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 진부하게 들릴까 싶어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던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표현을 해야 할 만큼 큰 변화의 바람이 몰아쳤던 2018년이었습니다. 최근 모 인사로부터 ‘한 해가 잊고 싶을 만큼 힘들었다면 망년회를 하고, 보내기 아쉬울 만큼 좋았다면 송년회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여러분의 2018년은 어떠셨나요?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치닫던 남북·북미 관계는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변화의 전기를 마련하더니,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과 6월 북미정상회담,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지며 해빙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습니다.
해운은 폭넓은 ‘개방’과 다양한 ‘교류’를 기본 전제로 합니다. 그런 만큼 우리에게 남북관계의 개선은 단순한 정치·외교적 긴장 완화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이상의 큰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제가 몸담은 팬스타처럼 한국과 일본, 중국 등 동북아 중심의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체에게는 시장 확대와 사업 다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 주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여건을 반영하여, 크루즈사업과 정기여객선사업을 동시에 운영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복합해상여객운송사업자인 팬스타는 지난해 정부에 부산과 북한의 고성, 원산, 나진, 그리고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를 잇는 환동해 크루즈페리 항로를 제안하는 등 남북 교류·협력 분위기에 선도적으로 대응한 바 있습니다.
팬스타는 2018년 한 해 동안 기존 오사카 중심이던 항로를 시모노세키까지 넓히고, 중국 스다오-부산-일본 도쿄 나고야를 잇는 한중일 3개국 고속해상운송서비스를 본궤도에 올려놓았습니다. 또 이탈리아 코스타크루즈의 한국 내 전문판매대리점으로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의 모객 성과를 보였을 뿐 아니라, <팬스타드림>호의 크루즈페리 서비스 활성화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계 선사로는 처음으로 일본에서 ‘올해의 크루즈(Cruise of the Year)’ 특별상을 받았습니다.
회사가 이렇게 국내외적으로 큰 발걸음을 내딛는 동안 저의 역할은 미미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성취의 기쁨보다는 아쉬움이 좀 더 많았던 2018년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연말 동안 여러 ‘망년회’에 참석했습니다.
2019년 기해년은 전통 오방색(五方色) 중 노란색과 12지(支) 중 돼지가 만나 소위 ‘황금돼지의 해’로 불린다고 합니다. 재운이 많은 해답게 기해년은 시작부터 좋은 징조가 보입니다. 해운업계의 오랜 부담이었던 벙커 가격이 하락 안정세를 보이고, 제가 담당하는 크루즈사업의 경우엔 4월 말에 러시아와 일본을 다녀오는 전세크루즈 상품이 이미 완판을 앞두고 있을 뿐 아니라, 6월 말에 시작하여 여름 성수기 동안 14항차에 걸쳐 운항하는 부산 출발 및 도착 한일크루즈 상품의 예약은 예년보다 2~3배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가 실적으로 이어지고, 우리나라 크루즈사업의 대중화가 조금 더 가까워지면 올 연말에는 저도 뿌듯한 마음으로 ‘송년회’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2019년은 저뿐만 아니라 모든 해운인의 인생에도 기억에 남을 황금기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사업의 큰 목표뿐만 아니라 아주 작은 개인적 바람까지도 모두 이루어지는 복 있는 새해 맞으시기 바랍니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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