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중앙아시아의 공통점은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지역이라는 점이다. ‘미래먹거리’로 불리는 지역들이지만 물류 인프라가 매우 열악하다는 점도 또 하나의 닮은꼴로 통한다. 내륙국가일수록 고도의 물류 노하우를 요구하고 있어 수백t에 달하는 중량물을 오지에 보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남들이 꺼리는 오지를 타깃으로 빠르고 안전한 중량물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나선 기업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러시아 종합물류기업 인스타프로젝트로지스틱스는 지난해 한국에 법인을 설립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대형프로젝트의 물류 솔루션을 제공하는 한편, 중량물 운송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가스·정유·발전 플랜트 등의 프로젝트 물류를 수행하며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내 EPC사들이 수주한 프로젝트의 벌크·중량물 운송서비스를 착착 진행하고 있다. 러시아 벨로루시 우크라이나 그루지야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에 위치한 지사를 통해 프로젝트 실적을 차곡차곡 쌓아나가고 있으며, 독일 벨기에 스페인 폴란드 체코 인도 이라크 알제리 모잠비크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도 지사를 둬 프로젝트 화물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박영덕 지사장은 인스타에 합류하기 전 현대그룹 플랜트 사업부 소속으로 ‘건설프로젝트의 심장’이라 불리는 중동에서 수십년을 보내며 중량물 운송에 관한 노하우를 쌓았다. 그는 인스타프로젝트를 ‘젊지만 가파른 성장이 기대되는 전도유망한 기업’으로 칭했다.
우즈벡 프로젝트 공기 앞당기는데 큰 기여
박 지사장은 프로젝트 물류만의 매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차별화된 경쟁력이란 답을 내놨다.
“2~3년 안에 엄청난 물량을 집중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게 프로젝트 물류다. 프로젝트 물류를 수행했던 실적이 있어야 하며, 물류수행이 가능한 중장비도 갖춰야 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보니 경쟁도 그만큼 덜하더라.” 중장비를 해상으로 운송하는 건 큰 어려움이 따르지 않는다. 문제는 수백t에서 수천t까지 나가는 중량물을 약속한 날짜 안에 현장까지 안전하게 운송해야 한다는 점이다. 척박한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내륙까지 화물을 보내는 건 고난이도의 물류 노하우가 요구된다.
박 지사장은 올해 가장 큰 성과로 물류 수행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우즈베키스탄 칸팀 가스 프로젝트를 꼽았다. 철저한 사전준비와 기술적인 검토를 거친 결과, 총 7만5886㎥(CBM) 규모의 중량물 운송을 무사고로 마무리했다.
프로젝트 물류의 생명은 납기다. 현장에 쓰이는 자재 인도일이 약속한 날짜를 넘기면 건설 공기가 늘어나게 될 뿐만 아니라 물류사에게도 불이익이 따른다. 추가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것도 악재지만 물류사에게 더 치명적인 건 고객의 신뢰도 하락이다.
인스타프로젝트는 1개월 이상 납기일을 앞당겨 전체 공기를 4개월이나 단축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인스타프로젝트의 엔지니어링팀이 현지 육상 인프라에 대한 모든 리스크를 미리 파악하고 분석한 덕에 환적·하역·통관에 소요되는 기간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故 정주영 회장이 납기를 줄여야 돈을 번다고 강조하질 않았나. 인도 기일이 늦춰지면 패널티는 상상을 초월한다. 게다가 몇백t 규모의 크레인 사용료도 한 달이면 수억에 달한다. 하지만 공기가 단축되면 건설사는 인건비 절감으로 예산을 줄일 수 있고 물류사 입장에서는 신뢰를 얻을 수 있어 서로 윈윈할 수 있다.”
중량물 운송에 최적화된 특수장비를 보유한 점도 납기 단축을 가능케 하는 부분이다. 인스타프로젝트는 SPMT(모듈 트랜스포터), 모듈트레일러(200axles), 대형크레인(250t·350t·650t) 등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회사의 핵심인 엔지니어링팀을 통해 교량분석 및 우회도로 시공을 진행, 운송에서 하역, 설치까지 원스톱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중량물운송 경쟁력 앞세워 한국법인 3배 확장
우즈벡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박 지사장의 향후 바람은 고객의 신뢰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입찰용 물류전략 및 솔루션 제공, 운송가격 견적 서비스, 물류환경 리포트 제공 등 프로젝트 운송에 필요한 모든 물류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제공한다는 취지다. 박 지사장은 CIS와 러시아에서 진행되는 2~3개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들을 따내 연매출 300억원을 달성하는 한편, 한국법인의 규모를 2~3배로 확장하겠다고 강조했다.
장기플랜은 가동됐지만 그에게도 걸림돌이 있기 마련이다. 프로젝트가 주로 이뤄지는 중동과 중앙아시아에서 유가하락은 악재로 작용한다. 전 세계 고객사들도 저유가를 이유로 대형 프로젝트 발주를 지연하고 있다. 프로젝트 물류만을 수행하며 EPC사들을 바라보는 물류기업들 입장에서는 시장에 나오는 화물이 없어 답답할 노릇이다. 일감이 없다보니 기업들의 신규 투자도 지지부진한 모양새다.
박 지사장은 국내시장에서 입찰 참여가 쉽지 않다는 고충도 털어놨다. “해외업체의 지사로서 회사 규모를 본사방침에 맞춰 운영할 수밖에 없다보니 입찰참여 기회를 얻는 것조차 힘들다. 특수지역에 특화된 비자격업체에게도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줬으면 한다.”
박 지사장은 향후 프로젝트시장 전망이 밝을 것으로 관측했다. 중동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신규 프로젝트 발주가 속속 발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곤두박질 친 유가가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는 점도 박 지사장에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새로운 기술과 시장 정보를 함께 공유하며 고객에게 큰 도움을 드리고 싶다. 좀 더 개방적이고 친절한 마음으로 외국계기업을 맞아주셨으면 한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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