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싱가포르 중국에 이어 아랍에미레이트의 일부 항까지 개방형 스크러버의 세정수 배출 금지정책을 발표하면서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뜨거웠던 스크러버 설치 열기가 주춤하는 추세다.
이에 대해 스크러버 옹호론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세정수가 바다에 얼마만큼 유해한지 아무런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스크러버 세정수를 둘러싼 엇갈린 주장들이 선주들의 고민을 더욱 커지게 하고 있어, 이러한 주장들의 사실유무와 그 한계들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한국선급이 조사해 본 바에 따르면, 국내 8개 대형조선소에 발주되는 신조선 중 스크러버 설치 비율은 2018년 이전 25%에서, 2018년 상반기 61%, 3분기 86%까지 치솟았다. 이러한 움직임은 신조선 뿐만 아니라 현존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대형선을 위주로 스크러버 설치 계획이 계속해서 발표되었고, 이에 따라 메이저 스크러버 제조사들은 일찌감치 한두해 일감을 모두 계약함은 물론 설치경험이 전무한 후발주자들도 주문이 폭주하였다. 이들 대부분이 개방형 스크러버였다.
하지만, 세계 최대 벙커링 항구인 싱가포르와 최대 수출입국인 중국이 개방형 스크러버의 세정수 배출 금지정책을 발표하면서 그 열기는 주춤해졌다. 게다가 지난해 톤당 300~350달러/톤까지 예상되던 저황연료유와 고황연료유의 가격차이가 최근의 연료유 폭락세와 함께 줄어들고 있어, 점차 많은 사람들이 개방형 스크러버의 경제성에 의문을 갖기 시작하였다.
그렇다면 세정수는 환경적으로 얼마나 유해한 것이며, 배출금지지역은 얼마나 늘어날 것인가? 지난해 IMO MEPC73차 회의에 제출된 문서에 따르면, 22척의 선박(18척 개방형, 4척 폐쇄형)에서 채취한 세정수 분석결과, PAHs, 중금속 등은 IMO의 기준과 산업배출기준을 훨씬 하회하는 수준의 결과를 보였다.
하지만 올해 PPR6차 회의에 제출된 문서(5척으로부터 채취)에는 상반되는 결과를 보이며, 스크러버 세정수 배출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였다. 이처럼 분석 자료들이 서로 다른 결과를 보여주고 있어 세정수의 환경 영향도를 판단하기 어렵고, 앞으로도 한동안은 그 누구도 단언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확실한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IMO 역시 세정수 배출규제를 강화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근거가 있어 규제를 한다 하더라도 IMO의 통상적인 정책결정 속도를 감안한다면 수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ECA(Emission Control Areas)처럼 배출규제지역으로 지정받기 위해서는 우선 배출규제지역이 되기 위한 기준이 마련되어야 하고, 해당지역으로 지정받기 원하는 나라는 기준에 맞게 연구·조사 후 그 결과를 IMO에 제출해야 하며, 규제지역으로 지정받는다 하더라도 협약이 발효되는데 최소 1~2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공해상에서의 규제는 IMO에 의해서만 가능하므로, 이는 역으로 말해 최소 수년간은 공해상에서 스크러버 세정수를 규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여전히 항만과 연안국은 관할 지역 내 배출금지를 지정할 수 있지만, 이는 자국법에 의한 금지조치로 대부분 연안지역에 머무를 것이란 예측이 다수이다.
현재 개방형 스크러버를 설치하는 대부분의 선박은 대형선으로, 이러한 금지지역 확대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선박은 워낙 많은 연료유를 소모하고 연안운항비율이 높지 않기 때문에 그러하고, 중형이상의 벌크나 탱커도 연안운항비율이 높지 않아 그러하다.
MR tanker 신조선의 경우, 전체 운항 중 30%를 저황연료유로 운항한다 하더라도 250$/ton의 연료유 차이에서는 투자비회수기간이 2년 정도이다. 대형선들은 동일한 조건에서 1년이 채 걸리지 않는다. 2020년 이후 처음 1~2년간은 저황연료유와 고황연료유간의 가격차가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되므로, 협약시행 초기에 설치를 완료한 선박들은 짧은 시간내에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종합해보자면, 현재 확대되는 세정수 배출 금지지역은 수년간은 연안지역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고 개방형 스크러버를 설치하는 선박이 대부분 연안항해 비율이 낮은 선박임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규제지역 확대가 개방형 스크러버 설치 열기를 식힐 수 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있어 보이진 않는다.
다만 연안항해 비율이 높은 중소형 선박들에게 개방형 스크러버의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은 확실하다. 2020년 협약 시행을 앞두고 점차 많은 국가들이 동 규제를 검토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선사는 보유 선박의 운항지역을 고려한 개방형 스크러버 운항비율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 김연태 상무는
1964년 출생, 울산대학교 조선공학 학사 스웨덴 세계해사대석사, 1989년 한국선급 입사, 현재 해외영업팀장 기술영업지원팀장 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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