지속되는 데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 유예로 신조 발주가 감소하며 시황이 부진할 거란 예상이 나왔다. 한국 조선은 2년 연속 수주량이 1000만t(CGT·수정환산톤수)을 밑돌 전망이다.
양 연구원은 올 한 해 글로벌 선박 발주량이 전년 대비 46% 급감한 4100만t 내외에 머물고, 내년엔 이보다 15% 줄어든 약 3500만t까지 감소할 걸로 봤다. LNG 운반선은 생산 물량 증가 영향으로 발주가 다소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 반면, 컨테이너선은 원양항로 운임 하락을 이유로 대형선보다 중소 컨테이너선 위주로 발주가 전개되며 대폭 감소할 것으로 점쳤다.
발주액은 올해는 전년 대비 43% 감소한 약 1320억달러(약 194조원), 내년엔 이보다 15% 감소한 약 1120억달러(약 165조원)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한국 조선의 올해 수주량 감소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조선소들은 2025년 전년 대비 13% 감소한 950만t의 일감을 확보할 것으로 점쳐졌다. (
해사물류통계 ‘한국 신조선 수주실적’ 참고)
2026년에는 LNG 생산량의 확대로 지난 7년간의 호황 수준은 아니더라도 LNG선 발주가 다소 증가할 가능성이 있어 국내 신조선 수주 점유율의 확대가 기대되나, 전반적인 발주량 감소로 수주량은 감소 추세를 이어갈 거란 분석이다.
2026년 수주량은 전년 대비 약 5% 감소한 약 900만t을 낼 걸로 전망했다. 2025년 수주액은 전년 대비 17% 감소한 약 305억달러(약 45조원), 2026년 수주액은 2025년 대비 7% 감소한 285억달러(약 42조원)를 각각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조 선가가 내년에도 하락세를 이어가며 수주액에 영향을 미칠 거란 분석이다.
다만 양 연구원은 “국내 조선업계의 2026년 인도 예정 물량은 전년 대비 다소 적은 수준이나 LNG 운반선 등 고가 물량의 비중이 높고 수년 전 선가 상승기에 수주한 물량이 대부분이므로 가격 등을 고려하면 내년에도 조선사들의 실적 개선은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약 3년 치의 일감이 확보돼 있어 2026년도 수주가 다소 부진하더라도 조선사의 운영에 큰 타격은 없을 것이나 신조 선가 하락이 지속되고 발주량이 부족한 상황이 수년간 지속될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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