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북미항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혼돈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코로나 여파로 물동량이 크게 줄어들자 선사들의 블랭크세일링(임시결항)은 당초 춘절(설) 전에 계획했던 규모를 웃돌았다.
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선사들은 2~3월 두 달 간 미주항로에서 82회의 결편을 발표, 이 중 21회가 코로나 사태로 발생했다. 아직도 중국 내 공장 가동은 부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향후 교역이 정상화되면 중국발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시장이 혼란스러워질 것으로 보인다. 선사 관계자는 “중국 춘절 연휴가 코로나로 연장되며 못 나왔던 화물이 3~4월 대거 쏟아져 나올 것”이라며 “결국 물량이 폭주하면 화물을 실을 선복이 없어 운임이 급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2분기 SC(운송계약)와 디얼라이언스에 승선한 현대상선의 서비스 개시를 앞두고 선사들의 항로 개편도 잇따르고 있다. SM상선은 머스크 MSC가 결성한 2M과 미주서안 노선을 4월1일부터 공동 운항한다. 다음달 현대상선과의 계약 종료로 새로운 파트너를 모색해온 2M은 SM상선과 선복·선박 교환 등의 협정을 체결, 아시아·미국·캐나다 등에서 매주 6회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SM상선 역시 2M과의 협력을 통해 오클랜드를 기항지에 추가해 냉동(리퍼) 화물영업 강화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물론, 비용절감을 꾀할 수 있게 됐다. 이스라엘 컨테이너선사인 짐라인도 2M과 진행 중인 ZP8 서비스를 4월부터 개편한다. 이번 서비스 개편의 핵심은 기존에 기항했던 신강 칭다오 대신 난샤 옌톈을 로테이션에 추가해 중국 주강삼각주와 북미 서안북부(PNW)의 정시 운항성을 강화했다는 점이다. 더불어 기항지에 밴쿠버도 새롭게 추가해 늘어나고 있는 수요에 더욱 원활한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ZP8의 새로운 로테이션은 난샤-옌톈-상하이-부산-요코하마-프린스루퍼트-밴쿠버 순이다. 북미항로 철수를 결정한 싱가포르 PIL의 행보도 눈에 띈다. 현재 코스코 완하이라인과 제휴해 6개 서비스를 진행 중인 이 선사는 다음달 2007년 13년 만에 북미항로에서 빠진다. 미중 무역 분쟁이 장기화된 데다 수익성이 악화되며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코로나 여파로 운임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상하이해운거래소가 발표한 2월14일자 상하이발 미국 서안행 컨테이너 운임은 40피트 컨테이너(FEU)당 1423달러로 집계됐다. 전달 1543달러에서 120달러 가까이 하락했으며 지난해 1834달러와 비교하면 400달러나 떨어졌다. 동안행 운임 역시 2768달러를 기록, 전월 2888달러와 비교해 120달러 하락했다.
물동량도 마이너스를 보였다. 미국 통관조사회사 데카르트데이터마인에 따르면 아시아 10개국발 미국행 2020년 1월 컨테이너 수송량은 전년 동월 대비 1% 감소한 144만7100TEU를 기록했다. 점유율 1위 중국은 전년 대비 5% 감소한 84만2200TEU를, 2위 우리나라는 4% 감소한 14만6600TEU에 머물렀다. 반면 3위 베트남은 40% 폭증한 12만TEU로 약진했다. 4위 대만은 9만2000TEU로 전년과 동일했으며, 5위 싱가포르는 11% 증가한 6만2800TEU로 집계됐다.
한편 파나마운하청(ACP)의 담수 할증료 부과에 해양수산부와 선주협회는 지난 13일 주한 파나마대사관을 방문해 해운 불황과 코로나 사태 등을 이유로 할증료 적용 시기를 6개월 유예시켜줄 것을 요청했다. 해수부와 협회는 “이용자와의 의견 수렴없이 일방적으로 통보 후 한 달 뒤에 시행하는 것은 절차상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CMA CGM은 드라이·냉동(리퍼) 화물을 대상으로 할증료를 화주에게 부과한다. 할증료 부과액은 TEU당 15달러이며, 적용일은 다음달 1일부터다. 다만 아직까지 부과를 결정하지 못한 선사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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