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동서항로에서 안정적인 성장을 바탕으로 영업이익 흑자를 일궜던 원양 컨테이너선사들이 반년 만에 적자 성적표를 받아들며 울상을 짓고 있다. 컨테이너 수송량 증가에도 유가상승과 운임하락 직격탄에 선사들은 올해 상반기 악화일로를 걸었다.
선사들은 선대배치 최적화와 비용절감, 운임상승 등을 통해 하반기 턴어라운드를 이뤄내겠다는 각오다.
유럽선사 흑자방어 vs 亞선사 적자전환
지난해 영업이익 흑자를 일궜던 유럽계 선사들의 공통점은 굵직굵직한 M&A(인수합병)를 성사시켰다는 점이다. 합종연횡을 통해 몸집 불리기에 나선 이들 선사는 지난해 운임상승과 수송량 증가에 힘입어 영업이익 흑자 성적표를 내놨다. 머스크라인은 함부르크수드를, CMA CGM은 APL을, 하파크로이트는 UASC를 각각 인수한 게 수송량 증가로 이어지며 실적개선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선사들의 흑자경영은 오래가지 못했다. 유가상승이라는 악재를 만난 선사들은 올해 상반기 기대치를 밑돈 성적표를 내놓았다.
유가상승은 세계 1위 해운사의 영업실적 개선에 찬물을 끼얹었다. 머스크라인은 올해 2분기 수송량 증가로 외형을 키우는데 성공했지만 유가상승 탓에 수익개선엔 실패했다. 이 해운사의 2분기 매출액은 69억5200만달러(약 7조8100억원)를 기록, 전년 대비 25.5% 성장한 실적을 신고했다.
반면 이자·세금·감가상각 전 이익(EBITDA)은 8억7600만달러에서 6억7400만달러(약 7600억원)로 23% 후퇴했다. 머스크라인은 상반기 EBITDA 역시 15.1% 감소한 11억5500만달러(약 1조3000억원)를 기록했다. 상반기 평균 벙커가격은 23억9900만달러로 전년 15억6200만달러와 비교해 53.6% 폭증하며 실적개선에 악재로 작용했다.
프랑스 해운사 CMA CGM도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CMA CGM의 2분기 영업이익은 6700만달러(약 750억원)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85.8%나 급감했다. 순이익 역시 3300만달러(약 2500억원)를 기록, 전년 대비 85% 뒷걸음질 쳤다. 연료 가격이 전년 대비 28% 증가한 게 실적 악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매출액은 컨테이너 수송량 증가에 힘입어 전년 53억1000만달러와 비교해 7.4% 성장한 57억달러(약 6조4100억원)를 기록했다.
이 해운사의 상반기 영업실적도 크게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은 1억5500만달러(약 1740억원)를 기록,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79% 후퇴했으며, 순이익은 -3400만달러(약 -380억원)를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매출액은 전년 99억3100만달러 대비 11.9% 증가한 111억1400만달러(약 12조5000억원)로 집계됐다.
하파크로이트도 외형과 내실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실패했다. 하파크로이트의 2분기 영업이익은 3500만유로(약 460억원)로 전년과 비교해 57.9% 감소했다. 순이익 역시 -6700만유로(약 -880억원)로 전년 1500만유로에서 적자전환했다. 반면 매출액은 28억1000만유로(약 3조6900억원)로 전년 23억8600만유로와 비교해 15% 성장했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8900만유로(약 1170억원)로 전년 9100만유로 대비 소폭 감소했다. 순이익 역시 -1억유로(약 -1310억원)로 전년 -4300만유로와 비교해 적자가 확대됐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45억1800만유로 대비 20% 증가한 54억2500만유로(약 7조1300억원)였다.
이스라엘 컨테이너선사 짐라인은 매출 증가에도 영업이익 적자를 냈다. 운임하락과 유가·용선료 상승 등이 영업실적을 악화시킨 배경으로 지목됐다. 짐라인의 2분기 영업이익은 -1380만달러(약 -160억원)를 기록, 전년 동기 3640만달러에서 적자전환했다. 순이익 역시 1년 전 230만달러와 견줘 -3320만달러(약 -370억원)를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액은 7.7% 증가한 8억320만달러(약 9000억원)를 기록했다.
상반기 짐라인의 영업이익은 -2090만달러(약 -240억원)로 전년 6100만달러에서 적자전환했다. 순이익은 -6730만달러(약 -760억원)로 전년 -410만달러 대비 적자폭이 확대됐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11% 증가한 15억5460만달러(약 1조7500억원)로 집계됐다.
아시아계 선사들도 수익 악화에 신음했다. 에버그린은 2분기에 영업이익 -20억대만달러(약 -730억원), 순이익 -18만대만달러(약 -660억원)를 내며 적자전환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2% 성장한 382억대만달러(약 1조4000억원)를 신고했다. 상반기에도 2분기와 같은 폭의 손실을 냈다. 매출액은 5% 증가한 751억대만달러(약 2조7400억원)를 기록했다.
양밍해운은 올해 2분기 38억1000만대만달러(약 140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수익 개선과 물동량 증가에도 지난해 2분기 -4억4500만대만달러에서 손실 규모가 10배 가까이 확대됐다. 매출액은 336억대만달러(약 1조2300억원)로 전년 332억대만달러 대비 1.1% 성장했다.
상반기 이 해운사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1.8% 증가한 646억대만달러(약 2조3600억원)로 집계됐다. 순손실은 57억6000만대만달러(약 2100억원)로 적자가 확대됐다.
코스코의 컨테이너선 사업 영업이익은 4억2770만위안(약 7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4.1% 급감했으며, 순이익은 -1억5850만위안(약 -260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매출액은 1% 증가한 423억6470만위안(약 6조9300억원)을 기록했다.
일본 3대 선사 컨테이너선사업 통합회사인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는 첫 성적표를 적자로 시작했다. 일본 통합 회사는 올해 1분기 20억6600만달러(약 2조3200억원)의 매출액을 신고했다. 당기순이익은 -1억2000만달러(약 -1350억원)였다. 지난 4월 출범 이후 나타난 운영 혼란과 유가상승 등으로 기대치를 밑돈 실적을 신고했다.
국적선사인 현대상선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2094억원으로 전년 동기 -1237억원 대비 적자폭이 확대됐다. 순이익 역시 -2419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1865억원 대비 적자가 지속됐다. 매출액 역시 1조1854억원으로 전년 1조2324억원과 비교해 3.8% 후퇴했다. 주요 컨테이너선사들 중에서 매출액이 후퇴한 건 현대상선 뿐이다.
상반기 매출액 역시 2조2590억원으로 전년 대비 9.1%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3856억원으로 적자가 지속된 반면, 순이익은 전년 대비 약 4600억원 개선된 -4164억원을 기록했다.
브레이크 없는 미주항로 운임 상승
동서항로의 양대 산맥인 유럽과 북미에서의 운임은 희비가 엇갈렸다. 유럽항로 운임은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한 반면, 미주항로는 오름세가 지속됐다.
올해 2월 중국 춘절을 맞아 20피트 컨테이너(TEU)당 900달러대를 기록했던 상하이발 북유럽항로 현물(Spot) 운임은 4월 대형선 인도로 500달러대로 곤두박질쳤다. 내려앉았던 운임은 선사들의 선복조절 노력에 힘입어 6월 900달러대에 재진입했지만 이후 800달러대로 내려앉았다.
상하이발 미 서안행 운임은 3월 1000달러를 밑돌았지만 4월 이후 상승세를 보인 끝에 6월 말 1500달러를 돌파했다. 지난달엔 2000달러를 돌파했으며 6년 만에 2500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동안행 운임은 상반기 내내 FEU당 평균 2300~2500달러로 높은 수준을 보였고, 지난달 3000달러를 넘어섰다.
중동항로 운임은 상반기 동안 TEU당 300~500달러 수준을 보이며 부진했다. 선사들은 북미항로의 운임만 오를 뿐, 나머지 지역에서는 운임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선사 관계자는 “미주 노선의 운임 상승세가 하반기까지 지속되고 있어 이 지역을 주력으로 취항하고 있는 선사들의 실적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미주를 제외한 나머지 항로에서 운임상승세가 이뤄지지 않자 선사들의 평균 운임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머스크라인의 2분기 평균 운임은 FEU당 1840달러로 전년 동기 1863달러와 비교해 23달러 하락했다. 동서항로와 남북항로에서 각각 전년 대비 5.1% 1.1% 후퇴한 1782달러 2065달러의 운임을 기록했다.
하파크로이트도 평균 운임이 TEU당 지난해 1072달러에서 1010달러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독일 선사의 중동항로 평균 운임은 767달러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183달러나 떨어졌다.
짐라인 역시 TEU당 907달러로 지난해 1007달러에서 9.9% 감소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CMA CGM의 TEU당 평균 매출은 전년 대비 2.1%, 양밍의 평균 운임은 10% 각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상선 물동량 머스크 6분의 1
유가상승과 운임하락에 따른 내실악화로 울상을 지었던 선사들은 수송량을 늘리며 외형을 확대하는데 만족해야만 했다. 선사들이 컨테이너 수송량을 늘렸다는 점은 그나마 고무적인 일이다. 수송량마저 감소했다면 선사들은 외형 내실 동반하락이라는 결과를 받아들어야 했을 것이다.
머스크라인이 4~6월 세 달 동안 전 세계 항로에서 실어 나른 컨테이너 물동량은 679만8000TEU로 지난해 2분기 540만TEU와 비교해 25.8%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CMA CGM이 2분기 동안 처리한 화물은 519만TEU로 전년 동기 473만TEU 대비 9.6% 늘어났다.
하파크로이트가 2분기에 실어 나른 컨테이너 역시 지난해 228만7000TEU에서 올해 298만7000TEU로 약 70만TEU 늘어나며 외형 확대로 이어졌다.
OOCL의 물동량은 169만2000TEU로 전년 대비 4.6% 증가했다. 양밍해운의 컨테이너 수송량은 129만TEU로 전년 대비 11.8% 늘었으며, 짐라인은 전년 동기 대비 17.1% 증가한 77만2000개를 기록,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국적선사인 현대상선의 처리량은 115만4225TEU로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 세계 1위 해운사 머스크라인이 처리한 물동량 6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스라엘 선사인 짐라인에만 앞설 뿐 글로벌선사들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선대·터미널 최적화로 수익성 개선
선사들은 남은 하반기 비용절감과 운임상승으로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물량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했다. 선사들은 선대배치와 터미널 계약 최적화 등을 통해 리스크를 줄여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머스크라인은 무역분쟁 등의 불확실성과 함께 연간 EBITDA를 35억~42억달러로 조정했다. 머스크그룹의 쇠렌 스코 최고경영자(CEO)는 “2분기 벙커가격 상승이 영업실적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향후 비용절감과 운임상승으로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CMA CGM의 CEO인 로돌프 사드 역시 “향후 운임 상승과 물동량 증가로 영업이익률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하파크로이트는 선박 시스템 경제성을 면밀히 검토 중이며, 비용 측면에서 추가적인 대응책을 펴기 위해 터미널 계약을 최적화하고 있다.
양밍은 선대 리뉴얼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양밍 관계자는 “사업전략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더욱 나은 서비스 네트워크를 제공하기 위해 선대 배치를 최적화 할 것”이라며 “2019년은 수급 개선 및 해운시장 회복으로 실적 개선 및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상선은 성수기인 3분기를 지나며 운임과 소석률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향후 운영선대 및 터미널 등 우량자산 확보를 통한 비용구조 개선, 물류비용 절감 등 글로벌 선사 수준의 경쟁력을 갖춰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