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공장들이 8월 하계휴가에 돌입하면서 동남아시아행 수요가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발 운임은 연중 비슷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17일 현재 한국발 홍콩행 공표운임은 TEU(20피트 컨테이너)당 10~50달러, 필리핀 마닐라, 태국 램차방행은 100달러, 싱가포르행은 100~200달러, 말레이시아 페낭 파시르구당행은 200~300달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수라바야행은 250~400달러, 베트남 하이퐁 호치민, 태국 방콕행은 200~300달러대를 형성하고 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이 항로 해상운임은 오랜 공급과잉 여파로 수년 전과 비교해 반 토막 나다시피 했다. 이 와중에 국제유가와 용선료 하역료 인건비 등이 크게 오르면서 취항선사들의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급격한 유가상승은 선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해운업계는 선박연료가 연초 대비 약 20% 인상된 t당 400달러대에 거래되고 있다고 전했다. 8월 현재 싱가포르 선박연료유(IFO380) 가격은 t당 450달러대로 지난해 동월 300달러 초반 대비 절반 가량 상승했다. 연평균 유가는 지난해 329달러에서 올해 419달러로 90달러 올랐다. 선사들이 가장 많이 지출하는 비용항목 중 하나인 용선료도 최근 크게 올라 선사들의 고충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 선사 관계자는 “최근 동남아항로 주요 항만들이 터미널 현대화 사업에 나서면서 체선이 심화되고 있다. 체선에 따른 운항일정 지연으로 2~3일만 늦어져도 유가와 용선료 부담이 배가 된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선사들은 각종 비용증가에 대응해 지난달 20일부터 ‘CRC’(비용보전할증료)를 걷고 있다. 도입 규모는 TEU당 50달러다. 일부 외국적선사는 EBS(긴급유류할증료)나 CRC 대신 ‘BRS’(유류비보전할증료)란 명칭으로 부대운임을 화주에게 청구하고 있다.
한 선사 관계자는 “CRC를 걷더라도 원가 상승분을 메우는 건 쉽지 않다”며 “화주들에게 최상의 스케줄을 제공하려면 CRC 도입이 불가피하다. 선사들의 어려움을 화주들이 이해하고 공감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수요부진 여파와 국내 주요 공장들이 휴가철에 접어들면서 소석률(화물적재율)은 70~80%대까지 뒷걸음질 친 상황이다. 일부 외국적 선사들은 적재율이 50~80%로 편차가 심했다.
한 선사 관계자는 “8월 초순~중순은 국내 주요 공장들이 연휴에 돌입하면서 자연스레 물량감소로 이어졌다”며 “중순~하순에 6~7월 수준의 물량이 나오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최근 글로벌 무역분쟁 여파로 남중국과 동남아로 많이 수출되던 레진 수요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국과 유럽의 보호무역이 심화되면서 아시아에서 생산된 완제품 수요가 급감해 주요 공산품의 원료로 활용되는 레진 물동량도 덩달아 줄어든 것이다.
올 상반기 한국발 동남아시아행 수출입물동량은 144만2000TEU를 기록했다. 수출물동량이 70만7438TEU, 수입물동량이 73만4619TEU로, 수출물동량은 지난해와 비슷했고, 수입물동량은 5~6% 늘어났다.
물동량이 가장 많은 베트남은 수출이 22만1584TEU, 수입이 21만6481TEU였다. 홍콩은 31만1047TEU로 베트남 뒤를 이었다. 수입이 17만7829TEU를 기록해 수출 13만3218TEU를 꺾었다. 해운업계는 상반기까지 수입물동량이 수출을 따돌린 점에서 올해 총 물동량도 수입이 수출을 압도하는 첫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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