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초 최장기 황금연휴를 보낸 북미항로는 아직 연휴 여파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황금연휴 전 밀어내기 물량이 기대보다 밑돈 데다 선사들 간의 화물유치 경쟁이 심화되면서 운임 부진은 계속되고 있다.
상하이항운거래소가 10월20일 발표한 상하이발 북미항로 운임(현물)은 40피트컨테이너(FEU)당 미 서안 1366달러, 미 동안은 1755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이맘때 서안 해상운임이 2000달러 대, 동안이 2800달러 초반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 북미항로 운임은 바닥 수준이다.
운임은 전년동월대비 급감했지만 물동량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통관조사기관인 피어스에 따르면 9월 아시아 18개국에서 미국으로 수송된 해상 컨테이너물동량은 20피트컨테이너(TEU) 141만573개로 전년동월대비 6.2% 증가했다. 물동량은 3개월 연속 증가하며 9월 월별 실적으로는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韓 수출 미진, 자동차부품 33% 급감
9월 한국발 북미항로 수출물량은 1.4% 증가한 6만5769TEU를 기록했다. 주력 수출품인 차량 장비 및 부품이 12.6% 증가하며 6개월 연속 증가했다. 레진 및 합성수지도 4.8% 늘어나 5개월 연속 증가했다. 하지만 1위 수출품인 자동차부품이 33.1%나 감소하면서 전체 실적은 소폭 증가에 그쳤다.
북미항로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달리고 있는 중국은 3개월 연속 물동량 성장세를 보였다. 중국은 9월 전년동월대비 6.6% 증가한 93만3255TEU를 기록했다. 1위 수출품목인 가구가 10.9% 증가하며 7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고 섬유 제품이 6.2% 늘어나 2개월 연속 증가했다. 3위 수출품목인 일반 전기기기도 전년동월대비 7% 증가해 상위 품목 증가가 전체 실적 견인으로 이어졌다.
같은 달 일본발 북미수출 물동량은 전년동월대비 2.7% 감소한 4만6978TEU를 기록했다. 수출 1위 효자품목인 자동차 부품이 전년동월대비 7.2% 줄어들며 3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고, 3위 품목인 타이어도 2개월 연속 뒷걸음질 치며 전체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대만은 9월 한 달 간 전년동월대비 2% 감소한 4만7789TEU를 기록했다. 건축 자재와 자동차 부품이 각각 전년동월대비 2.4%, 1.3% 줄어들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발 물동량은 9월 한 달 간 10.7% 증가한 21만4770TEU를 처리했다. 특히 베트남은 9월 전년동월대비 13.6%나 증가했다. 태국도 가구와 주방용품이 증가한 데다 컴퓨터 및 반도체 품목이 늘어나 전체 물동량 증가세를 견인했다. 베트남과 태국은 9월 한 달 간 각각 8만9745TEU, 4만4280TEU의 수출물량을 처리했다.
서남아시아 4개국은 전년동월 대비 8.5% 증가한 7만4418TEU를 수출했다. 인도가 11.5%나 증가한 5만4230TEU를 처리하며 전체 실적증가를 견인한 반면, 방글라데시는 7.7% 감소한 7702TEU를 기록했다.
3분기(7~9월) 실적으로도 아시아-북미항로 수출물량은 7% 증가한 442만1626TEU를 기록하며 분기별 실적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이 중 한국발 수출물량은 20만3357TEU로 전년동기대비 1.8% 증가했다. 북미수출항로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4.6%다.
같은 기간 중국발 수출물량은 290만7589TEU로 전년동기대비 7.1% 증가했다. 중국의 북미수출 물량 점유율은 65.8%에 달하고 있다. 일본발 물동량은 전년대비 1.5% 증가한 16만3353TEU를 기록했다. 대만발 수출물량은 15만9391TEU를 기록하며 0.6% 감소세를 보였다.
3분기 아세안발 물동량은 전년동기대비 12.4% 증가한 67만3197TEU를 기록했다. 분기실적에서는 캄보디아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캄보디아는 7~9월에 전년동기대비 21% 증가한 1만7475TEU를 처리했다. 태국과 베트남도 각각 15%, 18% 증가한 물동량을 처리하며 전체 실적을 끌어올렸다.
서남아시아발 북미 수출물량은 10.4% 증가한 23만287TEU를 기록했다. 서남아 국가 중 방글라데시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는 모두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인도가 전년동기대비 12.5% 증가한 16만6623TEU를 처리하며 성장세를 보였다. 1~9월 아시아발 북미항로 누적물동량은 전년동기대비 5.6% 증가한 1218만3356TEU를 기록했다.
일본3사 통합 점유율 16%로 1위
선사별 수송실적에서는 1, 2위 선사가 3, 4위 선사들에 역전당하며 순위가 모두 뒤바뀌었다. 프랑스선사 CMA CGM은 몇 년 간 독주를 계속해왔던 대만 에버그린을 꺾고 1위를 차지했다. CMA CGM은 1~9월 177만9988TEU를 처리하며 전년동기대비 103%나 급증한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4위를 기록했던 CMA CGM은 싱가포르 선사 APL 인수한 이후 실적이 합쳐지면서 순위가 세 계단이나 뛰어올라 선두를 꿰찼다. 북미항로에서 6%대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던 APL 인수로 CMA CGM의 점유율은 14.6%로 대폭 늘어나 경쟁 선사들과의 격차를 크게 벌렸다.
대만 에버그린은 CMA CGM에 밀려 2위로 내려앉았다. 에버그린은 1~9월 128만4126TEU를 수송했다. 전년동기대비 5%의 수송량을 늘렸지만 점유율은 10.55%에서 10.54%로 근소하게 감소했다. 에버그린이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키운 CMA CGM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오히려 3위 선사와 근소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2위 자리유지도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3위는 중국 코스코가 차지했다. 코스코는 전년동기대비 36%나 급증한 122만8082TEU를 처리했다. 코스코는 차이나쉬핑의 물동량을 완전히 흡수하며 4위에서 3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7.82%에서 10.08%로 2위 에버그린과 불과 0.46%포인트 차이만을 두고 있다.
4위를 차지한 머스크라인은 전년동기대비 9% 늘어난 116만1074TEU의 화물을 실어 날으며 점유율은 소폭 증가한 9.53%를 기록했다. 스위스 선사 MSC는 8.15%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5위에 머물렀다. 전년동기대비 17% 증가한 99만2944TEU를 수송했지만 지난해와 같은 자리를 지켰다.
1~4위 선사들은 순위가 모두 뒤집어졌지만 나머지 선사들은 인수와 파산으로 사라진 선사들의 빈자리로 순위가 한두 계단 끌어올려진 것 외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6위와 9위를 기록한 OOCL과 양밍은 각각 전년동기대비 26%, 10% 수송량을 늘리며 점유율을 키웠다. 특히 OOCL은 지난해 5.18% 점유율에서 6.17%로 0.99%포인트를 늘리며 순위를 세 계단이나 끌어올렸다. 양밍은 지난해 10위에서 한 계단 상승했지만 한진해운과 APL이 순위에서 사라지면서 자동으로 두 계단 상승이 가능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순위 상승은 없었다.
국적선사인 현대상선은 8위를 기록했다. 현대상선이 처리한 물동량은 68만4705TEU로 전년동기대비 37%나 급증했다. 현대상선은 전년동기 4.32%에서 1.3%포인트나 증가한 5.62%로 점유율을 확대했다. 순위에서 사라진 선사들에 하파크로이트와 MOL NYK 양밍 등 4개 선사를 앞지르며 무려 여섯 계단이나 상승했다.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로 출범한 일본 3사는 케이라인을 제외한 두 선사가 모두 점유율이 증가했다. 7위를 기록한 케이라인은 1~9월에 전년동기대비 5% 증가한 71만6381TEU를 처리해 지난해와 같은 순위를 유지했다. 반면 NYK와 MOL은 전년동기대비 각각 물동량이 19%, 21%나 증가한 63만3535TEU, 62만5006TEU를 처리했다.
일본 3사의 점유율은 케이라인 5.88%, NYK 5.20%, MOL 5.13%로 내년 통합이 완료되면 ONE의 북미항로 점유율은 16.2%로 대폭 늘어나 1위 선사인 CMA CGM의 자리를 위협하게 된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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