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휘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지난 4월 정부는 '국적선사 적취율 제고를 통한 산업 생태계 구축’을 골자로 한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이하 해운재건 계획)’을 발표하였다. 작년 2월 세계 7위의 컨테이너 선사인 한진해운을 잃고 바닥으로 떨어진 우리 해운산업의 위상 제고와 무너진 산업 생태계 복원을 위한 긴급한 조치라 풀이된다. 무엇보다 법정관리 중인 한진해운에 대해 ‘시장원리’만을 강조하다 ‘30년 해양한국’의 브랜드 이미지 실추와 막대한 경제 피해를 야기한 지난 정부의 처사에 비해 환영할만한 대목이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PK 지역의 선거가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 부산시장 선거는 서병수 현 시장과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격돌이 예상되고, 경남지사 선거는 ‘문재인의 남자’로 불리는 김경수 의원과 김태호 전 의원의 대결이 예상되어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PK 지역은 또한 ‘현 정권에 대한 심판’과 ‘문재인 정부 1년에 대한 성과’를 가늠해볼 수 있는 상징성이 있어 양 당 모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2016년 10월, 정부는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이하 경쟁력 방안)’을 발표하였지만 이듬해 2월 한진해운이 파산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해운재건 계획’을 접하고 의구심을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정부에 비해 집권 여당만 바뀌고 정책의 집행주체는 해양수산부로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또 바뀐 것이 있다면, ‘경쟁력 방안’과 달리 ‘해운재건 계획’의 발표 시기가 묘하게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고 ‘해운재건 계획’의 최대 수혜지역인 부산과 경남 지역의 후보가 박빙으로 대결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운재건 계획’을 보면서 의구심을 갖는 이유는 이렇다. 전 세계적으로 해운 수요(화물)보다 공급(선박)이 많은 상황에서 더욱더 많은 선박을, 게다가 대형선박을 발주하여 100만TEU 이상으로 국가 선대를 확충하겠다는 목표에 대해 우려스럽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우리 정부가 해운산업의 공급과잉을 부추기는 결과가 될 것이다.
또한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에 견줄만한 몸집을 키워 ‘힘 대 힘’으로 경쟁을 한다는 것에 대해 몸집을 키우는 시기가 너무 늦었고 몸집을 키우기까지 정책의 일관성과 원동력이 있는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형선박을 우리 조선소에 발주하여 경남 지역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전략도 담겨 있다고 볼 수 있어 순기능과 역기능 모두 존재하는 정책이라 하겠다.
조선의 호황은 곧 해운의 불황을 암시한다. 시장에 많은 선박이 인도되면 공급과잉이 심화되고 운임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현재 컨테이너 정기선사의 경쟁은 ‘치킨게임’으로 소수의 선사만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작정 몸집을 키우고 보자는 식의 정책은 ‘해운-조선’의 산업 생리와 컨테이너선사 간 경쟁구도를 유심히 살피지 않고 생산된 정책이라 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소(한진해운) 잃고 외양간(현대상선을 포함한 국가 해운산업) 고치자’는 것이다.
해운산업 재건을 위해 세밀한 정책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해운-조선 간 정책 협의체 조직과 대선업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 그리고 세밀한 정책을 뒷받침할 원동력과 일관성이 필요한데, PK 지역 선거 흥행으로 정책의 원동력이 확보되었고 5개년 계획에 김영춘 장관의 부산시장 불출마 선언으로 정책의 일관성도 일단 확보되었다.
그러면 이제 외양간을 ‘단디 고쳐보자’에서 ‘살뜰히 고쳐보자’로 사고의 전환을 할 때이다. 어쩌면 우리 해운산업에는 ‘근육’보다 ‘울퉁불퉁한 사상’이 더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