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법 개정안을 놓고 선사와 대기업 물류자회사(2자 물류기업)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어디서부터 단추가 잘못 꿰어진 걸까. 하나씩 되짚어 봤다.
해운법 개정안은 어느 날 갑자가 ‘짠’하고 수면으로 떠오른 문제가 아니다. 지속적으로 대기업 물류자회사의 일감몰아주기는 문제로 지적돼 왔고, 이에 따른 편법 승계로 오너 일가의 ‘도덕성’은 꾸준히 도마에 올랐다.
이제는 거론하는 것도 지겨운 ‘현대글로비스’의 성장스토리는 일감몰아주기에 의한 물류산업의 대표적인 적폐로 꼽힌다. 기자는 지난해 2자 물류기업의 일감몰아주기를 기획취재로 다루면서, 이들이 ‘치트키(cheat key)’를 썼다고 비유했다.
*기획취재/ 2자물류 '끝판왕' 무엇이 문제인가 : https://goo.gl/WQX3rh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게임 스타크래프트에서 “show me the money”를 치면 무한대의 돈을 얻고 “Power overwhelming”을 치면 무적으로 군림한다. 이를 2자 물류기업에 빗대면, 확실한 자금줄이 뒤에 버티고 있고, 막대한 물량으로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에 있어 절대로 폐업할 일이 없다. 참고로 2016년 현대글로비스의 당기순이익은 5057억원이며, 직원 1인당 영업이익은 4억8363만원이다.
현대글로비스는 2001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각각 10억원, 15억원을 출자해 만든 회사로 단기간에 아주 빠르게 성장했다. 매출액은 2003년 5700억원에서 2016년 15조3400억원으로 2591% 성장했다. 이처럼 물류산업에서 물량은 곧 ‘돈’이요, ‘힘’이다.
현대글로비스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지만, 대다수 2자 물류기업들의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삼성SDS의 경우도 삼상전자의 물량을 기반으로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최근에는 자신들이 4자 물류기업이라고 내세우며 ‘글로벌 물류플랫폼’을 지향하는 듯 보이지만, 여전히 삼성전자의 물량을 쥐고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에 있는 2자 물류기업이라는 데는 변함이 없다.
최근 선사들의 모임인 한국선주협회는 모회사의 물량을 등에 업은 2자 물류기업이 운송기업인 해운회사에 하도급을 주면서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갑질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해운법 개정안의 기본 취지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개정안이 통과되면 장기적으로 토종 글로벌 3자 물류기업을 양성하는 기초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물론 2자 물류기업도 할 말은 있다. 모회사 물량을 기반으로 성장한 건 부정할 수 없지만, 이제는 해외 곳곳에 법인을 설립하고, 꾸준히 네트워크를 확장해 그룹의 수직계열화로 ‘공급사슬관리(SCM)’차원에서 효율화가 발생한다는 것. 이에 따른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도 긍정적으로 꼽았다.
현재 해운법 개정안에 따른 효익을 두고 이해당사자는 물론, 학자나 물류전문가도 각각 다른 의견을 내놓으면서 첨예하게 대립하는 모양새다. 지금 국회에 계류 중인 해운법 개정안은 논란의 소지가 많아, 물류업계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다.
국회의원은 특정 이익단체를 대변하는 조직이 아니다. 국가의 중장기적인 미래를 위해 조금 더 진중하고 전문적인 관점에서 우리나라 물류산업이 상생하며 발전할 수 있는 지혜를 내놓길 바란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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