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에는 가벼운 것은 살아남고 무거운 것은 가라앉는다. 망망대해를 항행하는 배가 거친 풍랑을 만났을 때 짐을 버려야만(이를 해상법에서는 jettison 즉, 투하라고 함) 살아남을 수 있듯이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려운 위기가 닥칠 때 뭔가 버려야 한다. 늘 뭔가 버리지 않으면 무거운 짐을 짊어진 채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살아가면서 늘 뭔가 버리고 희생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결국 하나를 얻으려면 다른 하나를 버려야 하는 것이다. 물류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물류기업이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자산은 매우 소중하며 잘 활용해야 하지만, 과거에 만들어졌던 법과 제도하에 이제는 불필요하게 된 것들은 오히려 자신에게 짐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그러한 짐들은 과감하게 버릴 줄 알아야만 미래를 향해 전진할 수 있다.
글로벌 물류시장 글로벌 공급망 관리능력 ‘필요’
이제 우리 국내 물류산업은 사업체 수와 종사자에서 알 수 있듯이 너무나도 영세하고 경쟁력이 취약한 상황에 처해있다. 그런데 작금의 글로벌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국제무역은 FTA(자유무역협정)의 지속적인 확산과 더불어 초국적 기업들 간의 무역과 유통을 뒷받침하고 있는 글로벌 생산과 물류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글로벌 공급망(Global Supply Chain) 관리능력이 뛰어난 기업들이 전 세계 고객을 대상으로 적시에 양질의 제품을 공급해야 하는 매우 중대한 임무를 갖고 있다. 따라서 글로벌 고객에 대한 지역별 국가별 고객별로 특화되고 차별화된 물류서비스를 제공하는 통합물류서비스가 가장 중요한 이슈로 등장하게 됐으며, 이제는 글로벌 물류네트워크를 확보하고 통합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 물류 기업이 글로벌시장에서 생존 경쟁력을 확보하고 시장을 리드해 나갈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글로벌 물류시장 진출 서둘러야
이제 우리 사회는 산업사회를 지나서 창조적 지식근로자를 위시한 지식산업이 빛의 속도와 같이 빠르게 진화하고 성장하고 있다. 이미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와 스마트 물류를 실현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만일 정부와 연구기관이나 기업들이 과거의 잣대와 관점에서 물류정책을 계획수립하고 실행하려 한다면 그것은 급변하는 세계 경제의 흐름과 변화에 적정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글로벌 트렌드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십상이다. 국내 시장은 항만이나 물류터미널이나 물류센터든 간에 이미 포화상태를 보이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16만개의 물류사업체가 서로 죽이고 죽이는 이전투구의 싸움을 벌이며 치킨게임을 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대한민국의 물류산업은 가장 수익성이 낮은 산업으로 치닫게 될지도 모른다. 따라서 하루빨리 글로벌 시장에 나아가 물류사업을 전개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무역규모는 이미 1조 달러를 넘어선 지 오래인데 최근 무역규모가 다소 감소추세에 있다가 금년에 수출액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하면서 올해 다시 1조 달러 클럽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교역규모가 1조 달러라고 한다면 원화가치로 환산해 대략 1,150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우리가 수출하고 수입하는 무역대국이다. 무역대국의 입장에서 우리의 상품을 전 세계 220여개 국가에 소재하는 고객에게 인도해야 하는 데에는 당연히 글로벌 물류네트워크의 구축과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인적 및 물적 인프라와 물류경쟁력을 갖추어야 함은 물론이다.
최근 인도네시아, 말레아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중남미, 카자흐스탄 등 CIS국가(독립국연합국가) 등 이미 떠오른 신흥 시장은 무한한 시장 잠재력을 갖고 있으며, 중국은 이러한 신흥시장에서의 경제적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시도의 일환인 이른 바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으로 서진정책과 남진정책을 동시에 국가 전략사업으로 추진 중에 있다. 또한 중국의 최대 해운사인 코스코(COSCO)사는 이미 세계 최대 해운사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중국의 세계적인 철도차량회사인 북차와 남차는 합병 후 글로벌 시장에서 무소불위의 경쟁력으로 글로벌 고속철도 시장을 독식하고 있다. 지금 세계 물류시장은 세계 최대 해운기업인 덴마크의 머스크(Maersk)선사가 선언한 파멸적 경쟁(destructive competition)이니 하는 무한 경쟁인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트렌트에 대한민국의 기업들은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듯이 한잔해운이 파산하는 뼈아픈 실패를 경험한 바 있다. 세계적인 물류기업들은 적극적인 투자와 M&A(인수합병) 그리고 미개척 사업 분야에 대한 과감한 도전 등 이른바 기업가정신을 구현하고 실천함으로써 이제 글로벌 물류시장을 이끄는 리더로써 스마트 물류와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글로벌 물류기업과 해운기업 육성 ‘힘’ 모으고 투자해야
요즘처럼 국내외 경제와 정치가 급격히 변하는 시대에는 개인이나 기업은 신속한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변화가 요구되는 시기에 상황이 급변할 때는 그 환경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가야 한다. 물이 강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가듯이…. 만약에 박힌 돌처럼 늘 고정돼 뭔가에 얽매여 있다면, 그것은 변화의 수레바퀴가 굴러가는 것에 동참하지 못하는 것이 되고 이는 곧 힘든 삶이 된다. 우리는 새로운 하나를 얻기 위해선 이미 가지고 있던 다른 소중한 하나를 버려야 한다. 그것을 과감히 버리지 못하고 한 손으로 계속 부여잡고 있으면서, 다른 새로운 것을 바라고 그것을 붙잡으려 하다가는 자칫 둘 다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우리는 자신이 가장 아끼는 것일지라도 때론 새로운 가치가 있는 것을 얻기 위해 그것을 과감히 버릴 줄 알아야 한다. 우리가 더 이상 부여잡지 않고 버려야 하는 것은 기존의 물류산업이 갖고 있는 틀이다. 기존의 질서를 완고하게 고집해서는 새로운 물류산업의 질서를 받아드리기 어렵다. 10년 전에 당연시 되고 합당하게 여겨졌던 것들이 이제는 맞지 않아 빛의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물류산업은 항상 선택만 해왔으며 집중하지 않은 탓에 규모의 경제가 아닌 지나친 경쟁구도로 고착화돼 만성적인 적자를 시현하는 분야가 많다. 필자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국내 물류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대부분 2%를 넘지 않을 정도로 지극히 수익성이 낮다. 이는 제조, 금융, 유통, IT 등 다른 산업에 있어서 개별 기업의 영업이익률에 비해 현저히 낮은 구조로 물류산업이 재무적 안정성 측면에서 취약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이제 물류기업들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과제를 반드시 실현해야만 한다. 만일 물류사업에 있어서 모든 영역을 사업에 참여하려 한다면 그것은 과도한 경쟁과 규모의 경제 미확보로 인해 지나치게 낮은 수익성으로 정상적인 물류기업의 경영을 어렵게 할뿐만 아니라 때로는 기업 존립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므로 물류기업들은 자신이 보유한 핵심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분야의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 또한 글로벌 물류기업들간의 싸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글로벌 물류기업이 만드는데 일익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물론 자신의 기업이 역량이 부족하다면, M&A나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서 초대형 물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일조하는 것도 필요하다. 만일 물류기업이든 해운기업이든 자신들의 교섭력이 점차 약화되는 것을 두려워해 무조건 교섭을 거부하며 법과 제도를 과거로 회귀하려한다면, 그것은 해당 기업과 산업이 급변하는 시대의 조류를 스스로 거스르는 것이 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자신들에게 이익이 될지도 모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기업은 경영능력과 생존능력을 상실하기 쉽다. 작년에 파산한 한진해운이 그랬듯이 수많은 기업들이 변화를 거부하고 다가오는 미래를 착실히 준비하지 않으면 제2의 한진해운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한진해운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다시는 글로벌 해운기업이 수모를 당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 물류와 경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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