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이 무선박운송사업자(NVOCC) 시장에 뛰어들면서 해운물류업계와 대형 실화주(BCO)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마존이 진정한 NVOCC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존 계약처 물량 외에도 중소화주부터 대형화주들의 물량까지 포섭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런가하면 아마존의 해상물류서비스가 크게 매력적이거나 위협적이지 않다고 보는 시각도 팽팽히 맞선다.
미국 해운전문지 저널오브커머스(JOC)는 “아마존이 포워딩(국제물류주선)시장에 진출했지만 미국 주요 대형화주의 물량까지 끌어들이기까지는 어려움이 예상된다”면서도 “서비스제공자 겸 경쟁자로서 아마존과의 협업이 괜찮을 지에 대한 정확한 답은 없다”고 밝혔다. 아마존의 포워딩시장 진출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고, 진출 후 성공유무를 결정하는 건 화주의 몫이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자체 취급물량이 늘어나면서 오래 전부터 물류 외주비용 절감을 주요 경영과제로 꼽았고, 최근 ‘물류직영체제’ 구축에 힘써 왔다. 이 회사는 2016년 중국 법인 베이징스지줘웨콰이디(北京世紀卓越快遞)를 통해 미국 연방해사위원회(FMC)에 NVOCC 면허를 취득한 뒤 자사 BL(선하증권) 발급을 확대하고 있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아마존은 해상운송에 뛰어든 지난해에만 중국-미국항로에서 컨테이너 5300개를 수송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택배·항공 수송에 이어, 직접 관리하는 물류비중을 높여 수주부터 배송까지 일괄 관리하는 체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항공·육상 수송에서도 물류 직영체제를 도입했다. 항공수송에선 ‘아마존에어’란 브랜드로 미국 역내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최근 B767 화물기 10대를 추가 임차하고, 제휴 방식으로 화물전용기를 50대로 늘렸다. 텍사스 등에선 항공 화물허브에도 적극 투자하고 있다.
“아마존의 전략적 이점 기대 안해”
아마존은 회사의 규모나 크기에 상관없이 상당한 수출화주 리스트를 확보하고 있다. 미국 온라인쇼핑족들에게 화물을 수출하는 해외 중소판매상부터 수백 수천 개의 컨테이너를 매년 실어 나르는 다국적 대형 실화주까지 다양하다.
아마존의 NVOCC 진출에 대해 미국 대형 수출화주들은 시장에 더 많은 혁신을 가져올 거라는 기대감보다 회의적으로 바라보거나 관심이 없다는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특히 자체 물량으로 선사와 직계약을 맺을 수 있는 대형 화주들로선 아마존의 물류서비스가 단기적으로 매력적이지 않을 거라는 지적이다.
현지 한 화장품 수출업자는 JOC에 “NVOCC나 포워더로서 아마존을 활용하는 사례는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선사와 직접 계약을 맺거나 (우리가) 원하는 공급망을 제공할 수 있는 다른 업체들이 포진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나 프록터앤드갬블(P&G) 등의 기업을 제외하면 아마존을 포워더로 쓸 가능성은 낮을 거로 내다봤다. 그는 아마존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아마존이 직접적인 경쟁자가 되다보니 (화주로선) 사용하기 꺼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나마 유통업체 월마트나 가구제조사 웨이페어를 타깃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아마존의 시장진출에 대해 “관심 없음”으로 일관했다. 그는 “우리가 기존 업체들을 쓰지 않는 건 큰 성과가 없었기 때문”이라면서도 “아마존이 NVOCC로서 타업체를 능가할 전략적 이점을 제공할 거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덧붙여 “아마존은 엄청난 구매력을 갖추고 있다. 상품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손실을 본 전례도 있다”며 “NVOCC로 활동하려면 가격이 핵심일 것이다. (우리로선) 엄청난 부가가치를 누리지 않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화주로서 어느 NVOCC가 됐건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아마존이 물류시장에 진출하면 혁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포착된다. 한 신발제조업체 관계자는 “그동안의 경험을 되새겨 보면 NVOCC들은 핵심 노선에서 선사와 직계약을 맺을 때 비용경쟁에만 매몰됐다. (적합한) 선사와 노선을 선택하는 게 문제다”라며 “아마존이 비용과 기술적 측면에서 무엇을 제공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아마존, 화주 신뢰확보 과제
일각에서는 아마존이 화주의 공급망을 역으로 이용해 선적된 화물의 정보를 활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아마존이 잠재적 물류공급자로서 화주정보를 거리낌 없이 활용할 수 있는 점은 큰 문제로 작용한다. 하지만 주요 화주들은 현실 가능성이 낮다며 뚜렷한 경각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 수출화주는 “아마존은 (우리) 제품을 절대 보거나 접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관련 우려사항에 대한 의견을 협력업체들과 공유했다”고 밝혔다.
아마존의 풀필먼트 서비스 ‘FBA’를 이용하는 판매자들은 타인의 기대나 관심으로 좋은 성과를 거두는 ‘피그말리온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거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물류소프트웨어 제공업체 콘테이너스(Kontainers) 그라함 파커 최고경영자(CEO)는 “아마존이 판매자의 물량을 모두 모아서 ‘파스’(Faas)로 서비스를 제공하면 더 많은 유통업체들이 아마존에서 물건을 판매할 수 있다”며 “다른 포워더에서 움직이는 물량이 아마존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파스는 ‘서비스형 기능’의 줄임말로 서버가 없어도 유지와 관리를 할 수 있는 IT인프라다.
아마존이 해상운송에서 경쟁력있는 NVOCC로 도약하기 위해 다단계전략을 갖췄을 거란 의견도 제기된다. 아마존이 판매자에게 재고를 보관할 공간을 마련해주는 대신, NVOCC 서비스를 쓰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한 프레이트포워더는 “아마존이 우호적으로 재고를 보관할 공간을 배정해주면 NVOCC 서비스를 이용할 판매자들을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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