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들어 한일항로의 수요 약세가 표면화되는 모습이다. 자연재해가 시황 부진에 큰 영향을 끼친 가운데 일부 원양선사가 피더물량을 외국선사에 맡기기로 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하반기 첫 월간 물동량 성장률은 올해 들어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한국근해수송협의회에 따르면 7월 한일항로 컨테이너 물동량은 17만1394TEU를 기록, 지난해 같은 달의 17만1851TEU에 견줘 소폭(0.3%) 감소했다. 지난해 2월 이후 17개월 만에 처음으로 역신장세를 보였다. 같은 달 수출물동량은 1.6% 감소한 9만4478TEU, 수입물동량은 1.4% 성장한 7만6916TEU로 집계됐다.
한국과 일본 간 직교역(로컬) 화물 약세가 전체 실적 약세로 이어졌다. 같은 달 로컬화물은 6만2734TEU로, 3.6%의 감소세를 띠었다. 로컬화물만 놓고 보면 2월 5월에 이어 올해 들어 세 번째 마이너스성장이다. 로컬 수출화물은 5.2% 감소한 3만2915TEU, 로컬 수입화물은 1.7% 감소한 2만9819TEU다.
환적화물 중 아시아지역 제3국을 연결하는 3국 간 환적화물은 6% 성장한 8만1827TEU였다. 원양선사가 고객인 피더화물은 9.2% 감소한 2만6833TEU에 머물렀다.
아직까지 공식적인 집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8월 이후 실적도 부진이 이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잇따른 태풍 내습과 지진 등은 큰 악재가 됐다. 8월 한 달에만 산산 야기 리피 룸비아 솔릭 시마론 제비 등 7차례의 태풍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제비는 일본 항만에 큰 피해를 입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진까지 홋카이도를 강타하면서 해당 지역 물류시설을 마비시켰다.
선사 관계자는 “8월 한 달간 선복 20%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태풍의 후유증이 심각했다”며 “그 결과 선사들의 실적도 우려스러울 만큼 부진을 면치 못했다”고 말했다.
수요 부진과 자연재해로 선적상한선(실링) 달성률도 매우 부진했다. 한일항로를 취항하는 선사 10곳 중 고려해운과 동진상선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96%로 정한 올해 제 4기(7~8월) 실링을 도달하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선사들은 5기(9~10월) 실링을 100%로 늘려 잡았지만 9월 중순 현재 수요 약세가 이어지면서 달성 가능성이 높지 않은 편이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기대했던 밀어내기 수요도 올해는 실종돼 선사들의 어깨를 무겁게 했다. 선사 관계자는 “최근 흐름을 보면 수출화물의 약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스위스 MSC나 중국 SITC, 일본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 등 맹외(盟外) 선사들의 한일항로 점유율 확대도 걱정거리다. 특히 출범 이후 한일항로에서 자사선 서비스 확대해온 원은 최근 우리나라 선사를 이용해왔던 일본서안 피더화물 수송을 싱가포르선사 익스프레스피더스로 갈아타기로 결정해 원성을 사고 있다.
싱가포르선사는 일본선사 결정에 맞춰 부산과 니가타 가나자와를 잇는 피더항로를 이달 중순 개설했다. 이 선사가 한일 구간에 사선을 띄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 기준으로 수출 200달러, 수입 50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선사들은 최근 한국근해수송협의회를 중심으로 모임을 갖고 내년까지 현재 수준의 운임을 유지하기로 결의했다. 안정적인 시황흐름을 유지하자는 움직임이어서 향후 실링 강화도 예상된다.
< 이경희 부장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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