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경제 즉 공정한 시장경제를 위해서는 불공정 거래관행을 걷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대·중소기업간 거래관행을 개선시켜야 한다. 불공정한 관행들이 당연시화 되는 부조리 풍토와 적폐를 근절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들이 마련돼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재부·공정위·금융위원회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공정거래위원회에 “중소기업이 단가 후려치기와 기술탈취로 고통받지 않는 공정한 시장경제를 만들어달라. 불공정이라는 적폐를 걷어내고 공정이 뿌리내리는 경제를 만드는 기수가 되어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얼마 전 횡성한우로 유명한 강원도 횡성을 찾았다. 횡성시외버스터미널 맞은편 건물에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현수막에는 “‘횡성축협’ 골목상권에 빨대 좀 그만 꼽아라!”라고 쓰여 있다.
내용은 이렇다. 횡성축협이 대형 프랜차이즈 제과점인 파리바게뜨 운영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주변 빵집들이 매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고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축협이 빵집을 운영한다? 선뜻 이해가 안 가는 대목이다.
농협과 축협 어디 빵집 뿐인가 갸우뚱한 사업도 몇몇 개 하고 있다. 빵집을 운영하는 지역 자영업자들의 한숨은 날로 깊어질 게 뻔하다. 개인 자영업자들이 거대 골리앗을 상대로 경쟁이 되겠는가. 영세 소상공인들은 버텨낼 방법이 있겠는가. 농·축협이 직영으로 빵집을 운영하는 것에 대해 옳고 그름을 떠나 골목상권이 붕괴되고 영세 소상공인이 몰락하는 그러한 사태가 발생되지 않도록 솔루션이 제시되어져야 하겠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의 지정 최장기한은 6년으로 만료가 다가오는 품목들이 올해 12월말 60여개에 달한다. 지난 2011년에 적합업종 지정을 시작해 3년이 지나 재합의를 통해 추가 3년을 부여 총 6년이 지나면 자동으로 해제되는 제도다. 동반성장위원회를 통해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시한만료를 앞두고 있는 품목을 들여다보면 순대, 고추장, 된장, 전통떡, 플라스틱병 등이다. 이는 대표적 중소기업의 생계형 업종들이다.
중소기업과 영세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한 적합업종 법제화가 시급히 필요한 대목이다. 법제화를 통해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진출을 제한하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영피해를 방지해야 한다.
올해 물 건너가면 적합업종 제도는 사실상 종료된다. 대기업의 진입을 막지 못한다는 얘기다. 물론 특정분야에 있어 대기업의 진입을 무조건 제한하는 것이 시장논리에 맞느냐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말이다. 초원에서 평화롭게 풀을 뜯어 먹고 있는 양들에게 다가가 풀을 다 뜯어가는 행태는 지양(止揚)돼야 한다. 골목상권까지 다 집어 삼킨다면 설 땅이 있을까 싶다.
대기업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 관행부분도 차단되어져야 한다. 2자물류(2PL: Second Party Logistics)는 화주기업이 특수관계에 있지 않는 물류기업에 물류활동을 맡기는 3자물류(3PL)와 달리 대기업 자회사들의 물류를 처리하고 시장을 확대해 나가면서 공정한 경쟁 자체가 이뤄지기 힘든 상황을 만들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를 억제하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또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의 불공정거래 측면, 갑질 행태에 대한 비난들은 비단 어제 오늘의 뉴스가 아니다. 특히 치킨, 제빵, 피자 등 생활경제 측면과 바로미터에 있는 업종들은 끊임없는 논란을 키워왔다. 가맹본부와 가맹점 간의 계약이 공정한 지,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판매수익의 일정부분을 광고비 분담으로, 인테리어를 강요하는 등등 가맹사업법 위반 관련 사항들에 대해 의혹에 찬 시선들이 늘 현존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시장이 이제는 이익을 공유하고 상생하는 이익공유형 모델로 변화되고 확대되길 바란다.
헌법 123조 3항을 보면 ‘국가는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 119조 2항에는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되어있다. 대기업-중소기업 간의 상생을 위한 노력은 지속되어져야 한다. 공정경제를 바탕으로 말이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고통 받지 않는 공정한 시장경제. 불공정 관행과 적폐가 걷어져 공정한 경쟁을 바탕으로 공정한 시장경제가 정립되길 바란다. 정부의 공정한 시장경제 정립에 대한 핵심 역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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