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 이어)
트랜스포메이션 시나리오
지난호에서는 인더스터리 4.0에 대해 ‘개별 최적에서 전체 최적으로’의 관점을 설명했다. 이것은 각 기업의 운영방식이 기존의 기업 스스로 기업의 공장안에서 해당 기업 스스로만의 능력으로 이루어지던 것을 기업 외부로 오픈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는 방향성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이 부분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받고 있는 인더스터리 4.0의 충격에 대해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국 기업들에게 가장 심각한 부분인 듯하다.
많은 기업 실무진은 “자사의 운영과 관련된 상세 데이터를 사외에 오픈하는 것 등은 아예 생각조차 할 수도 없다”, “오픈화에 따른 장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등 부정적 반응 일색이다. 본인도 컨설팅을 수행하면서 수많은 이런 경험을 가지고 있다. 전사적인 물류혁신을 해야 한다는 목적으로 현장을 방문했더니 물류창고나 잘 살피고 공장은 보안지역이라 아예 근처에도 오지 말라고… 최고경영진을 만나서 이런 사정을 얘기 했더니 역시 현장방문은 어렵고 대신 서면 질의로 대신해 달라고… 결과가 잘 나왔을 리 없다. 결국 이 회사는 공장에서 생산된 지 얼마 안된 제품을 바로 옆 물류창고로 이동시켜 낱개 주문을 위해 곧바로 포장을 해체하는 이상한 짓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 배경에는 기업 횡단적인 조정(Orchestration)을 통한 생산성 극대화라는 인더스터리 4.0의 본질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는 현실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해가 됐다고 하더라도 그 실현 시나리오가 명확하지 않은 가운데 컨셉 자체가 “그림의 떡”으로 여겨지는 문제도 있을 것이다. 최근들어서는 기업 실무자들부터 이런 당혹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위에서 인더스터리 4.0을 구현하기 위한 부문별 실무대책을 검토하라고 지시가 떨어졌는데 실제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잘 모르겠다고... 특히, 경쟁관계에 있는 업계의 전체 플레이어가 협조하면서 전체 최적의 실현을 위해서 같이 움직인다는 시나리오는 너무 현실적으로 비치지 않는다.
과연 산업계는 인더스터리 4.0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인가? 본인은 거기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최종적으로는 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필연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러한 트랜스포메이션 시나리오에는 여러가지 패턴이 있을 수 있고 당연히 업종에 따라서 또한 업계 고유의 특성에 따라서 차이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가령, 에코 시스템의 정점에 지배적 플레이어가 존재하는 업계에서는, 그들이 무리하게 전체를 견인하는 시나리오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아마존이나 알리바바와 같은 기업이라면 충분히 그렇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고 실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편, 제약이나 첨단산업용 장비 제조와 같이 기획·설계와 생산의 분리가 일반적인 업계에서는, 거대 EMS가 변혁을 주도할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또한, 업계에 따라서는, 특정 개별기업끼리 데이터 공유를 통해서 Win-Win관계를 맺고 그것이 업계 전체로 전파되는 패턴을 따를지 모른다. 예를 들면, 특정 물류기업이 자사 물류네트워크의 스케줄이나 적재율을 포함한 상세정보를 중요 고객에게 공개하거나, 부품/재료 메이커가 자사의 장치/라인 가동률 정보를 세트 메이커에 공개하는 등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가 없다. 또, 지역이나 국가에 따라서는 정부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일도 있을지도 모른다. 독일이 그 예가 될 수도, 중국 등이 그런 움직임에서 다른 국가를 리드할 가능성도 무시 못할 것이다.
한국기업을 위한 제언
1) 제4차 “산업혁명”으로 인더스터리 4.0의 본질을 이해하기 바란다. 개별기업의 수준이 아니고 산업 생태계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며, 혁신의 수준이 아니고 혁명이라는 점이다. 여기서 본인은 “개별 최적에서 전체 최적으로”, “닫힌 것에서 오픈으로”, “애널리틱스/AI등을 활용한 차세대 인텔리젼스” 등의 포인트를 들어 인더스터리 4.0의 본질을 설명했다. 기존의 인더스터리 3.0적인 디지털화와는 차원이 다른 변혁으로, 이러한 주요 트렌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부분은 그냥 선진국들이 하는 방식을 벤치마킹해 따라만 해서는 시늉만 할 뿐 결코 변하지 않는 거품과도 같은 영역으로 남아 잘못 대처하면 4차 산업혁명이 오히려 우리 기업들과 나아가 경제 사회 전반에 덫으로 작동할 위험까지 안고 있다. 몇 년전 한반도 대운하 모델과 창조경제 모델과도 같은 너무도 유치한 짓을 반복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2) 자사 업계의 향후 시나리오를 면밀히 분석해 보길 바란다. 장래 트랜스포메이션 시나리오가 업계마다 차이가 있음은 이미 지적했다. 자사가 속한 업계 세그먼트 (제품/서비스, 고객, 경쟁, 파트너 등)를 다시 분석하고 거기에서 일어날 수 있는 시나리오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3) 자사의 미래 비전을 정하고 실행전략을 만들기를 바란다. 업계의 장래 시나리오 분석을 바탕으로 스스로의 비전을 명확히 하는 동시에, 그 실현을 위한 인더스터리 4.0전략(생산/SCM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소속하는 업계 세그먼트, 그 안에서 자사의 포지션, 강점/약점, 등을 감안한 각 사의 독자적인 것이 될 수 있다.
4) 전략을 반드시 실행에 옮겨야 한다. 비전/전략이 확정되면,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일이 중요하다. 탄탄한 로드맵을 만들어 업계 동향을 바탕으로 우직하고 차분하게 임하는 것이 요구된다. 경쟁 타사를 앞서기 위해서는 보다 선제적인 과감한 선투자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때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도 앞서 언급한 1)~3)에 해당하는 일들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 물류와 경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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