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28 16:48

전략적 M&A로 해상포워더 강자 부상

인터뷰/ 케리항운 김종철 부사장
3PL 삼국간 운송 중점…해운항공 쌍끌이 성장기대

글로벌포워더(국제물류주선업체) 케리로지스틱스가 최근 국제물류시장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들을 잇따라 인수하며 회사의 외형을 크게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아시아태평양 노선에서 해상화물 점유율 3위를 기록 중인 NVOCC(무선박운송인) 에이펙스마리타임(APEX Maritime)을 흡수하며 해상운송 네트워크를 더욱 강화했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시장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 회사는 피인수 회사의 상호, 경영진, 문화와 조직체계 등을 존중하고 통합을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는다는 독특한 M&A 전략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 케리항운 김종철 부사장을 만나 케리의 강점과 조직문화에 대해 들어봤다.

Q 케리항운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케리항운은 홍콩계 글로벌 물류기업인 Kerry Logistics(케리로지스틱스)의 한국 자회사로 2001년 케리로지스틱스에 편입된 해외 M&A 1호 기업이다. 케리로지스틱스는 동남아 최대의 화교 재벌인 곽그룹(Kouk Group)의 물류회사로 창고업에서 출발해 2001년 이후 매년 10여개의 해외물류기업을 인수하며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2005년 중국 제2의 포워더인 EAS를 M&A하며 성장 발판을 마련했으며, 동남아 중동 인도 중앙아시아의 주요 물류회사를 흡수하며 3PL(3자물류)에 기반한 아시아 최강의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하게 됐다. 케리로지스틱스는 이익의 70%가 3PL 사업에서 창출되고 있으며, 전 세계 1천여지점에 2만5천명의 임직원과 4600만㎡(약 1만3915평) 규모의 창고를 보유하고 있다.

케리는 물류사업 강화를 위해 전략적 M&A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아시아발 북미향 제3위 NVOCC인 에이펙스마리타임을 인수해 해운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했고, 올해는 인도 제2의 포워더인 인데브(INDEV), CIS 지역 제 2의 물류회사인 글로벌링크(Globalink)와 M&A해 역량을 끌어올리게 됐다.

Q 항공 화물분야에서 다양한 커리어를 쌓은 걸로 알고 있다. 기억에 남을만한 성과가 있다면?

지난 26년간 대한항공 화물사업의 성장을 위해 여러 가지 중요한 일에 참여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2000년 다양한 종류의 화물기를 B747-400F로 단일화시키는 전략을 수립·추진한 것이다. 대한항공은 화물기 네트워크가 늘어나면서 연결 기종의 상이로 화물 연계 서비스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당시 B747-400F는 기재 가격이 고가로 평가돼 항공사들이 도입을 주저했다. 이러한 문제를 B747-400F로 기종을 단일화하고 기재 가동률을 높여 단위당 원가를 줄이는 방법으로 풀었다. 기재 단일화 전략은 대한항공의 화물사업이 세계 1위로 도약할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했다고 생각한다.

Q 케리항운에 합류하게 된 배경은?

우선 케리의 성장성과 유연한 기업문화를 높이 평가했다. 물류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회사를 찾기란 쉽지 않다. 케리는 M&A를 통해 지속적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면서 성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창고, 트럭, 택배물류네트워크, 화물기 운영 등 다양한 성장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개인의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회사에 합류하게 됐다.

둘째는 유연한 기업문화다. 케리와 같은 글로벌조직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다양성이 인정되고 유연한 기업문화와 상식, 합리에 기반을 둔 work ethics(직업윤리)가 정립돼야 한다. 케리는 홍콩에 본사를 두고 있으나, 기업 문화 측면에서는 탈 아시아를 한 회사다.

Q 최근 에이펙스마리타임을 인수했다. 인수추진 배경은?

에이펙스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회사이며 중국 및 동남아발 미주행 해운물량을 연간 35만TEU 수송하고 있다. 에이펙스를 인수함으로써 취약한 해운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단숨에 끌어올리게 됐다. 반면 에이펙스는 강세인 중국 및 베트남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역으로 서비스 및 영업 네트워크를 확장했다. M&A를 통한 상호 약점을 보완하는 좋은 사례라고 판단된다.

에이펙스 인수로 아시아에 생산공장을 가지고 있는 한국 화주들에게도 경쟁력 있는 가격과 서비스의 제공이 가능하게 됐다. 한국에 서비스 컨트롤 타워를 두고 중국 및 동남아발 미주행 수송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서비스와 가격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게 됐다.

Q 케리로지스틱스가 최근 철도 물류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향후 사업방향은?

중국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일대일로’ 전략으로 중국에서의 철도물류는 가치가 새롭게 정립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 187조원의 물류 인프라 투자가 이뤄지면 기존의 철도 수송 체계가 혁신적으로 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케리는 향후 물류지형의 큰 변화를 주도할 철도 물류사업에 적극적인 투자를 해오고 있다. 올해 7월에는 중국 철도 서비스 중개인인 랑조우퍼시픽로지스틱스의 지분 50%를 인수해 중국철도교통유한회사와 공동경영체제를 구축하고 철도를 이용한 인터모덜(Intermodal·복합운송) 서비스 역량을 강화했다.

Q CJ대한통운 등 국내물류기업들의 해외 M&A가 활발하다. 기업들의 M&A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CJ대한통운의 해외 물류기업 M&A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특히 과거와는 달리 각 지역별 톱 클래스의 회사를 인수하는 등 전략적이고 과감한 투자가 인상적이다. 시장 상황이 과거와 같이 자체 영업망을 구축해 네트워크를 확장시키는 것은 한계가 왔기 때문에 M&A는 성장 전략의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회사를 M&A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회사들의 이질적인 기업문화를 어떻게 융합하고 통합해 나갈 것인가도 주요 과제 중 하나다. CJ대한통운이 권위주의적인 한국의 기업문화를 어떻게 극복하고 글로벌 경영을 해 나갈지 궁금하다.

 


Q 앞으로의 사업계획과 영업전략이 궁금하다.

우리나라 포워딩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른지 오래다. 더욱이 제품의 융합화 및 경량화, 한편으로 공장의 해외 이전이 가속화되며 화물시장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 과거 일본의 사례로 짐작해보면 향후 한국의 해운 및 항공 물류시장의 규모는 저성장 국면으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케리항운은 포화 상태에 이른 한국시장보다는 성장 중인 중국·동남아·인도·중앙아시아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필요로 하는 3PL 서비스와 3국간 수송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케리항운은 한국 화주와 케리의 서비스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것이다. 에이펙스 인수로 보강된 해운분야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항공과 해운의 균형있는 발전을 추구할 계획이다.

물류시장은 특성상 부침이 심하기 때문에 주요 화주에 대한 의존도가 높거나 항공 혹은 해운의 의존도가 높으면 사업의 지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 사업군의 다양화를 통한 지속 성장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다음은 향후 물류의 주류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eCommerce(전자상거래) 시장 점유율을 높여 나갈 계획이다. 특히 케리는 동남아 주요 국가에 택배회사를 소유하고 있어 이를 활용한 전자상거래 서비스 플랫폼의 구축이 가능하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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