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케이와이엘 김명진 대표이사, 유정옥 이사, 김상진 이사 |
“국제물류주선업(포워더)계에서 떠도는 말 중에 이런 게 있어요. ‘3년 버티기 어렵고, 5년은 힘들고, 10년은 더 어렵다.’ 10년이 눈 깜빡할 새 지나갔습니다. 20년, 30년씩 회사를 이끄신 분들 보면 대단한 것 같아요.”
국제물류주선기업 케이와이엘(KYL) 김명진 대표는 회사 창립 10주년을 축하한다는 기자의 인사에 잠깐 뜸을 들였다. 공교롭게도 인터뷰를 진행한 날이 이 회사의 11년째를 맞는 첫 업무일이었다.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 그의 표정에서 10년 사이 KYL이 겪은 희로애락을 얼핏 느낄 수 있었다. 그는 11년차를 맞는 지금이 ‘고난의 시기’라며 혀를 내둘렀다. 지속된 경기 침체와 국내 포워더 시장의 경쟁 심화로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가 이끄는 KYL은 항해를 지속하고 있다.
김 대표는 국내 주요 북방물류전문기업에서 최고경영인까지 역임한 러시아·중앙아시아 지역 전문가로, 지난 2009년부터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이력답게 KYL은 몽골, 러시아, 중앙아시아 등 북방물류를 중심으로 회사의 경쟁력을 차근차근 길러왔다. 6명으로 시작한 회사는 한국 사무실을 포함해 카자흐스탄의 법인과 우즈베키스탄 몽골 키르기스스탄 코트디부아르의 지사 등 5곳에 해외거점을 보유할 정도로 발돋움했다.
창립 초기 몽골·CIS 프로젝트로 ‘각인’
KYL은 창립 초기 몽골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지역 프로젝트 수송으로 업계에 이름 도장을 찍었다. 회사가 문을 연 지 2개월 만에 한국에서 몽골로 수출되는 버스 400대를 최단기간으로 울란바토르까지 옮겼고, 이듬해에는 현대자동차에서 수출한 택시용 승용차 1200대를 차질없이 운송하면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를 발판으로 롯데건설에서 수주한 몽골 하얏트호텔과 삼성물산이 진행한 샹그릴라호텔, 울란바토르 신공항 건설 등의 물류계약을 성사시키며 프로젝트 물류의 포트폴리오를 쌓았다. 굵직한 프로젝트들은 회사 창립부터 5년차까지 매출액 성장률 100%을 기록하게 해준 자산이 됐다.
“회사 설립 초반에 진행한 우즈베키스탄 도로 공사 프로젝트 화물 수송 건이 기억에 남습니다. 포스코건설이 국내 최초로 우즈베키스탄 시장에 진출했을 때였죠. 현지 통관이 까다로웠는데, 저희는 업계 최초로 운송계약을 DDU(관세미지급인도)조건으로 추진했습니다. 기존 북방물류 전문업체들이 어려워 하던 계약을 처음으로 성사시켰고 화물 운송도 문제 없이 마무리했습니다. 이를 비롯해 각종 프로젝트 화물에 집중한 덕에 회사를 안착시키고 지금까지 키워올 수 있었습니다. 최근엔 한국광해관리공단에서 건설 중인 기술교육센터 건립에 들어가는 건설·교육자재 운송을 진행 중입니다. 다만, 요즘엔 국제 경기 악화로 건설 프로젝트 수요가 많이 줄어 예전만 못해요. 그래서 다른 지역들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어요.”
김 대표의 말처럼 최근 몽골을 비롯한 CIS 국가들은 경제 침체에 빠져 있다. 특히 몽골은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으로 겨우 국가 부도 위기를 넘긴 상태다. 중앙아시아 최대 산유국인 카자흐스탄은 유가와 국가 경기가 맞물려 돌아가는데, 저유가 기조로 인해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국내 포워더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를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주력시장이라고 하더라도 예전만큼 이윤을 남기기 어려운 상황이다. KYL도 지난 2015년부터 매출 둔화로 고생길을 걸었다. 지난해부터는 다시 매출이 반등하기 시작했지만, 아직 힘든 상황은 여전하다고 김 대표는 털어놨다.
지역 다각화와 수입화물 확대에 주력
가시밭길 같은 대내외적 상황을 타파하고자 KYL은 3년 전부터 지역 다각화와 수입 물량 늘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남미 등 다양한 지역의 물량 확보에 집중하는 한편, 미국과 중국, 유럽 등으로 향하는 수입 분량 비중도 늘리고 있다.
“2016년에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에 지사를 설립했습니다. 현지 한국 교민을 지사장으로 영입해 아프리카 서비스를 관리·확보하고 있습니다. 수출에 의존했었던 매출 비중을 개선하기 위해 수입 화물도 늘리고 있어요. 특수종이, 건축자재 등을 중국, 유럽 등지에서 꾸준히 들여오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KYL의 다음 행보로 몽골, 중앙아시아 등 주력 지역에서의 물량 증대와 지역·품목 다각화를 위한 영업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특히 5개국에 분포된 해외지사들의 현지 영업력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 건설시장이 여건 악화로 수주량이 줄었어요. 품목 다각화뿐만 아니라 해외지사들의 현지 영업력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추진하려 합니다. 올해는 신규 영업직원도 채용할 예정입니다.”
풍부한 노하우와 팀워크로 다져진 서비스 강점
10년간 회사를 이끌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직원들’이란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창립 초창기 때부터 유정옥 이사 김상진 이사 김범수 부장과 공동주주를 시행했다. 모두 회사 창업 전부터 동고동락한 사람들이다. KYL은 ‘회사 막내’마저도 김 대표와 11년째 같이 일하고 있을 만큼 끈끈한 팀워크를 자랑한다.
오랜 기간 함께 일한 내부 직원들의 적극적인 업무 태도와 주인의식은 자연스럽게 탄탄한 조직 형성으로 이어졌다. “직원들과는 최소 11년에서 최대 20년 이상씩 한솥밥을 먹고 있습니다. 업계 특성상 사람이 자주 바뀌는 게 맞는데, 오래 같이 일해준 동료들이 참 고맙죠. 한 분야에서 다들 오래 일한 덕에 직원 개개인의 노하우가 풍부한 건 KYL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그는 지난해 물류업계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였던 ‘남북경협’과 ‘북방물류’를 두고 현업 종사자로서 아직 고민할 부분들이 많아 보인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건 고무적이라고 내다봤다. 또 물류업계 종사자들이 ‘어려운 시기’를 경쟁보다는 화합으로 잘 헤쳐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무식 때 직원들에게 초심을 되찾자고 당부했어요. 신체는 다들 10년씩 늙었더라도 정신은 10년 전으로 되돌아가자고 했죠(웃음). 회사를 막 열었을 때도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금융위기가 찾아왔지만, 힘든 줄 모르고 회사를 꾸려왔어요. 앞으로도 저희가 가꿔온 업무 노하우와 현지 지사의 빠른 대응력에 기반해 고품질의 물류서비스로 양적·질적으로 더욱 성장하겠습니다.”
< 박수현 기자 sh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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