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깜빡할 사이에 10년이 흐른 기분입니다. ‘그래도 잘 버티고 있구나’ 라는 생각에 감개무량하죠. 지난 10년은 회사가 성장하기 위한 워밍업단계에 불과했습니다. ‘종합물류기업’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쉬지 않고 달려갈 겁니다.”
한중 해상콘솔(혼재) 서비스를 주력으로 하는 국제물류주선업체(포워더) 중원지엘에스가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이 회사 민덕규 대표이사는 물류업과 희로애락을 함께 한 물류전문가다.
첫 회사였던 대한통운에서 국내 대기업의 화물을 대거 수주하는 기쁨을 맛봤고, 중견물류기업에서 중국과 원양항로를 주력으로 맡으면서 거래처와 항로별 전문지식 등을 쌓았다. 특히 중국이 개혁개방에 나서던 2000년대 초반 현대차 북경법인행 자동차부품 물량을 전담하게 되면서 현지로 파견을 나가기도 했다. 다년간 축적한 사업 노하우를 토대로 그는 중원지엘에스를 세웠다.
중원지엘에스는 인천·평택발 롄윈강행, 웨이하이발 인천행, 인천에서 웨이하이를 거쳐 톈진으로 가는 해상콘솔(혼재) 서비스망을 갖추고 있다. 최근에는 베트남산 합판화물 수입과 미국행 자동차부품 및 소비재 운송을 책임지고 있다. 서비스 다변화에 힘입어 코트라의 전시물류주관업체와 한국무역협회 지정물류사(라디스)로도 활약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사드악재’…직구화물에 주력
‘중국 역직구(전자상거래를 통한 해외 소비자의 한국제품 직접구매)화물 해상콘솔 서비스 국내 최초 도입’은 그가 물류인으로서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타이틀이다. 5년 전 우리나라에서 중국으로 나가는 역직구특송은 대부분 우체국 EMS나 항공특송이 전부였다. 우리나라 인천세관과 중국 현지 세관이 소비재통관을 막은 터라 해상 특송서비스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 점을 유심히 여겨본 민 대표는 회사의 명운을 걸고, 역직구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하지만 ‘사드사태’의 벽이 가로막았다. 중국 정부가 각종 명목으로 한국발 화물의 유입을 규제하면서 역직구 주요 화물로 꼽히는 화장품과 라면 수출은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주요 수출품목이 중국으로 유입되려면 암시장을 거칠 수밖에 없어 민 대표는 사실상 역직구시장에서 손을 털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2015년 3월이었습니다. ‘전자상거래 해상특송의 선구자’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때만 해도 자신만만했고, 승승장구할 줄 알았죠.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사드문제가 터지면서 역점사업이던 역직구운송은 올스톱됐습니다. 그동안 투자했던 시간과 자금 인력 등을 해결하는 데 너무나도 힘든 시간을 보냈죠.”
민 대표는 사드 악재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난 3월부터 중국 웨이하이에서 인천으로 들어오는 직구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과거에는 B2B(기업 간 거래)에만 집중했지만 이제는 일반 개인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방식의 해상특송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구상이다.
인천세관에 접수되는 일평균 중국발 해상화물은 2만~3만건. 50여개의 업체가 인천세관으로부터 특송허가를 받았지만 실제 작업을 하는 업체는 10곳 내외일정도로 시장은 치열하게 움직이고 있다. 중원지엘에스는 일평균 2000여건 이상을 처리하고 있다.
한중 전자상거래시장의 전망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해석을 내놨다. 중국사업의 위험요인이 커지면서 중국으로 수출되는 한국산 소비재 물량이 크게 줄었지만, 중국산 소비재가 국내로 유입될 거란 점에서 물동량은 늘어난다는 것. 시장의 수급 논리와 지정학적 근접성에 따라 물동량은 늘어나게 될 것이란 게 그의 생각이다.
“한중간 전자상거래시장을 전망한다는 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이라는 국가의 여러 특수성 때문이죠. 수출길은 원상회복이 어려울 거로 보이지만, 가성비 좋은 중국산 소비재의 수입물량은 크게 증가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봅니다. 모든 일에 신중을 기하는 ‘호시우보’(虎視牛步)의 자세로 최선을 다할 겁니다.”
▲중원지엘에스가 7월19일 창립 10주년 기념행사를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본사, 인천지사, 베트남 하노이지사 및 협력사 직원 50여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민덕규 대표이사는 중원지엘에스 가족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
뜨고 있는 베트남시장에 주력
민 대표는 중국에 둥지를 틀던 한국기업들이 서서히 동남아시아로 빠져나가면서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인 베트남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움직임에 따라 물류업계도 움직여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중원지엘에스는 지난해 2월 베트남법인을 열었다.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넘어간 화주분들의 격려에 힘입어 중원지엘에스도 베트남에 진출했습니다. 일부 의견만 듣고 투자를 강행하는 건 무모하죠. 그래도 ‘무에서 유를 창조하자’는 강한 믿음으로 법인을 설립했습니다. 2년차인데 물량유치가 순조롭습니다. 돌이켜 보면 진출하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중원지엘에스는 베트남에 진출한 휴대폰·디스플레이 관련 부품업체들의 수출물량을 현지까지 운송하고 있다. 수입은 40피트 컨테이너(FEU) 700박스를 베트남산 원목으로 가득 채워 들여오고 있다. 민 대표는 “항상 시장의 움직임에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국내 대기업 외에는 중국에서 탈출하는 게 현실이다. 베트남에 이어 멀게는 인도시장까지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부진에도 성장 주력
민 대표는 국내외 경제악재가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되면서 국내 중소물류업계도 한계상황에 직면한 거 같다고 말했다. 포워딩업계가 ‘냄비속의 개구리’처럼 물량 부진에 익숙해져 위기가 다가오는 줄도 모르고 서서히 도태될 거란 게 그의 노파심이다. 불확실성이 클수록 민 대표는 과감한 투자가 따라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인터뷰 내내 ‘배고프다’라는 말을 꺼냈다. 사업을 하면 할수록 배고픔이 느껴지고 도전정신을 일으킨다는 것.
“중원지엘에스는 배고픈 짐승처럼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계속해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향후 10년 동안 우리 회사를 ‘종합물류기업’으로 키우고 싶습니다. 신규 먹거리로 전자상거래물류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역직구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직구는 그 동안 쌓은 내공과 실력으로 사업 안정화에 나설 것입니다.”
포워딩업계와 독자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끝까지 버티는 자가 승자다”라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물류업계가 ‘올해도 물량이 없어 힘들다’는 말들을 많이 합니다. 저도 주변 분들에게 힘들다고 하소연할 때가 많지만, 그래도 끝까지 버텨야 승자가 됩니다. 모든 분들이 난국을 이겨나가 끝까지 버티시길 기원합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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