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해운 역사의 출발은 영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약 140년 전 해양국가 영국은 항만산업보다 철도산업에 관심이 많았다. 영국 최대 항만인 펠릭스토항도 철도와 함께 시작했다. 1875년 지주(地主)였던 조지톰라인 대령이 운영한 펠릭스토철도부두회사(FRPC)가 시발점이 돼 현재는 물류 중심지로 부상했다. 1991년 세계적인 글로벌터미널운영사(GTO)인 허치슨왐포아그룹(現 CK허치슨홀딩스)이 항만지분 75%를 인수하며 소유권을 확보했다. 허치슨은 3년 뒤 나머지 지분을 인수하면서 100% 오너경영을 하고 있다.
베테랑과 첨단기술의 조화
펠릭스토항은 영국 동남부지역 해안과 북서유럽 내륙 인근에 위치해 있다. 영국 최초의 컨테이너 전용 항만으로 출범해 자국 내 최대 항만으로 도약했다. 지난해 400만TEU의 컨테이너 물동량을 처리했으며 30개 선사 3000척의 선박이 기항하고 있다. 현재 90여편의 항로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으며 전 세계 400개 항만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최대 컨테이너 부두인 트리니티터미널은 안벽 길이가 2.4km에 달해 유럽에서 가장 긴 터미널로 꼽힌다. 총 부지는 136만7000㎡에 달하며 9만6000TEU를 장치할 수 있다. 7선석을 갖춘 트리니티터미널의 수심은 11.6~15m이다.
하역인프라도 우수하다. 터미널은 16기의 울트라포스트파나막스급, 9기의 포스트파나막스급, 1기의 파나막스급 갠트리크레인(STS)을 갖추고 있으며 21기의 STS크레인이 현재 가동 중이다. 그중 10기의 울트라포스트파나막스급은 펠릭스토항에서 가장 큰 STS크레인(아웃리치 22열)으로 40피트 컨테이너(FEU) 두 개를 동시에 하역할 수 있다. 중량화물은 최대 85t까지 하역할 수 있다. 또 22열 해측 크레인 10기 20열 3기 18열 3기 16열 5기 등 총 21기의 해측 크레인과 63기의 장치장 크레인이 하역작업을 책임지고 있다.
이 외에도 1600여곳의 냉동냉장(리퍼)컨테이너 전원공급장치가 마련돼 있어 리퍼화물 처리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숙련된 인력은 트리니티터미널의 또 다른 자랑거리다. 특히 지난 2010년에 특수 중량화물을 처리할 수 있는 추가 장비를 도입하면서 복잡한 프로젝트화물, 브레이크벌크화물(중량물) 처리가 가능해졌다.
터미널 추가확장으로 항만경쟁력↑
선박 대형화의 시류에 따라 터미널 추가 확장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2011년 항로수심 증심으로 8·9번 선석을 잇달아 개장하면서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박을 속속 맞이하고 있다.
개장 당시 첫 손님은 1만9224TEU급 컨테이너선인 < MSC오스카 >호였다. 올해는 지난 6월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으로 이름을 올린 OOCL의 2만1413TEU급 선박 < OOCL홍콩 >호가 펠릭스토에 뱃머리를 댔다. 이어 지난 9월12일 2M얼라이언스에 투입된 머스크라인의 1만8270TEU급 선박 <마츠머스크>호가 펠릭스토를 기항했다. 이 선박은 올해 펠릭스토를 찾은 1만8000TEU급 이상 선박 100번째에 이름을 올렸다.
펠릭스토항이 항만시설 확장에 나선 건 초대형 선박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지 못하면 선사들이 영국을 기항하지 않게 될 거란 우려 때문이다. 선박이 기항하지 않으면 물류비가 증가하고 수출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8·9번 선석 1단계는 현재 안벽 길이 920m, 수심 16m로 부분 개장한 상태로 현존하는 초대형 선박의 화물작업도 문제없다. 세계 최대 규모의 STS크레인(아웃리치 62m·24열)은 약 2000t을 처리할 수 있고 2개의 40피트 컨테이너(70t)를 동시에 하역할 수 있다. 22기의 고무타이어갠트리크레인(RTG)도 구축돼 있다. 가장 최신형으로 제작된 친환경 RTG는 탄소배출을 크게 줄였으며, 일반 하역기기보다 연료사용을 40% 절감할 수 있다.
부지확장 및 신규시설 도입을 위해 컨테이너 야적장 부지는 28만㎡까지 늘렸다. 1단계는 2만4000TEU를 장치할 수 있다. 8·9번 선석 공사가 완공되면 부두 안벽 길이는 1.3km로 늘어나고, 수심은 18m까지 깊어진다.
허치슨 고부가가치 서비스가 항만에
펠릭스토항의 경쟁력은 광범위한 공급망과 물류서비스다. 허치슨그룹의 자회사인 펠릭스토항은 허치슨로지스틱스와 파트너십을 맺고 주요 화주에게 종합물류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허치슨이 아시아와 유럽에 진출하면서 쌓은 각 지역별 물류노하우 덕분이다. 글로벌포워딩사업은 대표적인 물류서비스로 꼽힌다. 허치슨은 국제물류주선업(포워더), 무선박운송인(NVOCC), 멀티모덜컨테이너운영, 창고, 컨테이너 경로추적 서비스 등을 제공해 펠릭스토항의 수익창출을 도모하고 있다.
철도 복합운송(인터모덜)은 펠릭스토항을 영국 최대 컨테이너 철송터미널로 만들며 허브로 도약시켰다. 현재 남측 터미널인 8·9번 선석에 철도터미널 한 곳이 있으며 나머지 두 곳은 트리니티터미널 북측과 중앙에 있다. 철송서비스는 15곳의 내륙지역을 연결하고 있으며 일일 66편이 편성돼 있다. 철송은 DB쉥커레일, 프레이트라이너, GB레일프레이트 등이 맡고 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